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평소 즐겨 입던 옷, 내가 선물해준 옷, 새로 산 옷, 속옷, 내 옷, 체육복, 수영복... 등등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옷은 다 꺼내서 어질러 놓은 채로 패닉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무슨 짓을 해도 부르카를 벗을 수가 없고 더 이상 나한테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훌쩍이기까지 했다. 


 곧 이어 세컨드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또 갑작스레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연락이 터질 듯이 와 일시적으로 모모톡이 먹통이 됐다. 이 괴현상은 내 아내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키보토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가 키보토스 내부가 아닌 바깥으로부터 온 외세의 악의적인 소행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예전부터 그런 공격 시도가 간혹 있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장 눈 앞에 달라지는 것이 없어 안일하게도 나는 대응하지 않았다.


 키보토스와 학생들을 지켜야 할 선생님인 내가 그런 위협의 씨앗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가만히 있었던 결과가 이 참담한 광경인 것이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