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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책을 읽기 위해 1부 "지하"를 펼쳐보게 된다면, 처음부터 극단적이고 병적인 자기비하로 시작되는 지하에 틀어박인 주인공의 알 수 없는, 한편으로 공포심과 경외감마저 생기는 엄청난 독백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 예상컨데 당신은 1부를 읽다가 도중에 때려치우거나, 힘겹게 1부를 완독한 후 2부를 감상하며 주인공의 비참한 처지를 보고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 1부는 그냥 미친놈의 아무런 의미없는 헛소리 모음집이구나." 하지만 1부에는 주인공의 사상이 담겨있는, 사실상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피력한 철학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1부야말로 이 작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1부를 해석하기에 앞서서 당신은 우선 실존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장폴 사르트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이자 대변인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아마 1부를 읽고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않나 싶다. 주인공의 주장이 실존철학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존주의 철학이란, 서양 철학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개별 인간의 실존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철학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에 중요한 진리들을 추구하는 것, 또는 "자신에 관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피력하는 철학이 바로 실존주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지금 깊은 물에 빠져서 익사할 지경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이런 상황에서 순수한 이론적 관심에 근거해 물의 화학적 성분이 무엇인지 궁금해할까? 아님 저 깊은 바다 속에 어떤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을지 궁금해할까? 그럴리가, 당신은 그저 빨리 살아남기 위해서 물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것이 자명하다. 그 이외의 것들은 당신의 실존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미 당신이 실존주의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면, 대충 주인공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다만 글쓴이 본인은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해박하게 알지 못하기에 설명에 미흡한 부분이 있거나, 아님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 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은,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주장된 과도한 합리주의와 공리주의, 그리고 낙관적이며 기만적인 역사관을 비판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선지 1부의 주인공의 주장을 열심히 읽어보면,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인 면에 대한 과한 신뢰, 다시말해 합리주의와 과학주의를 계속해서 비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또한 완벽한 교육제도나 사회제도를 통해 사람들을 계몽시켜 올바른 것을 욕망하도록 인도한다면 그 즉시 모두가 선량하고 고결한 인간이 되리라는 믿음도 비판한다. 주인공에 따르면 인간들은 항상 알면서도 모험과 요행을 자처해왔고, 인간의 이익이 때때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바라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낙관적 역사관, 인간의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피에 덜 굶주리게 되며 전쟁도 좀처럼 안하게 될 것이라는 역사관을 부정한다. 오히려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 인류는 더 잔인해지고 있으며 더욱더 유혈과 살인 속에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시 처음 주장으로 돌아가서, 인간이 종종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이 한낱 오르간 스톱이나 피아노 건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욕망은 "절대적" 욕망이 아니라 "독립적"인 욕망 하나뿐이며, 인간은 사람들 생각보다는 비이성적이라는 것. 어쨋든 이런 사상을 품고 있는 주인공 앞에서 2*2=4와 같은 절대적 자연법칙 내지는 대수학은 정말이지 아니꼬운 것이고 개인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것일 뿐이다. 당신도 주인공처럼 가끔씩은 2*2=5도 귀여워 해주자!


기존의 일반적인 소설 문법을 철저히 배반한 도전적인 소설, 1부에서의 주인공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서 스스로 사회와의 접촉을 단절시켰기 때문에 어떠한 소설적 사건도 일어날 수 없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합리주의와 공리주의로 점철된 대중을 비난하듯 기존 소설의 형식을 완전히 비틀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자연법칙을 향한 부조리한 반항은 2*2=4와는 다른 그 자신이 의식하고 창조한 세계이다. 결국 주인공에게 있어서 지하는 그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실존이지 않을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103847-지하로부터의 수기 독후감 (1) (스포 없어요)

https://gall.dcinside.com/reading/103629-소피의 세계 독후감 (스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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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코스모스 독후감도 쓸거랍니다. 독갤 넘모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