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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먼저 내가 향한 곳은 게헨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었다. 치안이 나쁘기로 유명한 게헨나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방학생회의 본거지인 이 자리에서는 다들 얌전하게 있는 것 같다.


『――선생님!』


내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집단 내에서 몇 명의 학생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 아이들은......


"아아.......! 뵙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선생님!"


"후훗, 건강해 보여서 안심이에요~"


"선생님! 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응?"


"선생님이다~~~! 다시 봐서 기뻐~~~!"


"선생님....... 제대로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 흐윽.......!"


"후우카 선배...... 선생님, 저도 선배도 선생님과 만나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미식연구회』의 『쿠로다테 하루나』 『와니부치 아카리』 『아카시 준코』 『시시도우 이즈미』 네 명과 『급양부』의 『아이키요 후우카』 『우시마키 주리』 두 명이었다. 이 시간축에서도 미식연과 급양부는 세트인 모양이라 안심이 된다.


"미식연구회랑 급양부구나!"


내 모습을 확인한 이즈미가 가장 먼저 가슴팍에 뛰어들었다. 아카리는 미소짓고, 준코는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내 주위를 뛰어다니고 있다. 하루나는 감개무량한 듯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후우카에 이르러서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리도 나를 보고 눈동자를 적시며 후우카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있다.


"다들,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는 건 역시 루프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어서......?"


"네, 선생님이 상상하시는 대로예요. 제대로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응! 선생님과 같이 먹은 밥은 전부 잊지 않았거든!"


"봐봐, 선생님! 제대로 맛집 수첩 다시 썼어! 선생님과 함께 갔던 가게는 하나도 빠짐없이 메모했으니까!"


준코가 그녀의 애용품인 맛집 수첩을 이쪽에 보여준다. 아무래도 린쨩이나 유우카 일행과 마찬가지로 모두 루프의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유지하게 된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루프 때마다 모두에게 잊혀졌던 걸 생각하면 나의 존재를 기억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복받치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선생님은 기억의 일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런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습니다만......."


"훌쩍......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문의 출처가 풍기위원회인 모양이라 엉터리인 거 같지도 않고......."


"떠오르지 않는 기억, 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호, 혹시 후우카 선배나 저와의 추억이라거나 그런 건가요......!?"


"아....... 그에 대해서 말인데...... 응, 정말 일부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이 있는 거 같아."


나는 떠오르지 않는 게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린쨩이나 유우카 일행처럼 또 내가 모르는 기억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건 피하고 싶은데...... 숨길 수 있을 리도 없으니 여기선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


뭐, 나와 학생과의 좋지 못한 추억 같은 게 그렇게 많이 있을 리가 없지만 말이야!


"그, 그럴 수가......!"


".......어머."


"뭐어!? 나, 나하고의 추억은 아니지, 선생님!?"


"에――!!!"


내 말을 들은 하루나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깜짝 놀란 듯 중얼거린다. 아카리도 준코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슴팍에 있던 이즈미가 한층 더 크게 놀란 목소리를 흘렸다.


"그, 그럼 선생님, 혹시 잊어버린 거야!? 나하고 선생님이 사, 사귀면서 맛있는 걸 찾아다닌 일은 잊지 않았겠지!?"


"어차피 그럴 거라 생각했어!!"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 있는 거지! 이즈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내 겉옷을 움켜쥐며 울먹이는 눈으로 필사적으로 묻는다.


"같이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다구!? 방어회 키위 소스 덮밥이라든가 참깨 딸기 드레싱 수박 샐러드이라든가 가다랑어포 퓨레를 얹은 아이스크림이라든가! 선생님도 맛있다고 했었고, 같이 아~ 하고 서로 먹여줬었다구!?"


"그거 정말 나 맞는 걸까!?"


대체 그 시간대의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너무 루프를 반복해서 머리도 내장도 망가지기라도 한 걸까.


우와앙! 울음을 터뜨려버린 이즈미에게 당황하는 나를 보고 아카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눈동자에 기묘한 색을 띠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선생님, 물론 잊지 않으셨죠? 저와 선생님이 키보토스 내의 대식가 챌린지를 제패했던 추억을. 그 새벽에 혼인하게 된 일을, 선생님이라면 잊지 않으셨겠죠~?"


"그 시간대의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사명을 내팽개치고 아카리와 대식가 챌린지 순회라니 정말 뭐하고 있는 거지!? 키보토스 엔조이 하지 말라고!


"저, 기뻤다구요~? 선생님 주위에 있는 많은 여자아이들 중에서 저를 골라주셔서. 그런데 그걸 잊어버리시다니........ 선생님은 귀축이셨군요~......?"


"히엑."


아카리의 동공이 열린 눈동자가 나를 사로잡았다. 공포로 몸이 움츠러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내 시야 가득 준코가 수첩을 펼쳐들고 다가온다.


"저, 저기, 선생님! 이 수첩에 적혀있는 곳, 전부 선생님이랑 같이 먹으러 다녔거든! 물론 기억하지!?"


"주, 준코......."


눈앞에 펼쳐진 수첩을 훑어보았지만 거기에 기재된 가게 이름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함께 기재된 준코의 메모 내용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수첩을 보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잇는 나에게 준코는 열심히 말을 걸어온다.


"그, 그럼 그건 기억하겠지, 선생님! 내가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게에 가서 말이야! 수첩이 나와 선생님의 추억으로 가득 찼을 때, 내가 선생님에게 고백하고 사귀어 줬잖아! 그러니까....... 기억한다고 말해줘......!"


"으, 으그윽.......!"


스커트를 꽉 움켜쥐고 눈물 흘리는 준코를 보며 나는 존재하지 않는 죄책감에 죽을 것만 같았다. 준코의 얼굴을 직시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내 오른손을 누군가 꼭 잡아온다. 손을 잡은 인물에게 눈길을 돌리자...... 하루나가 부끄러운 듯이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녀의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의 뺨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저기...... 선생님. 기억하고 계시나요.......?"


"음, 뭘........?"


다음을 묻는 게 두려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해버렸다. 하루나가 무언가 기도하듯이 나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선생님께서 저와 미식 탐구에 힘써주신 일이죠. 때로는 훌륭하게 꾸며진 일식에 입맛을 다시고, 때로는 세련된 양식에 두근거리며, 때로는 호화로운 중식에 감탄하는. 그렇게 미식의 끝을 추구한 그 너머에서...... 제가 선생님과 영원한 인연을 맺은 것. 기억하시죠.......?"


"그, 그....... 그건........"


"읏...... 무, 물론 그저 미식을 탐구하고 있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음식을 모독하는 무리가 있으면 저희가 직접 향해 마땅한 제재를 가했었고! 폭파한 가게의 수가 100을 훌쩍 넘었다는 걸 잊지 않으셨죠!?"


