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호들갑도 유분수지. 무시하며 술이나 따르려는데 할배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었나?대체 뭔데? 이즈나가 뭐 어쨌다고?
"이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확실히 어린 년이겠지?"
"어? 어어. 어리다면 어린년이지."
"몇살인가?"
"이제 열다섯살이 조금 넘었어. 여고생이 보통 3년을 다니니까 학년으로 치면 1학년..."
"이런 미친!"
농담이 재미가 없다지만 욕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열다섯의 이즈나라고?"
그런데 할배는 내 농담에 놀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보게. 정신차려. 아직 동아리실에 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입부를 취소하란 말일세."
"취소라니? 이미 이주 전부터 우리 동아리실에서 살고 있는데?"
"이런 멍청한! 자네는 이즈나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모르긴 왜 몰라, 늘씬하고 귀엽고 잘 따르고... 생각해보니 잘 모르긴 하네.
"호들갑 그만 떨고 왜 그러는지 말이나 좀 해줘봐?"
"하아. 알겠네.. 기본적으로 이즈나는 암살 기술과 강한 체술을 타고나네."
"그거야 나도 알지."
"자, 그럼 잘 생각해보게. 단순히 살아가기만 해도 차크라가 인간들의 배 이상으로 커지는 이즈나가 열다섯이 넘으면? 내로라하는 닌자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경지에 오르네."
"어... 진짜?"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거기다 자네가 들인 이즈나가 열다섯이라면... 이미 호카게의 수준에 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듣다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그럼 왜 부원으로 뽑힌건데? 호카게의 경지에 올랐다면 백귀야행에 살고있는 이즈나가 단순한 부원뽑기에서 뽑힐 리가 없잖아."
"뽑힌 게 아니라 뽑혀준 걸세.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뽑혀줘? 대체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낀 게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거고."
"그렇다고 노예를 자처해?"
"성정이 좀 변태적인 이즈나일수도."
그러니까, 할배의 말은 어느 변태적인 이즈나가 일상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미삼아 노예를 자처했다는 소리였다.
그게 말이 되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학생명부에 올렸으니 무슨 수를 써도 나한테 반항하지 못해."
"자네는 교장을 안 해서 다행이야. 그런 머리 수완이면 일년안에 폐교 했을 테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하. 알겠네. 자네는 동아리 학생 명부를 누가 작성해 준다고 생각하나?"
"그야 싯딤의 아로나가...?"
"끽해봐야 싯딤의 아로나가 부여한 명부를, 십오 년간 인법을 사용한 이즈나가 무효화 못할 거라 보는가?"
"그럼 왜 동아리 가입을...?"
"아까 말했지 않은가. 자네를 가지고 노는 거라고."
섬칫 어깨가 떨린다. 내가 근처에 가기만 해도 벌벌 떠는 이즈나가 사실은 날 가지고 노는 거라고?
그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저 할배는 나를 골려주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
*
저택에 들어오자 거적대기나 마찬가지인 옥을 입은 이즈나가 도게자를 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서오세요. 아, 아루지도노..."
평소와 다름 없는 행동어눌한 말투는 여전히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그래도 야단을 치지는 않았다. 할배의 호들갑 때문인지 오늘은 뭔가... 주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식사부터 하지."
"네, 네에..."
공손하게 대답한 이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러 떠났다.
식탁에는 이즈나가 한 요리들로 진수성찬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에 이즈나가 먹을 음식은 식탁 아래에 마련되어 있다. 어제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대충 비벼넣은, 개밥만도 못한 것이다.
"먹지."
평소와도 같은 행동이지만 오늘은 뭔가 껄끄럽다. 내가 손을 들어 제자한 다음 이즈나를 붙잡아 일으켰다.
"오늘은 식탁에 앉아 먹도록 해라."
"네, 네에...? 아니, 아니에요... 저 같은 쓰레기는 감히 아루지도노와 겸상할 수 없는 거예요... 부디 어제 아루지도노가 먹다 남은 찌꺼기를 처리하게 해, 해주세요..."
"괜찮다. 혼내지 않으마."
"그, 그런..."
이즈나는 묘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식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깨작깨작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기쁘지 않은 건가?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식사를 마쳤다.
"와인."
에프터로 먹기위해 와인을 가져오라 시키니 이즈나는 밥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와인을 들고 돌아왔다.
문제는 중간에 발이 엇갈린 모양인지 넘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앗...!"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와장창!
"아, 아루지도노.. 제가 죽을 짓은...!"
이즈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복한다. 익숙한 뒷머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 어떠한 벌이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죄에, 죄송합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으나 이번 한 번은 봐주기로 하였다.
"되었다. 내가 치울테니 너는 방으로 들어가 있어라."
"넷...? 아루지도노...?"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하지만 저는 벌을 받아야....!"
"토달지 마라."
내가 말을 끊어버리니 이즈나의 표정이 단번에 싸늘해졌다.
창백해진 것이 아니다. 싸늘해진 것이다.
"오늘의 아루지도노... 어쩐지... 상냥하시네요..."
짜내듯 내뱉은 말. 이즈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떄를 노려서 이즈나의 방에 설치해두었던 감시 카메라를 가동시켰다.
혹시 몰라 설치해뒀는데 이번 기회에 써보는 것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뒤이어 이즈나가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는 게 보인다.
이즈나는 공허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더니 경멸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제 역활도 제대로 못하네. 건방진 새끼가. 죽여 버릴까."
더없이 냉소적인 목소리에 등골리 오싹해진다. 설마. 설마 할배가 했던 말이 전부 정답이었다?
이 이즈나는 학대당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 동아리에 가입한 거라고? 목격한 진실이 너무나 터무니없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낮게 침음하였다.
"다른 센세를 알아봐야 하나..."
이즈나의 송에 피어오른 차크라가 날카로운 예기를 띈다.
이런 씨발! 당황한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근처의 서랍을 뒤적거렸다.
아무거나 잡히는 것을 하나 꺼내들고 계단을 타고 올라 이즈나가 있는 방을 벌컥 열었다.
"엣...?"
방금 전까지 나를 씹고 있었던 주제에, 이즈나는 순진무구한 눈방울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아루지도노.... 어쨰서... 오늘은 쉬게 해주신다고..."
처음에는 저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역겨운 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티를 내면 내가 저 이즈나한테 죽는다. 이제 여기서 뭘 해야하지? 머릿속 주판을 최대한 굴리던 나는 손에 개목걸이가 작혀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서랍 속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최대한 침착하게. 나는 평소와 같은 억양을 내뱉으며, 이즈나를 향해 개목걸이를 집어전졌다.
"오늘은 알몸 산책이다. 버러지 같은 년."
"아, 알몸 산책이요...?"
이즈나가 경악한다. 아니, 경악을 연기하고 있었다. 입 꼬리가 미묘하게 히죽거리는 게 그 증거였다.
"아... 아루지도노.. 그것만은... 제발 용서해주세요..."
미친년. 나는 억한심정이 올라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말문을 였었다.
"알몸 산책 이후에는 성고문 시간을 갖도록하지."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저 정신나간 이즈나를 조교해야만... 아니, 조교하는 연기를 해야만 했다.
- dc official App
매도여우게이야...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ㅇㅇ 매도엘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