미천한 태생이었다.


벼랑 끝에서 눈을 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봐도 변변하게 보이는 이 없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저 멀리 떨어진 날개가 하잘 것 없이 남겨놓은 깃털 몇 가닥이 전부였다. 그들을 따라 어깨를 퍼덕여도 무심히 허공을 가르는 빈약한 휘파람 소리가 내 귀를 적셨다.
다른 이들이 활짝 펼친 한 쌍의 날개가 내게 한 짝조차도 온전히 허락되지 못했음은 명백했다.
시기와 질투조차도 갖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그림자를 눈에 새겼다.
그렇게 내가 한 발 내딛은 곳은 절벽 끝자락.

더 멀리, 더 높게 훨훨 나는 모습들을 뒤쫓으며,
더 깊게, 더 빠르게 떨어져내렸다.

날이 갈수록 윤이 나는 그들의 날개 밑에서 나의 깃털은 볼품없이 절벽 밑에서 흩어졌다. 하나, 둘. 어제 떨어지던 깃털은 처음이 아니었으며, 내일 떨어지는 깃털은 마지막 또한 아닐 것이다. 떨어지지도 않는 비루한 날개가 어깨에서 떨어져주지도 않고 시종일관 등을 아프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볼품없는 깃털을 떨굼으로 내 몸은 점점 더 가벼워졌기에,
날아보겠다는 꿈을 깃털에 묵직히 매달고 오늘도 다시 나는 내 몸을 절벽으로 밀어넣었다.

푸르름이 어찌 그들만의 것이랴.


몸은 말랐으되 뼈까지 비웠고, 남은 날개는 비루했으되 매일마다 퍼덕였다.

별 하나 없는 새카만 밤하늘에 몸을 내던지며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을 손에 쥐는 꿈을 꾸었다.


매 순간 내가 떨어질 수 있게 해 준 그 모든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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