"그 시간대의 나, 그냥 테러리스트잖아!"


"테, 테러리스트라니...... 그럴 수가, 너무하세요.......! 저는 그저 사랑하는 분과 식사를 함께 하는 게 행복할 뿐이었는데........ 으읏........!"


"아, 아차.......!"


충격 탓에 테러리스트라 부른 내 말에 하루나는 순간 심하게 상처받은 얼굴을 보이며 그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내가 가게를 폭파하고 돌아다녔다는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어.......!


"하, 하루나......"


".......죄, 죄송합니다......!"


"아, 하루나!"


"어디가!? 기다려~!"


".......선생님은, 선생님은 바보!"


"......일단 실례할게요, 선생님. 제대로 저희와의 추억, 기억해주세요.......?"


위로해야 한다며 할 말을 찾았지만 그보다 먼저 하루나가 어디론가 달려가고 만다. 나는 미식연 멤버들이 하루나를 쫓아가는 것을 손을 뻗은 채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선생님?"


"후우카......."


내겐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있는데, 후우카가 옆에 서서 말을 걸어왔다. 뭔가 음식을 넣은 락앤락을 든 후우카는 긴장된 표정으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본다.


"괘, 괜찮으시다면 이걸 드셔주세요! 이 요리는 말이죠, 그.......!"

"응, 고맙게 잘 먹을게, 후우카!"


더 이상 학생의 상처받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말을 이어가는 후우카를 가로막고 제대로 요리를 보지도 않은 채 집어 한입에 뺨가득 채워넣었다. 이 달콤한 느낌...... 계란요리인가. 후우카가 가장 잘하는 요리인 계란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야채가 잔뜩 들어있고...... 그래, 키슈구나 이건!


"맛있어, 후우카!"


"저, 정말인가요! 다행이다......!"


내 감상을 듣고 후우카가 안도의 숨을 쉰다. 미식연 모두에게 상처를 준 것도 있어서 후우카의 기뻐하는 얼굴이 더 보고 싶었던 나는 재차 말을 이어갔다.


"후우카가 만든 키슈는 「처음」 먹어봤지만 정말 맛있어! 달콤한 맛에 야채의 풍미가 어울려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에......."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후우카의 웃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가 당황하자 후우카의 눈썹이 금방 내려앉고 눈동자에 눈물이 번지기 시작한다.


"이, 이거....... 선생님이 「항상」 맛있다고 먹어주신 요리라구요.......? 선생님이 제 요리를 매일 먹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선생님의 식사를 제가 준비하게 됐고........"


"앗."


"선생님이 밤늦게 게헨나의 기숙사에 보내는 것도 미안하니까 라며, 도, 동거를 제안해주셔서....... 정말 기뻐서...... 그래서 선생님이 맛있다고 해주신 이 키슈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만들었는데........!"


"아앗."


완전히 긁어 부스럼이 되어버렸잖아! 눈물의 제방이 무너져 울음을 터뜨린 후우카는 밀폐용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용기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응접실에 울리지만 이내 학생들의 소란에 삼켜져버린다.


"너무해요, 너무하세요, 선생님........! 저, 선생님께 요리를 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고.......! 매일 선생님과 식탁을 같이 해서 너무나 행복했는데......! 흐아아아아앙.......!"


"후우카 선배!"


완전히 쓰러져 정신없이 울기 시작한 후우카의 곁으로 주리가 황급히 다가간다. 후우카를 돌보는 주리를 보고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주리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선생님!"


"ㄴ, 네!"


힘찬 목소리로 주리가 나를 부른다. 무심코 자세를 바로하고 대답한 내게 주리가 다가왔다.


"........이걸 드셔 주세요, 선생님!"


"어?"


주리가 앞치마 주머니에서 랩에 싸인 무언가를 꺼내 이쪽으로 내밀었다. 손 위에 올려진 「그것」은 보라색 네모난 물체에서 촉수 같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랩을 부풀리고 있었다. 마치 공포게임에 나오는 크리처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


"저, 저기, 주리, 이건......?"


몇 번의 루프를 반복한 경험에서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일단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계란 샐러드 샌드위치예요! 제가 만들었어요!"


"........샌드위치? 뭐, 샌드위치!!??"


이 촉수가 금방이라도 랩을 뚫을 듯이 꿈틀거리고 있는 물체가!? 시커먼 기운을 내뿜는데다 기묘한 소리까지 내고 있는 이 화합물이!? 여태껏 봐왔던 주리's 키친 중 제일 심한데!


"어, 어째서 지금 샌드위치를 먹어야 할까!?"


"선생님은 제가 만든 요리를 맛있다고 먹어주셨어요! 지금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요리를 먹으면 후우카 선배나 저 이외에도 여러가지 떠오를지 모르니까요!"


"내가 주리의 요리를 맛있다고 먹었어!? 아니 잠깐, 나는 요리를 먹고도 무사했던거야!? 오체만족이었어!?"


나에겐 주리의 요리를 먹으면 의식을 잃거나 피를 토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내 질문에 주리는 고개를 갸웃한다.


"선생님은 전부 드셔 주셨었는데요? .......그때는 제 요리를 모두가 책망해서 침울해져 있었어요. 그래도 선생님은 주리의 요리는 맛있다고 남김없이 먹어주시고...... 그 다음부터는 선생님의 식사를 제가 매일 준비하게 되어서. 마치 신혼부부가 아닐까....... 에헤헤."


"그 시간축의 나는 인간을 그만두기라도 한 거야!?"


뺨에 손을 얹고 헤실거리는 주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주리의 요리를 어렵지 않게 전부 먹었다는 나의 존재에 그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이전에 다른 시간축에서 주리가 손수 만든 요리를 본 게마트리아 멤버들이 모두 경외하던 걸 보았기 때문이다. 검은 양복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요리를 보고 망가진 로봇처럼 「어째서?」를 반복하고 있었고, 마에스트로는 「심상치 않은 신비다!」라며 대흥분, 골콩트는 「이건 반드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싶다」라며 흥미진진해 했고 데칼코마니는 「세상에!」라며 어조가 무너지고 있었다. 베아트리체? 그녀는 주리가 손수 만든 요리에 포식당해 녹아내리고 있었지.


"그 후에는 선생님과 같은 방에서 살게 됐고, 가족도 잔뜩 생기고...... 그래서 다시 선생님과 후우카 선배와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족!? 가조옥!?"


학생에게 손을 댄 끝에 임신시키지 말라고!!!


