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크랩해둔건데 출처는 기억안남
(1)
과거에는 기하학적 공간을 먼저 만들고 나서 그 위의 함수들을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vector space를 정의한 뒤 linear map을 생각하고, topological space를 정의한 뒤 continuous map을 생각하고, smooth manifold를 생각한 뒤 smooth map을 생각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함수해석학과 카테고리 이론이 발전하면서 함수 공간을 먼저 생각한 뒤 그에 맞는 기하학적 공간을 재구성하려는 관점이 발전했습니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real line R을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R 위의 함수를 다룰 때 continuous map만 한정하면 R을 continuous manifold로 생각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고, 비슷하게 C^k / smooth map만 한정하면 R을 각 C^k / smooth manifold로 생각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함수부터 생각하고 기하학적 공간을 만드는 게 정말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집니다. 다행히 vector space의 예시를 살펴보면 이게 정말 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함수 공간은 dual space가 되고, 함수 공간에 또다시 dual을 취하면 double dual이 돼서 진짜로 원래 공간과 비슷한 무언가가 나오니까요. (최소한 원래 공간이 embed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철학적인 얘기고, 진짜 수학을 하려면 아이디어를 정의와 정리로 만드는 힘든 작업이 필요합니다.
(2)
이 철학을 계속 발전시키면 sheaf theory가 나옵니다. 이 이론에서는 sheaf라는 수학적 대상을 정의하고 연구하는데, sheaf는 대충 함수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sheaf theory에서도 아직은 순서가 기하학적 공간을 정의하고 나서 함수를 생각하는 식입니다.)
특히나 sheaf of rings라는 게 중요해집니다. 여기서 ring은 대수학에서 나오는 그 환이 맞습니다. 왜 환이 나오냐면 함수들은 서로 더하고 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R-valued function이 두 개 있으면 pointwise하게 더하고 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함수 공간도 자연스럽게 ring이 됩니다.
(3)
철학이 나오기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대수기하학자들은 열심히 연립방정식을 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다항식으로 이루어진 연립방정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들의 아이디어는 연립방정식의 해가 기하학적 공간을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R^2에서 x^2+y^2-1=0의 해는 원이겠죠.
이렇게 만들어진 기하학적 공간을 algebraic variety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위의 함수는 polynomial로 줍니다. (그런데 간지나 보이려고 polynomial 대신 morphism이라고 부릅니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base r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x^2+y^2-1=0의 실수해를 찾고 싶으면 base ring은 R이고, 복소수해를 찾고 싶으면 base ring은 C가 되겠죠. 만약 피타고라스 쌍을 모두 찾고 싶으면 유리수만 고려해야 할 거고, 이 경우 base ring은 Q가 됩니다.
이제 algebraic variety를 X라고 적고 base ring을 k라고 적으면, X 위의 k-valued morphism은 진짜로 dual space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pointwise하게 더하고 곱할 수 있으니까 환도 되고요. 이렇게 만든 환을 X의 coordinate ring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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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세기 대수기하학자들이 만든 이론은 너무 어려운데다 적용할 수 있는 상황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base ring이 algebraically closed field여야 이론이 예쁘게 잘 먹혀들어간다는 점이었죠. 가령 strong nullstellensatz에서 나오는 ideal과 subvariety의 일대일 대응은 k가 algebraically closed일 때만 성립합니다.
그래서 100년 후 20세기 대수기하학자들은 처음 언급한 철학을 대수기하학에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 것이 대수기하학을 sheaf theory의 언어로 재구성한 것이었습니다. (Serre를 포함한 수학자들이 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open set 위에서 정의된 local k-valued morphism의 공간이 sheaf of rings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5)
Grothendieck의 업적이 뭐냐면 함수 공간으로 기하학적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진짜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임의의 commutative ring A로 시작합시다. 우리의 목표는 함수 공간이 A가 되도록 하는 새로운 기하학적 공간 X를 만드는 것입니다.
Grothendieck의 주장은 X를 A의 prime ideal의 집합으로 두면 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prime ideal의 집합을 spectrum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왜 신빙성 있냐면 first isomorphism theorem 때문에 ideal이 surjective map에 대응되고, 그러면 spectrum은 dual space 비슷한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아까 double dual 얘기를 적용하면 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그럴 듯해집니다.
이렇게 만든 기하학적 공간을 affine scheme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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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전적인 대수기하학을 모두 scheme과 ring theory의 언어로 재서술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open set에서 정의된 local morphism은 localization at an element이고, point에서 정의된 stalk은 localization at a prime ideal인 식으로요. 그러면 localization theory로 X 위의 sheaf of rings도 만들 수 있고, 그러면 Serre가 했던 작업도 모두 scheme theory로 편입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아무것도 모르고 현대 대수기하학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하면 그냥 아무말 대잔치처럼 보입니다. 수학자들이 해온 건 기하학적 내용을 대수학적 언어로 옮긴 것인데, 오늘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는 기하학은 빼먹은 채 대수학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거든요.
하여튼
(1) 함수 공간은 환이다
(2) 거꾸로 모든 환은 어떤 의미에서 함수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3) 함수 공간을 이용해 기하학적 공간을 연구한다
라는 점만 명심해두면 됩니다.
(7)
언급하면 좋을 점이 세 가지 더 있습니다.
1. 19세기 이론에서 variety X가 있으면 coordinate ring A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자동으로 finitely generated reduced k-algebra가 됩니다. (어쨌든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니까 19세기 이론대로라면 coordinate ring이 아닌 commutative ring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런데 Grothendieck의 이론에서는 임의의 commutative ring을 affine scheme으로 만듭니다. 그러니까 19세기 이론에 없던 새로운 공간도 만든 거죠. 특히 non-reduced ring을 허용함으로써 해석학을 대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nilpotent element를 무한소로 취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처음 vector space 예시에서 double dual을 취하면 원래 공간보다 살짝 더 커진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비슷한 현상이 scheme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k가 algebraically closed field일 때 maximal ideal은 고전적인 점에 대응됩니다. (이는 strong nullstellensatz 때문입니다.) 그러면 non-maximal prime ideal은 19세기 이론에 없던 새로운 점들인데, 이들을 generic point라고 부르고 20세기 이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Galois theory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3. 아까 affine scheme을 정의하고 scheme은 안 정의했습니다. Scheme의 정의는 “topological space together with a sheaf of rings which is locally isomorphic to an affine shceme”입니다. 이건 manifold의 정의와 굉장히 유사한데, spectrum을 덕지덕지 붙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projective space 같은 공간도 scheme이 되고, 이외에도 더 많은 좋은 공간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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