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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 1 > - 키류 미사오 (서울문화사) 이정환 옮김



추억의 책이다. 중학생 시절 친구가 가져와서 돌아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그림 동화의 원작으로 알고 있었다. 허나 저자 둘이 잔혹 동화의 형식으로 어느 정도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작 자체도 꽤나 자극적인 내용이긴 한 것 같지만. 빨간 딱지가 붙은 책인지라 더욱 자극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이지만 아마 성인보다 십대가 더 많이 읽었을 것 같다

단편집이니 각 작품별로 감상을 적겠다.


1. 백설공주

시작부터 근친에 삼각관계다. 왕이란 인간의 가정이 이 모양 이 꼴이다. 참 잘 돌아가는 집안이다. 시작부터 총체적 난국이다. 게다가 왕은 소아성애자다. 한숨이 나온다. 왕비는 왕을 탓하기 보단 자신의 딸 공주를 질투한다. 개판이다.

사냥꾼이 가져온 공주의 장기(사실은 산돼지의 장기다)를 먹는 왕비. 이젠 자기 딸의 인육까지 먹는다? 막장의 끝을 달린다. 한계가 없다.

공주와 난쟁이들과의 동거는, , 넘어가자. 상상하는 그대로다.

이젠 남을 시키지 않고 직접 제 손으로 백설 공주를 죽이려는 왕비. 혼돈의 카오스다.

세 번째 시도 끝에 살인에 성공한다. 노파로 변장한 왕비에게 세 번이나 속아 넘어간 백설 공주의 백치미가 레전드다.

죽은 백설 공주의 유리관을 가져온 왕자는 성불구에 시체애호가였다.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다들 미친 것 같다.


2. 신데렐라

남을 의심하지 않는 착한 신데렐라와 졸부 근성의 양아치 계모와 의붓언니들. 대조적이다. 신데렐라가 고생 꽤나 한다. 이런 졸부에 양아치들을 많이 봐서 잘 안다. 정말 피곤한 족속들이다.

엄마의 친구라는 여자는 정체가 뭘까?

마법이 아닌 엄마가 남긴 재산으로 꾸민 후 성으로 가는 신데렐라. 현실적이다.

신데렐라는 너무 착해서 답답하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잘못된 사상이나 신념에 빠지면 위험하다.

발가락과 발꿈치를 잘라 유리구두의 주인인 척하는 의붓언니들. 이래야 이 작품집의 수록작답지.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저자의 설명을 보니 그림 동화가 아닌 페로 동화집에 처음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해설을 보니 당시 유럽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뭔가 동화가 현실과 만나 단순히 잔인해진 것을 떠나 동심을 파괴하는 느낌이다. 마음에 든다.


3. 개구리 왕자님

시작부터 공주가 언더 독에 빠진 PC주의자의 느낌이 든다. 씁쓸하다.

공주와 달리 아버지인 왕은 꽤나 현실적이다. 흙수저들은 단지 돈이 없어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 생활, 문화 등에 문제가 있다. 돈만 준다고 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공주처럼 단순히 남만 도우려는 마음만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역시나 공주는 이중적인 PC주의자였다. 개구리가 말을 건다고 신분을 운운하며 불쾌해 한다. 개구리와의 약속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성욕이 넘치면서 숨기려고 한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길.

남자로 변신한 개구리. 그와 공주의 삶은 지독한 현실 앞에 환상이 무너지고 아들에게 대물림 된다. 이상주의자에겐 잔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씁쓸하다.


4. 파란 수염

파란 수염은 어딘가 가학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디스트로 보인다.

정조대를 채우는 파란 수염. 전형적인 권위적인 남성상이다.

상인과 정조대의 예비용 열쇠를 만드는 대장장이를 보아하니, 설마, 이런 식으로 이중으로 돈을 버는 건가? 머리 좋다. 나도 정조대와 예비용 열쇠를 이중으로 팔아 돈을 벌고 싶다. (?)

파란 수염이 왜 이리 됐는지 이해가 된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이 떠오른다. 덧붙여 리처드 버턴의 아라비안 나이트.

결론은 여자도 성욕이 있다.

파란 수염이 열지 말란 방엔 여자들의 시체가 쌓여 있다. 큰일 났다.

여성주의자들이 보면 남성 혐오를 느낄 작품이다.

파란 수염을 죽이고 해피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으나 그의 증오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내. 여러 여성주의자들처럼 이번엔 그녀가 남성을 혐오한다. 역시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우리 모두 서로를 사랑하며 살자.

이 작품의 해설도 꽤나 에로스적인 관점으로 쓰였다. 파란 수염의 모델인 질 드 레는 여자가 아닌 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역시 현실이 픽션보다 더 잔인한 법이다.


5. 잠자는 숲속의 공주

전형적인 왕비의 불륜 얘기다. 사냥터지기 청년과의 불륜을 보아하니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떠오른다.

공주를 위협할 북에 대한 해석도 꽤나 성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성적으로 머리가 굴러간다. 프로이트가 좋아할 듯하다.

남장한 공주라니. 레즈비언의 기운이 느껴진다. 에로스의 종합 선물 세트다.

혹시나 했는데 작중에도 100년의 세대 차이 문제를 드러낸다.

결말은 공주의 남장에 왕자가 반하고 가정의 평화가 온다. 왕자 취향 좀 보소. , 이해는 한다. 너무 여성스러운 것보다 살짝 중성적인 느낌이 더 끌릴 수 있는 법이다. 나도 살짝 그런 취향이라서 이해가 된다. 후훗. (?)


6. 노간주나무

수록작들 중 유일하게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인지 모를 작품이었다.

전형적인 계모와 자녀들, 그리고 아버지의 얘기다. 계모는 진짜 또라이 같은 년이다. 아동학대도 모자라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에 대한 불만을 소년을 살해하는 것으로 해소한다. 게다가 죽은 소년의 인육으로 수프를 끓인다. 이 미친년은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냐?

소년은 새가 되어 노래하다가 계모를 죽이고 사람으로 다시 부활한다. 그리고 복수하듯 계모의 인육으로 수프를 끓여 가족들과 먹는다. 복수조차 가관이다.

그림 동화가 쓰인 시절엔 잔혹함에 다들 그러려니 했다니. 요즘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기자. 결론은 인육 같은 건 먹지 말자. 인육은 먹으면 감방 가는 고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