"그러니 선생님, 부디 제 요리를 드셔주세요! 괜찮아요, 선생님. 여기 오기 전에 공원에서 살고 있는 로봇에게 음식을 나눠줬더니 너무 맛있어서 금방 잠들었으니까요!"


"소, 소확행――!?"


세상에, 주리의 요리가 키보토스에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어. 이대로 가다가는 주리가 총력전의 토벌 대상이 되어버리잖아!


"자, 여기요. 선생님!"


"으윽......."


함박웃음으로 샌드위치를 내미는 주리. 나는 샌드위치에서 뻗어나온 촉수가 랩을 찢는 광경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한 채 물러섰다.


솔직히 말하면 주리의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 것 자체에는 기피감이 없다. 단지 과거 주리의 손수 만든 요리를 먹고 일어난 「비극」이 머리를 스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선생님, 또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봤어요! 드셔보세요!』


『고마워, 주리! 잘 먹겠습니다! 냠냠....... 윽!? 으극.......』


『선생님!? 선생님―――!!!』


......그렇게 나는 힘이 다하고 하나의 시간축을 헛되이 했던 과거가 있었다. 그 시간축의 주리, 내가 쓰러진 뒤에는 괜찮았으려나.


그런 경위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간축이 막 시작되었는데 그것을 헛되이 하고 싶지는 않다. 주리의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 건 너무 위험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리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받아들고는,


"......미안, 주리! 샌드위치는 나중에 맛있게 먹을게!"


"선생님!? 어디가세요, 선생님!!!"


나는 샌드위치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이쪽으로 손을 뻗는 주리와 울음을 터뜨리는 후우카를 두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미안, 주리, 후우카, 나중에 속죄는 제대로 할게......!




"큭....... 학생의 부탁을 무시하고 도망치다니, 나는 정말 최악의 인간이야......!"


급양부의 두 사람에게서 도망친 나는, 자신이 취한 행동을 책망하고 있었다. 사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학생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논외일 텐데. 게다가 학생들은 하나같이 나와 사귀거나 동거했다고 한다. 내가 모르는 「나」는 정말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그리고 나는 후회의 바다로 빠져든다. 그런 나의 두 팔을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감촉이 감쌌다.


"야호, 선생님~"


"선생님, 오랜만...... 이라고 해도 여기서는 처음 보는 거였나? 복잡하네."


"너희들은....... 키라라랑 에리카?"


내 두 팔을 껴안은 것은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키라라와 에리카라는 게헨나 학생이다. 확실하다면 이라는 모호한 발언을 한 것은 나 자신은 그녀들과 교류한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 샬레 당번이 된 적도 없을 텐데.


"음, 그게....... 무, 무슨 일이야, 두 사람 다. 갑자기 이렇게 붙어서는."


양팔에 전해지는 부드럽고 출렁이는 감촉에 그만 몸이 굳어지고 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긴장하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더욱 밀착했다.


"무슨 일이냐니...... 선생님 너무한 거 아냐?"


"우리 사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


"우, 우리 사이라니 무슨 얘기려나.......?"


어째서일까, 그녀들이 나를 통해 다른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맹렬히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는...... 선생님, 학생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하는 거야? 변태~"


"그렇게 모른 척 하다니, 너무한 사람이네."


"네?"


당황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은 다시 몸을 밀착시켜 왔다. 두 사람이 얼굴을 귓가에 대고 귀에 간지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우리들...... 잔뜩 야한 짓 한 사이잖아."


"나로 잔뜩 해버린 주제에."


"!?!?!?"


키라라와 에리카가 전한 충격적인 사실에 놀란 나머지 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내가 이 둘과 육체적 관계를? 뭐, 내가!?


"선생님 상냥해 보였으면서 엄청 짐승이었지~ 하루종일 할 때도 있었고~"


"점점 장소도 가리지 않게 됐으니까, 정말 야만적인 느낌. 아, 큰일이네, 생각만으로 살짝 젖었을지도......."


"!?!?!?!?"


두 사람의 입에서 잇달아 튀어나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나는 졸도할 것 같다. 현기증에 쓰러질 것 같지만 두 사람이 두 팔을 껴안고 있는 것도 있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선생님에게 고백해도 말이야, 결국은 에리카랑 함께 했단 말이지. 선생님도 정말로 짐승이었구."


"맞아맞아. 나 혼자선 못버텼으니까, 키라라쨩도 끌어들여야 겨우라는 느낌? 선생님 엄청나서 완전 웃겨――"


"짐승..... 내, 내가 짐승......."


두 사람이 알고 있는 「나」라는 녀석은 사명을 잊고 학생과 안이하게 육체적 관계를 맺고 성행위에 몰두하는 쓰레기였던 것 같다. 내가 모르는 「나」에게 전율을 느끼고 있는데 키라라가 「아, 그치만」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처음 선생님을 덮친 건 우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고백해도 뒤돌아보지 않는 선생님에게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려서, 해버렸어☆"


"그때의 선생님은 엄청 고지식해서 큰일이었지. 하지만 선생님 약하니까 간단하게 당해버렸지만."


"선생님 완전 잡몹 같은 느낌. 한번 하고 난 뒤부터는 선생님이 요구해대서 큰일이었지."


".......저기, 죄송한데 그렇게 몇 번이나 약하다느니 잡몹이라느니 하지 말아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키보토스에서 허약하고 학생들에게 보호 받는 걸 항상 신경쓰고 있는데! 눈물 짓는 나를 보며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몸을 더욱 꽉 내게 밀어붙였다.


"아, 미안, 선생님. 하지만 약한 선생님은 귀여우니까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혹시 선생님 상처 받았어? 그럼 사죄의 의미로...... 여기서 할까?"


"아, 혹시 보여줘서 과시하자는 거? 에리카 제법이잖아! 나도 끼워줘~"


"이런 인파 한가운데서 할 정도로 윤리관 버리지 않았거든 나는!?"


위, 위험해. 두 사람의 눈이 완전히 죽어있고 열기가 감도는 시선이 느껴져. 이대로는 확실히 먹힌다......!


"그럼 선생님, 일단 키스 할까......?"


"아니면....... 입보다 다른 곳에 키스 해줬으면 좋겠어......?"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며 나에게 다가오는 키라라와 에리카. 그녀들의 숨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히고,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냄새가 내 정욕을 자극해왔다. 키라라는 풍만한 가슴을 더욱 강하게 내게 들이대고, 에리카는 자신의 다리를 내 다리에 휘감으며 거리를 좁혀온다. 하지만 나를 유혹하는 이 행위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선생님으로서의 위기감에 불을 지피고 말았다.


".......우."


"우?"


"왜 그래, 선생님?"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으왓!?"


"꺅!?"


