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조약문의 잉크도 증발해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실장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센세가 가챠를 돌리고 있었다
......
"미카?"
케이건은 그 말을 난생 처음 들어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부분은 그 말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감정들도. 케이건은 유래를 알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했다.
"그래 우리의 설계대로 미카와 사오리는 화해했고 에덴조약은 떡상했다. 그리고 우리는 미카의 세탁에 성공했고 갤은 미카매미들로 도배되었다. 이번 업데이트는 그들이 흘린 눈물의 결실이지. 그들은 미카가 비록 성능 상에 하자는 있었지만 결국 실장 되자 기쁘게 지갑을 열어 폭사했다."
케이건은 갑작스러운 기억의 요동을 느꼈다. 그가 전혀 알지 못하고 그 긴 세월 동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관한 기억이 갑자기 그의 정신 속에서 부상했다. 케이건은 일섭 스포를 보고 있던, 갤에 미카미카 도배를 하고 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카의 성능이 폐급 판정을 받아 좌절하면서도 미카가 실장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비통한 기쁨과 처절한 환희의 순간이었다.
한 명의 미카매미의 지갑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우주적 슬픔의 순간에서, 미카매미는 다가오는 폭사와 조롱을 두려워하는 대신 자신의 최애캐가 실장된 것을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케이건은 주위에 있는 다른 미실장캐의 센사들이 지갑이 죽어가는 센세를 부러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케이건은 그 기억의 거대함에 질려 뒷걸음질치고 싶었다. 거기에는 너무도 큰 기쁨과 너무도 큰 슬픔이 혼재 했다.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센세가 한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그것이잖겠는가?"
케이건은 고개를 돌렸다. 티나한이 계단에서 머리를 내민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피카츄가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용하모토가 너에게 미카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겠지. 그래 케이건. 그것이 센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자신의 학생이 마침내 기쁨의 목소리로 '뽑아 주셨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환희의 순간을 생각해 봐. 케이건. 너의 미카를 떠올려! 네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나의 미카?"
"그래! 너의 미카 말이다!"
"...... 나의 미카라는 것은 없다."
"케이건!"
케이건은 피카츄에게서 시선을 옮겨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진 것이 없다. 내게 남은 것이 있다면 총력전 뿐이다. 잡아먹어야 할 보스들. 너무 많다. 너무. 그토록 많이 잡아먹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많다."
케이건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많다."
케이건의 눈에서 갑자기 광채가 번득였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저 바이럴로도 내가 가챠를 돌리게 만들 수는 없다. 너는 저 바이럴로 내게 미카 픽업을 돌리려 할 생각이겠지. 미카를 새 보스의 접대캐로 만들 생각이겠지. 관둬. 새 총력전 보스를 내놓으면 네 생각대로 미카가 필요해 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 기믹을 내놓으면 이즈미도 떡상한다. 새로 가챠를 돌리고 새로 육성을 하느니 이미 이벤트 돌린다고 키워둔 이즈미를 끌어오는 게 나아."
용하모토는 폭소를 터뜨렸다.
"멍청아! 미카는 한정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뽑을 지 알 수 없고 어떤 총력전 보스가 새로 나올 지도 알 수 없..."
순산 용하모토는 멈칫하며 케이건을 살펴보았다. 케이건이 그토록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할 리가 없었다. 용하모토는 의혹을 느꼈다. 결코 반갑지는 않은 어떤 깨달음이 찾아 들었을 때 용하모토는 분노의 비명을 지르며 갤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미래시가 있었다. 미래시는 미카가 왜 구데기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픽업 계획을 보여주며 왜 미카를 걸러야 하는 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 용하모토는 격분을 참지 못하여 닥치는 대로 피라냐를 불러 올렸다. 용하모토는 모든 일정은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케이건이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케이건은 한섭의 일정은 '동일한 경험'으로 일섭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미카의 애장품마저 처참하게 떡락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티나한과 비형에게는 용하모토가 자꾸 엉뚱한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건은 어른의 카드를 들어 용하모토를 겨냥했다.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어. 이 픽업은 거른 다음에 나를 너희들 마음대로 해. 그때까지는, 나를 방해하지 마.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문제 아냐? 나는 청휘석을 지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냐. 내 식성은 단조롭지. 플래티넘 트로피만이 내 목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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