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호들갑 떨일인가. 적어도 학생을 사지구속하고 해부하려던 이 시꺼먼 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다. 

그래서 무시하고 술이나 따르려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비난하려는게 아니었나? 두려워하는 것에 가까운 표정에 이쪽까지 기분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대체 왜? 학생이 뭐 어떻다고?


"혹시나 해서 묻는겁니다만... 확실히 몸이 약한 학생이겠죠?"

"어? 약하다면 약하지."

"어느정도로?"

"차를 쫓아가면서 10분안에 3km를 달리는 정도? 뭐 박격포 맞고도 멀쩡한 애들인데 그정도면 허약하지...."

"이런 미친!"


농담이 재미가 없다지만 욕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람 무안하게.


"그러니까 멀쩡한 학생이란 말입니까?"


그런데 검은 양복은 내 농담에 놀란게 아닌 모양이었다.


"정신차리십시죠, 선생. 혹시 만날 일이 있거나 당번이 잡혀있다면 당장 취소하십시오." 

"취소라니? 당장 내일 당번인데?"

"이런 바보같은! 선생은 학생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시군요."


모르긴 뭘 몰라. 어리고 이쁘고 총 잘쏘고 은행도 털고.... 생각해보니 잘 모르긴 하네.


"호들갑 그만 떨고 왜 그러는지 말이나 해봐. 대체 왜 그러는데?"

"하아. 알겠습니다. 쉽게 설명해드리죠.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신비와 숭고가 담긴 헤일로를 날 때부터 갖고있습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그럼 잘 생각해보시죠. 단순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총알따위로는 죽지 않게 되는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선생과 같은 헤일로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이들도 이들에게는 한 수 굽힐 수 밖에 없습니다."

"어... 진짜?"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10분안에 3km? 선생과 같은 존재는 오직 달리기만을 위해 수년 이상을 훈련하고 단련한 후 수개월 이상을 준비하여 완벽한 환경에서 달려야 가능합니다. 도심에서 그정도라면 선생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겁니다."


듣다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그럼 왜 맞은건데? 그정도로 강하다면 내가 떄린다고 맞을리가 없잖아."

"맞은게 아니라 맞아준거지요."

"맞아준다고? 대체 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꼈을 수도 있지요. 사춘기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폭력을 마다해?"

"그런 성향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검은 양복의 말은 마조 성향의 학생이 사춘기 특유의 일탈을 위해 놀이삼아 맞아주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말이 되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술잔의 얼음이 녹아가는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내가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내가 선생이고 어른의 카드가 있으니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반항하지 못해."

"선생은 게마트리아에 합류하지 않은게 다행이군요. 그런 생각이면 일 년 안에 실패했을테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알겠습니다. 그럼 어른의 카드의 힘은 정확히 뭡니까?"

"그야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세계에서 학생들의 힘을 빌리는...?"


어, 잠깐만. 제아무리 소극적이라고 해도 다른 학생 아무에게도 맞은걸 말 안하고 또 그걸 아무도 모르는게 말이 되나?


"애초에 학생들이 교대로 당번을 서고, 해킹도 도청도 도촬도 모두 하는 학생들이 그걸 모를것같나?"

"그럼 대체 왜...?"

"아까 말했지 않은가. 자네를 가지고 노는 거라고."


섬칫 어깨가 떨린다. 내가 근처에 가기만 해도 벌벌 떠는 학생이 사실은 날 가지고 노는 거라고?

말도 안 돼.

그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검은 양복은 나를 골려주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술을 비워버렸다.




원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enrenovel&no=2098550

블아갤에서 학대 같은거 나올때마다 이거 떠오름....

뒤는 귀찮아서 안할래

암튼 때리는 학생보다 맞는 학생이 더 무서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