극한상황의 괴력마냥 전력을 낸 나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의 구속을 뿌리쳤다. 자유를 되찾은 나는 이 자리에서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선생님이야! 그러니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다고오오오!!!"


"어디 가는 거야, 선생님! 기다려!"


"여기까지 와서 방치라니 그러기 있어!?"


제지하려는 키라라와 에리카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나는 이 자리를 떠난다. 두 사람의 감촉을 아쉽다고 생각해 버린 자신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나는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여기까지 오면........ 으악!?"


키라라와 에리카의 곁에서 도망친 나는 멈춰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깨로 숨쉬며 잃어버린 산소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갑자기 내 몸에 무언가 휘감겨 구속되고 말았다.


"여, 선생, 보고 싶었다네! 처음 보는 것일 텐데도 초면이 아니라는 건 실로 이상한 감각이군!"


"선생님~! 보고 싶었어~!!"


"카스미!? 메구!?"


자유를 봉쇄당한 내 가슴팍에 『온천개발부』의 부원 『시모쿠라 메구』가 뛰어들었다. 그 뒤에서 부장인 『키누가와 카스미』가 구두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자세히 보면 그녀에게서 뻗은 꼬리가 내 움직임을 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음~~~! 선생님 냄새~......."


"자, 잠깐 메구 떨어져 줄래.......!"


"핫하하! 메구가 많이 따르잖나, 선생! 무슨 속임수를 쓴 거지?"


"남 듣기 안 좋은 소리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카스미!?"


나를 두 팔로 단단히 홀드한 메구는 그 몸으로 누르듯 달라붙어 내 가슴팍에 뺨을 문지른다. 키라라나 에리카와는 또 다른 여체의 감촉에 긴장하는 나를 카스미가 히죽히죽 웃으며 방관하고 있었다.


"이건 둘 다 그건가,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는 느낌이지!? 그건 기쁘지만 역시 이 거리감은 좀.......!"


"그렇게 섭섭한 소리 하지 말아주게, 선생! 모처럼 감동의 재회가 아닌가! 좀 더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도 벌 받지 않는......"


나는 카스미를 설득해 메구를 떼어내려 시도한다. 하지만 정작 그 카스미는 히죽거리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피하기만 한다. 하지만 그런 카스미의 여유로운 표정이 한순간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선생님....... 으음......."


"읍!?!?!?"


"......어이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메구가 내 입술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린쨩과는 전혀 다른 혀를 섞는 딥한 키스를. 놀라움 가득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카스미가 시야 끝에 비친다.


"으음, 선생님, 음."


"메, 메구......! 읍!"


"흐음, 그렇구만......."


"카스미 멈......!"


어떻게든 메구를 떼어놓으려 시도해도 메구는 심상치 않은 힘으로 나를 꽉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도 카스미의 꼬리에 구속되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거기에 메구의 진한 키스 때문에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 나간다. 카스미에게 살려달라고 필사적으로 시선을 보내도 그녀는 뭔가 음모를 꾸미는 얼굴로 내 SOS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선생님...... 좋아, 너무 좋아......."


"메구......윽!"


완전히 허리가 풀려버린 나는 메구에게 안긴 채 그대로 쓰러져 바린다. 쓰러지기 직전 카스미의 꼬리가 나에게서 떨어지고 자유를 되찾은 나는 메구를 안고 등을 지면에 강하게 부딪쳤다. 통증으로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우왓! 선생님,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아야야...... 괘, 괜찮아, 메구. 조금 등을 부딪혔을 뿐이니까......."


"미, 미안해 선생님......!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에헤헤."


쓰러진 내 위에 그대로 덮힌 메구는 내 신음을 깨닫고 황급히 입술을 뗐다. 눈썹을 떨구고 불안한 모습으로 내 몸을 걱정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미소를 지어 문제없다는 걸 그녀에게 어필해 본다. 나의 미소에 안도한 메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수줍은 듯한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좋아, 메구. 그대로다!"


"카스미!?"


"어, 부장?"


그러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카스미가 드러누워 쓰러진 내 위로 올라탄 것이다. 2인분의 체중이 나에게 실리긴 해도 카스미가 작은 것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다.


"왜, 왜 그래 카스미! 이대로는 일어날 수 없다구!"


"감동의 재회를 축하하기 위한 바디 커뮤니케이션이야, 선생! 나라고 해도 꽃도 부끄러워할 나이의 소녀니까, 마음에 품은 상대와 접촉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건 전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겠지?"


"뭐."


카스미의 얼굴이 바짝 다가온다. 자신만만한 표정이 일반적인 그녀로서는 보기 드물게도 살짝 수줍은 듯한, 뺨에 주홍빛이 도는 카스미의 얼굴을 보고 무심코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았다.


"게다가 소문대로 선생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 예전...... 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지만 나와 선생은 키보토스 내의 원천이라는 원천은 다 파헤쳤었지! 그래서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학원도시를 유례없는 온천도시로까지 발전시킨 거야!"


"나는 또 테러리스트에게 가담하고 있었어!?"


"테러라니 듣기 안 좋게! 온천도시로 변모한 키보토스는 정치, 경제 등 온갖 문제를 해결한 문자 그대로의 낙원에 이르렀다고, 선생! 아아, 선생과 머리를 맞대고 밤낮으로 온천 개발 계획을 짜던 그날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야!"


나는 반짝이는 표정으로 말하는 카스미를 보며 다른 시간축의 내가 또 저질렀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내 심정은 전혀 모르고 카스미가 그 단정한 얼굴을 더욱 이쪽으로 들이민다.


"물론 나와 선생은 「해야 할 일」은 끝낸 사이다! 이 작은 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정욕을 드러내는 그 모습은 평소 성인군자 다움이 흐릿해질 정도의 야만성이었어!"


".......만약 이루어진다면, 그 「나」를 자신의 손으로 묻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야."


"그런 뒤숭숭한 소리 하지 말라고, 선생! 메구도 그렇겠지? 재회하자마자 입맞춤을 밀어붙이다니, 상당히 「개발」당한 게 틀림없을 게야!"


"응! 선생님이랑 부장이랑 나랑, 온천을 잔뜩 파서 말이지! 여러 온천을 즐기고! 선생님에게 기분 좋은 거 잔뜩 배웠어!"


"핫핫하! 역시 선생! 메구도 제대로 개발이 끝난 모양이군!"


"선생님도 나도 기분 좋은 일만 해버렸더니, 눈치챘을 땐 아이가 잔뜩 생겼어! 9명이나!"


"무책임한 가족계획의 말로!"


"9...... 그, 그 정도의 관계일 줄은, 역시 예상 밖이군."


