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웅장함이 돋보이는 도입부 연출과 함께 말 달리는
‘슬라이 쿠퍼 시리즈’, ‘인퍼머스 시리즈’ 로 익숙한 서커 펀치 프로덕션의 새로운 신작 ‘고스트 오브’ 시리즈의 두 번째 작인 “고스트 오브 요테이”.
에도 시대 초기의 홋카이도의 에조 후지(蝦夷富士)를 무대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요테이 육인방에게 복수하려 하는 아츠의 이야기, 그리고 여성 주인공인 아츠로 하여금, 무가(武家)사회의 여성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터치 패드를 스와이프해서 연주하는 샤미센)
오래전부터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 파티로써 한 축을 지탱해온 서커 펀치답게 능숙하게 듀얼 센스의 기능들을 활용하는 모습은 이젠 노련미마저 느껴지고
넘치고 넘치는 오픈 월드 게임 중에서 아주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와 소리 절로 나게 하는 뛰어난 아트로 커버하는 것은, ‘고스트 오브’ 시리즈도 PS4에서 PS5로 세대 교체한 만큼 스펙을 충분히 활용하여 배경을 더 멀리, 넓게 보여주고 있다.
(전작 대비 훨씬 가시 거리가 늘어난 편)
특히, 배경이 홋카이도로 옮겨간 만큼, 게임 초반 요테이산을 등반하는 걸 시작으로 보게 되는 눈 표현은 그래픽의 발전을 실감하게 한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좋았던,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위시한 일본 찬바라물의 맛을 그윽하게 살려내니 전작과 마찬가지로 와패니즈가 갖는 일본의 환상을 한층 더 시네마틱 하게 피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전작 대비 크게 발전한 점은
전작은 전형적인 컷신에 의한 연출이 이뤄지는 반면, 이번 작은 그런 컷신 사용은 최대한 절제하고, 짧은 튜토리얼부터 바로 복수 상대 하나를 처치하는 것으로 게임 자체가 어떤 게임인가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는 방식을 취한 점이다.
복수라는 테마를 바로 실감케 하면서, 아츠가 왜 이번 작의 원령(고스트)인 것인지
그리고 단순히 말을 타고 달려나가는 멋진 컷신이 아닌, 비추는 풍경이나 공기감으로 하여금 에조라는 땅이 숨쉬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개발진의 강한 자신감으로 내비치게 한다.
게임 시작부터 복수 대상인 요테이 육인방 중 하나인 뱀을 죽이고 시작하는 만큼, 오픈 월드지만, 스토리를 중시하는 선형 진행의 게임이다.
그렇지만, 오픈 월드 게임으로써 ‘발견’ 이라 표현해도 될 다채로운 요소들을 필드 상에 풍부하게 배치하고
어느 정도 스토리 진행을 유도하고 있지만 강제성을 갖는 수준까진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란 밸런싱이 인상적인 구성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과거 회상조차도 대부분 플레이어에게 맡기고 있어서 스토리 중의 연출이 아니면 나중에 몰아봐도 그만인 정도.
이런 구성은 게임을 진행하며 만나게 되는 NPC를 통해 각 시스템의 개방, 그리고 스토리 진행을 위한 핵심 진행 목적지를 표시해 주기까지 이르는 일종의 정보 수집이란 명목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은 물론, 지도에서 표시되는 범위를 넓혀 나가다 보면 넓은 지역과 지역 사이로 좁은 길을 지나게 되는데
이 좁은 길에 주요 스토리가 진행되는 이벤트를 배치함으로써 이야기가 크게 한 단원을 넘어감과 함께 새 지역이 열리는 등 스토리를 보다 몰입하게 유도한다.
게임 튜토리얼이자, 도입부의 뱀을 상대하고 난 뒤
플레이어가 실질적으로 게임을 익히고 상대하게 되는 복수 대상인 오니를 보더라도 다음 지역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크게 흘러가며, 그 와중에도 NPC들을 통해 꾸준히 소소한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면서 자연스레 해당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을 유도, 플레이어의 강화로 이어지는 결과가 되는데
여기엔 제작진들이 강조하던 넓은 가시성과 시야, 탁 트인 에조치의 전경만이 아닌, 확실한 표식과도 같은 장소나 구조물을 같이 둠으로써 플레이어가 크게 헤메거나, 탐색에 괜한 시간을 쏟아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이 하는 능숙한 가공도 더해 그 부담감을 줄이고 있다.
본 작에서 돈을 쉽게 벌기 위한 현상금 벌이에서 현상금이 걸린 대상을 찾아가다 보이면 폭포나 묘지 등 알기 쉬운 목격담 정보와 장소를 같이 배치한 점이 그렇다.
무력으론 완성된 캐릭터였던 전작의 사카이 진과 달리, 일개 도공의 딸 출신인 아츠는 낭인이기 때문에 갖가지 무기, 암기를 사용해가며 싸우는 요테이의 원령으로
전작의 각종 자세를 대체하는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액션의 범위를 넓혔다.
일본도, 이도류, 창, 사슬낫, 대태도 같은 근거리 무기나 활, 총기류까지 원거리 무기도 배경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류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고 적들도 지역에 따라, 어느 부대에 따라 특색을 갖고 등장하기 때문에 공략해가는 맛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건 오니 보스전
튜토리얼 상대인 뱀을 제외한 실질적인 첫 보스인 것도 있지만 다채로운 패턴으로 게임 초반에 큰 인상을 심어준 보스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나중에 게임이나 이야기의 패턴화를 피하기 위해 변주를 준 것이 되려 뻔해지기도 한 것이 큰 단점인데
복수란 소재에 클리셰 마냥 따라붙는 증오심에 관련된 전개가 너무 뻔해서 쉽게 예상이 간단 점과 그놈의 정치적 올바름이 또 작용하여 아츠의 캐릭터성을 무디게 만들거나 캐릭터의 괜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게임 전체를 크게 깎아 먹기도 한다.
본 작이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성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밥이 국밥이라고 확실한 맛은 있다.
숨겨진 적의 요새를 쓸어버리거나 어떤 사건을 추적해 적을 처단,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같은 건 모범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만큼, 착실한 재미를 준다.
여기에 간간히 영화 분위기를 더하거나
전작의 팬 서비스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고
전작의 감촉, 손맛을 살리면서도 지루한 요소, 귀찮을 요소를 세심한 배려로 누그러 뜨리니 큰 스트레스 없이 가볍게 잡고 즐기기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 는 쓰시마라는 전작의 유산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승화시킨 속편이다.
컷신이나 연출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인 게임 자체로 이야기를 그리는 대담한 설계로 플레이어의 선택을 존중한 탐색과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능숙하게 환기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서커 펀치 프로덕션의 차기작을 또 기대하게 만든다.
웰메이드 게임인 것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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