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에릭 홉스봄 포함해서 여섯 명의 학자들의 글을 엮은 책임




베네딕트 앤더슨이 뻔질나게 말하듯, 국민(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다. 근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전에 사람들을 묶어두던 정체성이 점차 해체되어갔고, 이들을 한데 묶어줄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국가의 강제력을 받아들일 공동의 정체성이 필요했는데.. 이러쿵 저러쿵.


만들어진 전통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전통'은 과거의 사람들과 우리를 동일한 집단으로 엮어내는 쓸만한 장치로,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익숙해진, 그리고 우리가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18~20세기 동안 어떻게 의식적으로+우연히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한다.



책의 서장에서는 '만들어진 전통'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나머지 장에서는 각각의 학자들이 개별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전통적인' 스코틀랜드인들이 체크무늬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이미지가 사실은 18세기의 낭만적인 허풍쟁이들과 직조공들의 소산이라는 것. 오늘날 찬탄받는 영국 왕실 행사들이 18세기 초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비웃음거리에 불과했다는 것. 아푸리카의 '부족적' 정체성과 인도의 '다양성(그리고 지리멸렬함)' 같은 것들은 식민지 지배를 위해 서구 열강들이 의도적으로 고안하거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무지로 인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 등등... 아주 흥미로운 사례들이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만들어진 전통'이 단순히 '"지배집단들이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적어도 내가 이 개념을 배웠을 때는 그 점을 무척 강조했고, 지배집단이 무슨 즈언통을 형성했는지를 배웠다.) 지배집단이 즈언통을 의식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많긴 했지만, 만들어진 전통들은 그 초기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그려려니 하고 수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도입되는 즈언통들을 창조적으로 변형하거나 거부하곤 했던 것이다. 서구 열강이 아푸리카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 군사주의, 서구제 학교, 기독교 문화에 '식민 지배'의 의미를 탈곡해 저 나름대로 써먹을려고 했던 아푸리카의 부르주아지들의 사례나 웨일스인들의 '전통의 재발견(?)'들은 이를 아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은 단지 지배집단, 민족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다양한 집단이 고안할 수 있다. 노동절의 도입과 '천모자' '기운 바지' 등으로 상징되는 노동자 집단, 대중스포츠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간계급 등등..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전통은 단순히 만들어진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언제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중요 개념은 서장에서 다 설명해주고('만들어진 전통' 그거 하나),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 위주로 구성되었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라이트의 '파워엘리트'와 더불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사회학(역사사회학)의 고오전인듯


진짜 간만에 잼잇게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