카스미의 뒤에서 얼굴을 비춘 메구는 빛나는 미소로 내가 모르는 추억을 말하고 있다. 마침내 아이까지 나온 사실에 내가 말문이 막힌 가운데 메구가 갑자기 앗! 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메구? 무슨 일이야?"


"음, 그게 말이지, 선생님과 했던 기분 좋은 일을 떠올렸더니 왠지 몸이 달아올라 버렸어. 으~ 못 참아!"


"흐악!?"


뺨이 붉게 상기된 메구가 갑자기 겉옷을 벗어던졌다. 카스미가 메구 앞에 있는 덕분에 내쪽에선 어떻게든 그녀의 나체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이쪽을 보는 눈은 분명 정욕에 들떠 있다.


"이런이런, 대담하지 않은가, 메구! 흠, 부원에게만 몸을 쓰게 해서는 온천개발부 부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여긴 말 그대로 나도 한꺼풀 벗고 나서도록 할까!"


"스톱!!"


갑자기 새빨간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 카스미의 팔을, 나는 필사적으로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다지 저항하지 않는 카스미에게 의문을 느끼자 카스미가 히죽거리며 의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메구. 선생의 두 팔은 내가 막아놨다! 마음껏 선생에게 귀여움 받도록!"


"응!"


"아차!"


아무래도 카스미는 처음부터 내 양팔의 자유를 빼앗는 걸 목적으로 와이셔츠를 벗으려 했던 모양이다. 감쪽같이 카스미의 책략에 걸린 나는 메구의 움직임을 막지도, 그렇다고 카스미의 팔도 놓지도 못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왜 카스미는 메구에게 나를 덮치게 하려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서!?"


"대답은 간단하지, 선생! 기정사실을 만드는 거다! 기정사실만 만들어 버리면 선생은 그 학생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테니 말야!"


"기정......! 그, 그렇다고 해도 이런 건 잘못된 거야! 다시 생각해, 카스미, 메구!"


"잘못된 건 애초에 어느 쪽일까, 선생! 나와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선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정말 말할 수 있으려나!"


"뭐......!"


순간, 아주 순간이지만 카스미의 표정이 비애로 흔들린 것 같아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메구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교복 상의를 벗어버린다. 위험해, 이대로는 학생과 기정사실을 만들어 버려. 나는 성욕에 휘둘리는 짐승이 되고 싶지는 않아.......!


"포기하는 게 어때, 선생! 어차피 받아들여 버리면 의외로 기분 좋다고! 편해지는 거야!"


"크윽......! 어, 어떻게 해야......!"


시야 가득 펼쳐진 카스미의 얼굴 뒤에서 메구가 달그락거리며 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든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중, 과거 자신의 눈으로 본 광경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판사판이었던 나는 메구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메구!"


"으응..... 뭐야, 선생님?"


에잇, 요염한 소리 내지 말아줘!


"주위를 잘 봐, 메구! 지금의 메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있어!"


"어? ..........아!?"


내 말에 멍한 반응을 보인 메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얼굴을 삶은 문어처럼 붉히며 자신의 두 팔로 드러내고 있던 가슴을 필사적으로 가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다행이다, 도박에서 이겼어.......!"


"아우우.......!"


"왜 그러나, 메구! 마치 처녀 같은 반응을 보이고는......!"


"카스미는 모르는구나. 메구는 나와 단둘이라면 팍팍 다가오지만 주위에 사람의 눈이 있으면――순식간에 순정녀가 되어버린다는 걸!!!"


"뭐, 뭐라고――!?"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광경, 그것은 카페에서 무심코 메구의 머리를 쓰다듬어 버렸을 때의 한 장면. 나에게 쓰다듬 받은 메구는 기분이 좋아 보였지만 카페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감지했는지, 순간 귀까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미소를 짓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나와의 혼욕을 강요한다거나 하는 메구의 수치심 포인트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부끄러워하는 부분을 마음껏 활용하도록 하지!


"이대로는 메구의 벌거벗은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게 될걸? 그것만이 아냐, 아까 키스도 다들 봤을지도!"


"아우우....... 보, 보지마.......!"


"무, 무슨...... 나도 메구와는 오래 함께한 사이지만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건 처음 보는데! 역시 선생, 학생들의 약점은 전부 파악했다는 건가!"


"듣기 안 좋은 소리 좀 안 해주면 안될까?"


식은땀을 한줄기 흘리는 카스미 뒤에서 메구는 자신을 끌어안는 듯한 모습으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몰아붙여서 카스미를 치워버리자!


나는 메구를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풀 회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메구, 자 일단 옷부터 입고 내 위에서 내려갈까? 괜찮아, 지금이라면 아직――"


하지만.


"――뭐, 진정하라고, 메구."


마치 내 설득을 가로막듯이 카스미가 말을 덧씌운 것이다. 카스미는 내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려고 말을 이어나간다.


"언제나 온천개발이라고 뛰어다니는 너답지 않잖나. 메구. 봐라. 우리 눈앞에 있는 이 선생을. 이 선생은 말하자면 아무에게도 「개발」되지 않은, 손이 닿지 않은 원천. 그것을 온천개발부인 우리가 보고 넘어간다는 건가?"


"부, 부장......!"


큰일이야, 카스미의 부추김으로 메구의 수치심이 덮어씌워질 거 같아! 카스미의 입을 막아야 해!


"카, 카스미, 잠깐."


"평소와 하는 일은 다르지 않아. 뭐, 다소 사정이 다를 뿐. 선생이라는 원천을 흡족할 때까지 함께 개발하도록 하지, 메구!"


"응! 알았어, 부장!"


카스미의 교묘한 화술로 메구의 개발혼에 불이 붙어 완전히 수치심을 덮어쓰고 말았다! 이쪽을 보는 메구의 눈동자에서 열정이 사라지고 대신 반짝이는 원동력이 넘쳐흐른다.


이대로 카스미의 독무대를 용납할 수 없다며 나도 황급히 입을 연다.


"메구, 내 말을 들어줘!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흡!?"


어떻게든 메구를 제지하기 위해 나는 말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카스미의 손에 의해..... 아니, 그녀의 「입」에 의해 저지당하고 만다.


"으읍......."


――카스미가 내 입술을 억지로 빼앗았기 때문에.


"읍, 으읍!?"


단지 입술과 입술을 맞대기만 하는 심플하면서도 달콤하고 음탕하며 문란한 행위. 소녀 특유의, 카스미의 냄새가 내 비강을 간지럽히면서 내 사고 능력은 완전히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푸하. 흠..... 과연, 선생과의 입맞춤은 꽤나 버릇들 거 같은 중독성이 있군. 후훗, 선생에게 푹 빠졌던 다른 「나」의 심정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어."


"아! 부장, 치사해!"


