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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폭력의 요소는 포함하지만 폭력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의 원초적 근원인 식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잘못 태어난 인간(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이 둘의 관계에 얽혀 일어난 사건들과 심리를 주된 소재로 하여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잘못 태어난 인간이란 원래 식물로 태어났어야 했던 영혜를 뜻한다. 고기를 거부하며, 인간의 원칙에 위배해 햇빛을 따라 옷을 벗고, 형부와의 진정한 수분으로 절정에 오르는, 꽃이 되어 안위하는 그녀는 나무의 초록빛 불꽃을 그녀의 육체로, 그녀의 삶으로 체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살아오는 동안 보았던 무수한 나무들, 무정한 바다처럼 세상을 뒤덮은 숲들의 물결이 그녀의 지친 몸을 휩싸며 타오른다. 도시들과 소읍들과 도로는 크고작은 섬과 다리들처럼 그 위로 떠올라 있을 뿐, 그 뜨거운 물결에 밀려 어디론가 서서히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다라는 구절은 나무가 굳건하고 절대적인, 그 어떠한 존재도 이기지 못하는 강인함을 뜻하는 것 같으며, 나무를 신성시하는 듯한 책 속의 서술을 보면 나무는 원초적인 무언가를, 넘치는 생명력을 형상하는 것 같다. 그녀에겐 이러한 강인함과 불굴의 생명력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식물로 승화한 본인의 존재, 즉 짐승임과 동시에 인간인 본인을 없앤 식물로서 그녀의 꿈속에 난무하는 피, 고기, 잔인성을 잊고 안정을 찾는다.

한편 식물처럼 변하는 영혜를 바라보는 언니, 인혜는 생존을 위해 본인을 억누르며 삶을 비겁하게 타협하며 살아 웃자란 풀들 앞에서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식물은 원초적인 존재, 강인함, 굳건함, 생명력을 뜻하기 때문에 이러한 식물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은 그녀의 삶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인혜의 남편과 영혜는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면서도 식물이 되었다. 이 두 사람과 인혜의 차이는 인혜로 하여금 본인의 인생에 회의감을 들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내가 생각하기론, 형부와 영혜의 수분인 것 같다. 인간을 식물로 존재하게 하고, 영혜는 그러한 인간도 식물도 아닌 것에 욕정을 느끼며 본인이 정말로 암술과 수술을 맞대는 식물의 교미(수분)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경악스러움, 외설스러움과 예술을 넘나드는 그들의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영혜의 몽고반점으로 시작해 이 행위를 생각해낸 작가가 참 대단하고...신기하다...정말, 진짜...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