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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평하기가 애매한 책이다. 아무래도 주장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은 유의미하고 유익할 것이 확실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이 베스트셀러 자기개발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과 과장된 비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처드 도킨슨을 비판하지만 어째 글을 쓰는 방식은 도킨슨처럼 상당히 어그로를 끄는 방식 같다고 밖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말과 대중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언사를 섞은 것 같지만, 그 부분 때문에 읽으면서 이건 좀, 하는 부분들이 다수 생겨났다. 가장 좋은 예시를 서두에서 꼽으면, 책 안에서 여러 번 비판의 대상이 되는 "간섭주의자"라는 말과 "밥 루빈 트레이드"의 이야기다.
간섭주의자의 결함으로 저자는 몇 가지를 꼽는데, 자신이 주장하는 행동의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과 다차원적 문제에 대해 일차원적 해석을 제시하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원래는 다른 결함을 열거하지만 두번째 결함의 부속으로 제시한 이야기를 쓰자면) 독재자의 행동을 체제가 교체된 이후에 권력을 잡은 다음 권력자의 행동과 비교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총리와 비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밥 루빈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부가 긴급 구제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로부터 모든 리스크를 걷어가 주는 잘못된 판단을 한 탓에-그리고 이후 정부 기관 사람들이 은행들에 온갖 규제를 들이댄 탓에-문제가 더 심화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필 바로 전에 이 금융 위기 사태의 원인과 경과, 결과, 그리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를 유로존의 만성적 경제 위기와 비교하며 보여준 <붕괴>를 읽은 탓에 이 부분에서 저자와 간섭주의자가 겹쳐져 보였다.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있을 정도로 당시 금융 사업의 뿌리는 얕지 않았다. 책 내에서 몇 번이고 주장하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하는 인생철학의 근거로 들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문제였으니 말이다. 비록 저자가 당시 금융 업계에서 상당한 일을 하며 나보단 더 많은 것을 알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외려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점들 때문에 책이 품고 있는 가치가 빛 바래보인 점이 없지 않다. 동 저자의 전작 <블랙스완>에서 말한 팻 테일 리스크와 앙상블/시간 확률과 같은 개념을 좀 더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던 점을 무시할 순 없을 터. 그리고 글을 재밌게 쓴다는 것도 간과할 순 없다. 여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도 많은 것을 안다는 게 상술한 단점과 섞이며 더 당혹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래의 주석 같은 부분들을 보는 게 더 재밌던 책이기도 하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