"너도 나보다 먼저 선생과 즐겼잖나, 메구. 게다가 꽤 딥하게. 조금쯤은 나도 즐겨도 괜찮겠지."


"으...... 그럼, 평소처럼 같이 즐기자, 부장! 온천을 파면 항상 둘이서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군, 그러도록 할까!"


"아, 아히익......."


안 돼. 카스미의 키스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머리도 혀도 안 돌아가. 의기투합하기 시작한 두 사람을 의식이 멍해진 나로서는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욕의 열기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메구와 카스미의 눈동자가 나라는 원천을 완전히 포착, 록온한다.


"자, 개발의 시작이다, 메구!"


"라져, 부장! ――꺅!?"


카스미의 명령으로 메구가 내 바지 벨트를 풀려던 그 찰나, 요란한 총성과 함께 메구의 몸이 크게 옆으로 날아갔다. 나도 카스미도, 아니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총성이 들린 쪽으로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서, 서서, 선생님에게서 떨어져, 이 짐승―――! 으아아아아아!!!"


거기에 있던 건 샷건 블로우 어웨이를 겨누고 난사하며 이쪽으로 돌진하는 『이구사 하루카』였다. 샷건의 둔탁한 총성이 연거푸 내 고막을 떨게 만든다.


"잠깐, 총을 난사하면서 이쪽으로 돌진하지 말라고――커흑!?"


"히익!"


반광란 상태로 총을 난사하는 하루카에겐 카스미의 제지가 닿지 않았고 산탄에 삼켜진 카스미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산탄의 일부가 내 주변 바닥에 파고드는 바람에 그만 한심한 비명을 지르고 만다.


"총성......!? 풍기위원 각원, 행동개시! 선생님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정의실현위원회, 저희도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을 저희가 보호하겠습니다!"


"노아, 드론 부대를 전개해! C&C에도 출동요청을......아니, 이미 없잖아......."


"선생님의 몸은 소녀가 반드시 지키겠사와요!"


하루카가 쏜 총탄에 의해 단숨에 긴장감에 휩싸이는 응접실. 각 학교 자치조직이 저마다 움직임을 보이려 하는 가운데 그 떠들썩한 틈을 타 다부진 목소리가 내 고막에 들려왔다.


"――무츠키, 카요코! 작전대로 하는 거야!"


"아하하, 간다!"


"......알았어."


목소리의 주인――『리쿠하치마 아루』는 내 옆에서 멈춰서더니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응하듯 아루의 동료이자 부하이기도 한 흥신소 68 멤버, 『아사기 무츠키』와 『오니카타 카요코』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쿠후후, 에잇!"


즐거운 듯이 웃음소리를 흘리며 무츠키가 자신이 든 가방을 크게 휘둘렀다. 활짝 열린 개구부에서 다수의 「뭔가」가 튀어나오더니 내 주위에 강력한 작렬음을 일으킨다.


"우왓!?"


"큭, 폭탄인가요, 이건!?"


".......아뇨, 이건 그냥 폭죽일 뿐입니다!"


무츠키가 내던진 「뭔가」――폭탄이 아닌 폭죽이 내 주위에서 작렬해 이곳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의 접근을 막는 모습이었다. 내가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에 멍해져있는 가운데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댄 아루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선생님, 귀를 막아."


"어?"


아루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하면서도 귀를 막으려던 내 옆에서 카요코가 탄식 섞인 중얼거림을 흘린다.


"하아...... 간다, 사장."


귀를 막은 내 시야에 천천히 왼팔을 드는 카요코의 모습이 비친다. 그 왼팔 끝에는 권총 데몬스 로어가 쥐어져 있었다. 사일렌서를 뺀 상태로.


순간, 카요코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충격마저 동반한 거대음향. 귀를 막고 있던 나에게조차 그 굉음이 전해지고 공기의 격렬한 진동이 가차없이 꽂힌다.


"다들, 선생님을 데리고 탈출하겠어! 하루카는 더 이상 쏘지 않아도 괜찮아!"


"용서못해 용서못해 용서못해....... 앗! 아, 알겠습니다, 아루님!!!"


총성을 제대로 듣고 움직이지 못하는 학생들을 곁눈질하며 내 손을 끌고 아루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 뒤로 무츠키와 카요코, 뒤늦게 하루카가 이어진다.


"큭, 굴착음보다 시끄러운 총성이 있다니....... 아...... 이거이거, 풍기위원장! 건승한 모습이라 다행...... 잠깐! 말없이 총을 들이밀지 말아주게! 우리에게는 언어라는 훌륭한 발명이 있으니 여기선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앗."


당황한 기색으로 누군가에게 설득을 시도하고 있는 카스미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응접실을 나서게 됐다.......




아루에게 팔을 잡혀 응접실을 뛰쳐나온 나는 생텀 타워 내의 인적이 없는 복도까지 끌려와 있었다.


"후우....... 무사히 잘 됐네! 선생님, 다친 곳은 없어?"


내 팔을 놓은 아루가 무사함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이쪽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루의 단정한 용모와 롱헤어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로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시야 끝에서 무츠키가 히죽거리며 쳐다보는 거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어, 음. 나는 괘, 괜찮아. 아루. 너희들은 다치지 않았어?"


"저 정도의 아수라장,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우수하니까!"


"서, 선생님은 제 몸까지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께 불필요한 걱정을 끼쳐버려서!"


"쿠후후, 조금 덜 즐겼을지도~?"


".......그 정도의 멤버들을 상대로 무사히 뚫고 나왔고, 결과는 훌륭하네."


나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질문에 4인4색의 대답을 보여준다. 아루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하루카는 왠지 연신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무츠키는 여느 때와 같은 소악마 같은 귀여운 미소를 짓고, 카요코는 언뜻 보기엔 표정에 변화가 없는 거 같지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역시 흥신소 68라고 할까, 다수의 아수라장을 빠져 나왔다는 건 거짓이 아닌 것 같다.


"다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고마워 아루. 이대로 메구와 카스미에게 덮쳐졌다면 대체 어떻게 됐을지......."


"감사할 필요는 없어, 선생님. 파트너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파, 파트너 말이지. 응, 고마워......."


아루가 말하는 파트너라는 말에 굉장히 싫은 예감이 들었지만 여기선 굳이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하지 않는 법.


"그건 그렇고~ 선생님이 덮쳐졌을 때 주변의 반응이 재미있었지~! 다들 도우러 가고 싶지만 서로 견제하느라 한 발짝도 움직이질 못하던 걸!"


"......설마 하루카가 제일 먼저 뛰쳐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라, 사장의 명령은 아니었지?"


