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 『알로하』에 수록된 「월리를 찾아라」


   주말에만 일하는 주인공 제이소장의 소개로 천안과 대전 사이의 리버시티로 향한다. 그가 할 일은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분장을 하고, 월리를 찾은 군중으로부터 스티커를 받으면 사과 한 알 교환권을 주는 것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하루 동안 동원된 월리는 60. 군중으로부터 스티커 100장을 받아서 사과 교환권 100장을 나눠주면 일당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제이는 월리 분장 경험도 있었기에 호기롭게 군중들 사이를 돌아다녔지만 예상과 달리 스티커를 붙이려는 군중은 많지 않았다. 스티커를 받지 못하면 일당도 받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스티커 100장을 먼저 모으면 챔피언으로 선정돼 정식 채용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과연 제이는 월리로서의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월리를 찾아라를 펼쳐 월리를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국인 삽화가 마르틴 핸드포드가 만든 어린이 서적 시리즈인 월리를 찾아라는 폭풍 같은 인기 몰이를 했다. 빨간색과 하얀색 줄무늬 티셔츠에 동그란 검은 뿔테 안경, 빨간 방울 모자 옆으로 삐죽 나온 갈색머리. 어디서 봐도 알아 볼 스타일의 캐릭터. 막상 책으로 보면 수많은 관중에 가려져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난이도가 높아지면 월리와 비슷한 복장의 가짜 월리들이 섞여 진짜 월리를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자신이 가짜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자존감이 약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누군지 인지하고 있다면 그들은 저마다 진짜 자신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월리로 분장하는 순간, 어쩌면 자신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이는 목소리로 소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또한 월리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제이보다 덩치가 작고 좀 더 늙었지만, 좀 더 계산적인, 그런 월리였다. - 205p


   제이는 억울했다. 그는 사흘 전에 미용실에도, 안경점에도 가지 않았는가, 오랜만에 사우나에도 갔고, 아침에는 남성용 비비크림까지 세심하게 펴발랐다. 저기 보이는 월리보다 자신이 훨씬 더 정교하지 않은가. 진짜 책 속에서 튀어나온 월리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 스티커를 받아야 진짜 월리였다. - 201p

  

말하자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은 모두를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을 가진 월리로 만든다.

그리고 그 역할과 책임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순간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진짜 월리처럼 보이게 되고, 자신은 어쩌면 가짜 월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이는 또한 SNS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젊은 세대의 불안감과도 멀지 않아 보인다. ‘좋아요의 개수로 나의 인생이 판가름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관심을 받지 못했을 때의 불안감. 작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관계와 역할이 부여된 독자들의 불안함을 정확히 파고들어 월리를 찾아라라는 소재와 훌륭하게 접목시켰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했다. 제이가 처한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월리들은 서로 스티커 쟁탈전을 펼치기도 하고, 정상적으로 월리행세를 하지 못하게 폭력까지 행사한다는 소문도 돈다. 제이는 스티커를 못받을 조바심에 막춤을 추기도 하고, 긴 줄을 기다리며 다른 행사에 참가해 주목받으려 해보지만 녹록치 못하다.

  

장이 물었다.

그 안에서 대체 뭘 한 거야?”

월리를 찾아다녔지.”

네가 월리라며?” - 210p

  

   이것은 제이의 인생에서 겨우 하루의 일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리버시티를 벗어나고, 일이 끝난다면 제이는 월리들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