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거의 탈고할 때까지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도 염두에 두지 않고 전개해 온 3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The Insect Societies'(1971) 마지막 장의 제목은 '통합된 사회 생물학의 전망'이었다. 그 장에서 나는 사회성 곤충들의 견고한 체제를 제대로 설명해 온 집단 생물학과 비교 동물학의 원리들이 척추동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만간 우리가 하나의 변수 집합과 단일한 정량적 이론으로 흰개미 군체와 붉은털원숭이 무리 양쪽을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스스로의 의욕에 도취된 나머지, 척추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다룬 엄청난 양의 우수한 문헌들을 연구했고, 그 연구 성과가 ‘사회 생물학: 새로운 종합(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1975)d이었다. “인간: 사회 생물학에서 사회학까지”라고 제목을 붙인 그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현재 동물들에게 합리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생물학 원리들을 사회 과학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비상한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회 생물학”이 출간이 계기가 되어 나는 인간 행동에 관한 책들을 더 폭넓게 연구하게 되었고, 사회 과학자들과 많은 세미나를 하고 서신도 교환했다. 나는 마침내 두 문화, 즉 생물학과 사회 과학 사이의 현저한 거리를 줄일 시기가 도래했으며, 집단 생물학과 진화론을 사회 조직에까지 확장한 일반 사회 생물학이 그런 시도를 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라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주제를 다룬 연구서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 문헌들을 상투적으로 종합한 책이나 교과서가 아니다. 인간 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면, 인간 정신의 미로속에서 주제를 도출해 내고, 사회 과학만이 아니라 철학과 과학적 발견 과정 자체를 포함하고 있는 인문학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책’인 동시에, 자연 과학이 어떤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전에 인간 행동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가에 관한 책이다.
또 이 책은 인간 행동에 관한 참된 진화적 설명이 사회 과학과 인문학에 미칠 영향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인간 행동과 사회 생물학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읽혀질 수도 있으므로, 그런 내용을 추가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은 사회 과학 이론이 자신과 가장 관련이 깊은 집단 생물학 및 진화론이라는 자연 과학과 접목되었을 때 나타날 심오한 결과들을 다룬 사색적 에세이다.
‘사회 생물학’에서 인간 행동을 다룬 부분이 그랬듯이, 이런 논증이 과연 유용한 것인가를 놓고 각자의 견해가 뚜렷이 갈릴 것은 분명하다. 거부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고지를 넘겨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검증된 과학의 성과물로서 비판없이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쩌면 내가 내린 결론이나, 자연 과학의 역할에 대해 원대한 희망을 품은 것이나, 과학적 유물론을 지나치게 확신한다는 점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런 전제를 두는 것은 겸손한 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작업의 힘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과학 정신 자체가 머뭇거리고 있거나, 이론들이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는다면, 진화론을 인간 존재의 모든 측면에 배타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시도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 책에서 수없이 재고된 명제들에 비하면, 사회 과학은 아직 너무 어리고 연약하며, 진화론 자체도 너무나 불완전하다. 그래도 나는 기존의 증거들이 그 명제들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과, 그 명제들을 통해 이 작업의 주된 추진력인 생물학적 탐구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서문
이 1978년에 씌여진 한 과학자의 서문은 나를 한없이 겸손해지게 만들어. 이미 18세기에 데이비드 흄은 인간 본성에 관한 여러 추론들이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그것들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탐구하는 그 힘든 과정 자체가 우리의 지적 자산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유익함에서뿐 아니라 즐거움의 측면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보상이 있을거라고 말했거든.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사회 생물학적 방법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당시의 노학자의 예언은 현재 그 예상 범위를 넘어서 적중했지. 윌슨의 표현에 따르면 다른 행성에서 넘어온 동물학자에겐 역사, 문학, 인류학, 신학, 사회학, 경제학, 법학, 심지어 예술까지도 모두 인간이라는 영장류에 대한 사회 생물학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자칫 잘못 이해하면 인문 과학과 사회 과학이 결국 생물학의 소분야들로 존재할 것이라고 들리지. 그러나 윌슨의 제안은 학문간의 귀속이 아니라 통섭이라는, 즉 학문의 영역과 경계를 넘어 서로 응용해야 한다는 제안이었지. 윌슨은 기본적으로 종교와 윤리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사회 행동은 결국 생물학적 행동에 불과하며 집단 생물학과 진화학적 방법론으로 재구성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이 관점에 대해 우리는 보다 세련되게 저항하고 대항해야 할거야.
이런류의 유전자 결정론, 생물학에 분명 거부감이 들 사람도 있을테지만 다른걸 떠나 노학자의 저 서문은 나중에 우리가 책을 쓸 때에 하나의 전형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쓴 문장같아. 어쨌든 독갤러 모두들 한 주간 동안 열심히 독서합시다! 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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