"여, 여여여, 역시 여러분에게 폐가 됐었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어서 사죄를――"


"스톱! 스톱이야, 하루카! 하루카는 잘 해줬어! 오히려 이번 MVP는 하루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MVP.......? 제가, 말인가요......? 그럴 수가, 저에겐 엄청 과분한 이야기.......!"


.......뭐랄까. 그동안 정욕에 들뜬 학생들만 봐서 그런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흥신소 68 모두에게 조금 훈훈함을 느꼈다. 역시 학생은 학생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게 최고지, 응!


"그건 그렇고 선생님? 여기까지 데려오기도 했고, 그....... 이야기해 두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


"어? 이야기할게 뭔데?"


"그, 그건 물론 그거야! 그게, 아까도 말했지만 선생님은 파트너잖아? 흥신소 68의 담당 고문으로서도 그렇고, 이...... 인생의 파트너로서도, 그........"


"에!? 선생님은 무츠키쨩의 파트너인데~!?"


"하아....... 역시 소문은 사실이었던 걸까. .......나 같은 여자, 선생님의 기억 한 구석에도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 아, 그, 서, 선생님은 저랑...... 그, 그렇죠. 선생님이 저 따위를 선택해 주신 건 꿈에 지나지 않았겠죠......."


"내 몇 초 전의 감동을 돌려줘."


아무래도 흥신소 68의 모두에게도 「나」와 밀월의 기억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체 나는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모두의 말을 기다린다.


"소문.......? 카요코, 소문이란 게 무슨 얘길까......?"


"무슨 얘기라니...... 못 들었어, 사장? 선생님의 기억이 일부 상실됐다거나 선생님이 여러 사람과 교제한 것 아니냐는 소문."


".......뭐."


"쿠후후, 그렇지, 아루쨩. 선생님을 앞에 두고 멋부리기나 복장을 체크하느라 정신 없어서 소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는 걸~?"


"뭐뭐뭐뭐, 뭐라고오!!!???"


"기, 기억상실이셨나요, 선생님!? 어, 어어어, 어쩌면 좋아......! 쏘, 쏘면 될까요, 아니면 폭파를......!"


"기억상실이야 어쨌든 여러 사람과 교제라니 무슨 얘기!? 그런 건 전혀 기억에 없는데!?"


나의 소문을 발단으로 제각기 떠들어대기 시작하는 흥신소 68 멤버들...... 그렇달까 주로 아루와 하루카. 나도 내가 여러 사람과 교제한다는 소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는데, 다급한 모습의 아루가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잊어버린 거야, 선생님!? 나와 선생님, 그리고 다같이 손잡고 흥신소 68를 블랙마켓 제일, 아니 키보토스 제일의 일류기업으로까지 발전시켰다는 걸!"


"그건 이제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경영고문이지!?"


"일류기업에 도달한 그때, 야경이 보이는 호텔에서 선생님이 나, 나에게 사, 사랑의 말을 속삭여줬잖아! 데이트도 동거도 끝낸 사이라고! 물론 그...... 남녀의 일도......."


"야경이 보이는 호텔이라든가 질척질척해!"


"으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줘, 선생님......!"


평소의 강경한 여사장(본인왈)의 표정은 어디갔는지, 한창 때의 소녀 같은 얼굴로 눈물을 보이는 아루에게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루의 눈물을 앞에 두고 내가 할 말을 찾고 있는데 등을 힘껏 잡아당기는 이가 있었다. 등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엔.


"무츠키? 왜, 왜 그래?"


".........딱히~"


기분이 좋지 않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무츠키가 내 옷을 붙잡고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하기 직전의 화약고라고 할까, 무츠키에게서 위태로운 기색을 느끼고 내 뺨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도 너무하단 말이지~ 무츠키쨩을 억지로 덮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 몸을 마음대로 했으면서 말이야...... 아루쨩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니."


"바람!? 선생님, 무츠키와 바람 피우고 있었어!?"


"잠깐 기다려, 바람이고 뭐고 난 누구와도 사귀지 않았다니까!"


"......그런가. 선생님은 나 같은 거와 사귀었던 일, 없었던 걸로 하고 싶었던 거네. 선생님은 그걸 원했던 거구나."


"카요코!?"


그렇지 않아도 엉망진창인 상황에 카요코까지 가세하고 말았다. 감정 기복이 적은 카요코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분명할 정도로 슬퍼하고 있다.


"......함께 라이브를 보러 가거나, 따뜻한 식탁에 둘러앉거나...... 단둘이 있을 때는 귀여워해 주거나 해서. 나로서는 꽤...... 아니, 굉장히 기뻤지만.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이었나봐."


"카요코의 슬퍼하는 얼굴, 엄청 마음에 찔려!!!"


"그럴 수가...... 무츠키뿐만 아니라 카요코까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니......! 선생님,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말해줘!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아루는 의외로 무거운 성격이네!? 그건 그렇고 아루에게 불만 같은 건 없어! 정말로!"


"......흥이다. 그렇겠지. 선생님에게 있어서 나는 몸「뿐인」 관계 인걸~ 아아~ 선생님에게 더럽혀지고 버려졌어!"


"제발 무츠키는 남 듣기 안 좋은 말 하지 말아줘!"


세 명이 바람이다 뭐다 말하기 시작한 이 상황에 나는 머리를 싸매고 만다. 아루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쪽을 잡아당기고, 무츠키는 외면한 채 엄청 기분 나쁘다는 어필, 카요코는 눈을 내리깔고 슬픈 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이곳은 인기척 없는 통로, 나는 스스로 이 자리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떄의 나는 세 사람에게서 책망받으며 깜빡하고 있었다.


......흥신소 68은 「4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사실을.


".......그, 그렇죠. 저 같은 사람이 선생님과 하, 함께 살다니. 그런 건 너무 저에게만 좋은 이야기인걸요. 꿈, 전부 꿈이었어."


"하, 하루카.......?"


흥신소 68의 평사원인 하루카가 복도 구석에서 음울한 아우라를 흩뿌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하루카에게 말을 걸어봐도 그녀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과 함께 밥을 먹은 것도, 선생님과 함께 누운 것도, 선생님이 저를...... 에헤, 에헤헤. 저 따위가 그런 행복으로 가득 찬 꿈을 꾸다니.....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하루카!?"


대답해주지 않는 하루카를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샷건의 총구를 입에 쑤셔넣었다! 아루와 무츠키가 옷을 잡아당기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하루카에게 달려가 그녀의 흉행을 멈추려 했다.


"선생님, 내 잘못된 부분은 전부 고칠게! 물론 진정한 무법자도 될 테니까! 그러니 날 버리지 말아줘......!"


".......흐응. 선생님은 나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아루쨩이랑 카요코쨩이랑 하루카쨩하고도 관계를 가져버렸구나. 무츠키쨩, 웃을 수 없는 장난은 엄청 싫어하는데 말이야."


