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남은 저항 정신을 거세하기 위한 장치들은 더욱 치밀하고 악독해졌다. 치안보호라는 명목으로 위험인물을 사전에 구금하는 예비검속은 갈수록 심해졌다. 자진해서 일제를 찬양하고 전쟁을 고무하는 글과 연설을 하지 않는 지식인이나 치안유지법 위반 전과자들은 경찰과 헌병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꼭 밤에만 찾아와 잡아갔다.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단지 침묵으로 양심을 지키려는 이들조차 어둠이 깔리기만 하면 이유 없이 불안해졌다. 밤만 되면 온 장안이 불안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서야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경성 트로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