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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은 80-90년대 프랑스 예술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의미없는 듯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다는 뜻이다

초반에 주인공의 행동방식과 대처는 뭔가 이해하기 힘들다

요양원에 맡긴 엄마의 부고를 듣고 달려가는 와중에 그는
회사 사장이 주말을 껴서 4일간 쉬는 것에 대해 툴툴댈까봐 걱정하는 것에 더신경을 쓴다

장례식장에서도 울기는 커녕 관리인과 맞담배를 피우고 크림커피를 마시며 일상담소를 나눈다

더 웃긴건 장례식이 끝난 후에 마리와 함께 코미디영화를 보러가고, 해수욕을 즐기고 별장에서 고기튀김과 생선을 맛있게 먹기까지한다는거.

마리가 결혼하자고 말해도 너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너가 원한다면 하겠다고 감정없는 로봇같은 똥차스러운 대답만 줄줄이 늘어놓는다

감정이 메마른 로봇, 심지어는 소시오패스 일지도 모르다는 의심마저 들던 와중에...

2막에서는 아랍인 살해사건 이후의 공판과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판단하기에 그가
아랍인을 죽인 사건은 정당방위였음

아랍인이 먼저 주인공을 향해 칼을 휘둘렀고 찔리지 않기 위해

소매에서 총을 꺼내 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판사와 검사의 판단은 달랐다

그가 기독교를 믿지 않는것과

엄마의 장례식에서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생활의 일면만으로 이미 그를 역대급죄인으로 만들어버림

여기에서 주인공에 대해 처음에 가졌던 편견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는데

주인공이 평범함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적어도 2막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놈들중에 정상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에 쓸만한 기삿거리가 없어서 주인공의 사건을 단순한 가쉽거리로 소모하기위해 취재하러온 기자들,

십자가를 흔들면서 구원을 받아야한다고 명령조로 얘기하는 판사,

신변잡기 늘어놓으면서 주인공을 존속살인과 동급으로 묶어버리는 검사.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지만 주인공은 철저히 배제된채 그가 장례식장에서 충분히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는 한없이 부풀려지는데

죄인이라는 낙인이 한번찍힌 이상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모든 상황이 주인공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결국 주인공은 프랑스인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공개처형될것을 선고받는다

검사가 그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은 마치 언론이 마녀사냥을 하는 방식을 연상케한다

언론들은 가쉽거리에 열광하는 대중의 속성을 잘안다

그리고 대중들은 도덕적인 가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사람에게
관용성을 잃는다

가치에 위반되는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쉽게 욕하고
처벌당하고 모욕당해도 그래도 싸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이 더 큰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이전에 했던 도덕적인 가치위반과 맞물려 더욱 신랄한 마녀사냥을 하는게 당연시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범죄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이러한 과정이 현실에서 본듯한 낯설지 않은 모습이어서 더욱 놀랍다

주인공에대한 궁금증은 후반부에 가서 풀리는데

감옥에서 그가 이토록 인간이라면 느껴야할 기초적인 반응에 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독백으로 알려준다

주인공은 부조리한 삶을 살아오는 수년의 시간동안 어두운바람을 맞아오면서 '모든주어진 것들을 비슷비슷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주인공이 어떤 일련의 사건들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성장과정 속에서 입은 상처들로 인해 감정을 삯이고 속인채 사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본인의 삶을 남 구경하든이 사는 편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될것같음

흔히 어린시절에 학대나 트라우마에 시달린 아동일수록 어른이 되었을때 감정표현이 억압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고 하니까.

조금 말이 없고 지극히 본인의 삶에 허무한 독백이 많은,
이런 삶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비난받아야하는것일까

비난의 손가락이 사실은 누구에게 향해야했던건지

암튼

주인공이 참 억울하겠다 싶었고,

책을 덮고난 이후에도 답답해씀

고등학생때 읽었으면 더 느낀점이 많았겠단 생각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