".......괜찮아, 선생님. 나 같은 건 신경쓰지 말고 하루카를 아껴줘. 나는...... 괜찮으니까. ......미안, 이쪽 보지마......!"


"서, 선생님, 놔주세요. 저는 살아선 안 돼요. 죽을게요!"


"잠깐, 아루도 무츠키도 카요코도 한꺼번에 말해봐야 못 알아들으니까 말야! 그리고 하루카는 일단 총을 빼고! 아 진짜, 흥신소 68, 의외로 사랑이 무겁네!!!"


상황은 혼돈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흥신소 68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나는 꼼짝 할 수 없게 됐고 나 자신도 하루카를 말리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타개책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 이제 만사휴의라고 체념할 뻔했던 그때.


"――선생님에게서 떨어져! 이 규칙위반자 놈들!"


갑자기 인기척 없던 복도에 날카로운 총성이 울렸고, 총알 한 발이 아루의 뺨을 스쳤다. 총성이 들린 쪽으로 한 학생이 은발 트윈테일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광경이 포착된다.


"이오리!? 이오리잖아!"


"흥신소 68! 선생님을 유괴하다니, 오늘만큼은 놓치지 않겠어!"


총을 겨누며 이쪽으로 향하는 건 게헨나의 자치조직 『풍기위원회』의 멤버 『시로미 이오리』였다. 그녀의 뒤로는 다수의 풍기위원회 멤버들 모습이 보인다. 이오리의 말로 미루어 보아 내가 흥신소 68에 유괴 당했다고 판단하고 풍기위원회로서 쫓아 온 것 같다.


"켁, 풍기위원회......! 정말이지, 딱히 이럴 때 오지 않아도 되잖아!"


"어떻게 해, 아루쨩? ......무츠키쨩, 엄청 기분 나쁘니까 화풀이하고 싶은 기분인데."


"......훌쩍. 풍기위원회만이라면 몰라도 다른 학원의 자치조직도 있는 이상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상책이 아니지."


풍기위원회의 습격에 흥신소 68의 멤버들도 대응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아루는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로 이오리를 노려보고, 무츠키는 검붉은 눈빛을 반짝이며 가방에서 경기관총 트릭 오어 트릭을 꺼낸다. 카요코는 눈물을 훔치며 사장인 아루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 총을 꽂고 있던 하루카는.


"아, 아아......! 저 때문에, 제가 일찍 죽지 않아서 아루님에게 방해를......! .......용서 못해, 저도, 아루님을 방해하는 무리도 전부 전부 전부!"


아직 자신의 세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풍기위원회의 등장으로 아까보다 히트업 하고 있다.


"하, 하루카? 풍기위원회가 습격해왔으니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하는데......."


"안심하세요, 아루님, 선생님! 전부, 전부 없던 걸로 할게요! 풍기위원회도 저도 전부 매장해버릴 테니까.......!"


"진정하자, 하루카!?"


아루의 제지도 헛되이, 완전히 폭주한 하루카는 품에서 뭔가 스위치를 꺼냈다. 떨리는 두 손으로 그것을 움켜쥔 하루카는 눈물 섞인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더니.


".......선생님, 저에 대한 건 바로 잊어주세요――"


"선생님, 엎드려!"


덧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줄기 눈물이 하루카의 뺨을 타고 흐른다. 위험을 알아챈 카요코가 내 몸을 밀어 넘어뜨려 시야가 심하게 흔들리는 와중에 하루카가 스위치를 강하게 밀어 누르는 광경이 눈에 비치고.


순간.


"우와아아아아!?"


우리가 있던 복도를 대규모 폭발이 강타했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이오리 일행은 함께 폭발에 삼켜졌고, 이쪽은 가까스로 직격은 피했지만 폭파의 충격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콜록 콜록....... 대, 대체 뭐가........"


나는 카요코 덕분에 폭파에 휩쓸리지 않았지만 폭파의 충격을 받은 탓에 의식이 몽롱했다.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며 머리에 통증이 퍼지고 호흡을 고르려 해도 분진이 흩날려 기침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모두의 무사함을 확인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일으켜 상황 파악에 힘썼다.


"으으......"


폭파에 정면으로 휘말린 이오리 일행이었지만 그래도 키보토스인, 큰 부상은 없고 의식을 잃는 정도로 끝난 것 같다.


"아야야...... 어느 틈에 폭탄 같은 걸......"


"히야~ 화려하게 했네, 하루카쨩......."


"다들 다친 덴 없어? 풍기위원회는..... 기절한 거 같네."


"......헉! ㅈ, 저 설마 죽지 못하고 살았나요......! 게다가 선생님까지 위험하게....... 이번에야말로 죽어서 사죄를......!"


흥신소 68 멤버들은 폭파의 직격은 면한 모양이다. 얼굴이나 교복은 흙먼지와 그을음으로 더럽혀져 있지만 큰 부상은 없는 것 같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하루카! 그보다 폭탄 같은 건 어느 틈에 설치한 거야!?"


"아, 아아아루님, 죄송합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도록 각 층에 폭탄을 설치해 뒀습니다!"


"잠깐, 이 층 말고도 폭탄이 있다는 거야!?"


"역시나 하루카쨩! 이참에 남은 폭탄도 기폭시켜 볼까!"


"무츠키도 부추기지 마!"


"준비성이 좋다고 할까...... 뭐, 풍기위원회의 녀석들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오케이려나."


"........잠깐 기다려봐. 이 빌딩의 수리비, 우리에게 청구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선생님을 마중하려고 사무실을 새로 마련해서 돈이 없는데!?"


그런 폭발이 있었음에도 흥신소 68은 여전히 평소대로였다. 모두에게 상처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데 아루가 내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한다.


"서, 선생님! 가급적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으니 우리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도록 하겠어! 그래도 안심해줘, 선생님은 나중에 꼭 데리러 올게!"


"응응! 선생님과는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잔뜩 있는 걸! 바람에 대해서 라든가."


"......소문의 진위야 어쨌든, 나도 선생님과는 또 만나고 싶으니까. 다음에 봐, 선생님."


"저, 저기, 그게! 여러가지로 선생님께는 나중에 사죄하러 올 테니까! 그때는 부디 제 몸을 해체해서 블랙마켓에 팔아주세요!"


제각각 나에게 한 마디씩 건네고 이 자리를 떠나는 흥신소 68 멤버들. 나는 말을 걸 틈도 없이 사라진 그녀들을 보고 멍하니 있는데 뒤에서 다수의 발소리가 다가오는 게 들렸다. 발소리 하나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나의 바로 옆에 멈춰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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