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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어공주

저자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전반부는 매우 원작에 충실하다.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다.

인어공주는 세상을 모르고 살아와 사서 고생하려는 것 같다. 분명 후회하리라.

복잡한 인간 세계에서 혼란을 느끼는 인어공주. 일종의 탈코르셋을 선보인다. 가식과 허례허식에 둘러싸인 인간 세계에서 혼란을 느낀다. 인어 공주의 심정이 이해된다. 인간 세상은 본질보다 외적인 것에 너무 얽매여 있다. 일종의 사회 풍자극이다.

기사는 어딘가 돈키호테의 느낌이 난다. 한결같이 둘시네아를 사랑하던 돈키호테가 절로 떠오른다. (실제로는 둘시네아의 실체를 직접 본 후 현실을 부정하며 못 알아봤지만) 공주와 기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작중 기사와 비슷한 위치에서 남녀관계에 얽힌 적이 있어서 그 심정이 이해된다.

왕자를 살리기 위해 죽이려 했다는 인어공주. 비극이다. 게다가 기사도 자결한다. 이번 작품은 너무도 슬펐다. 자극적인 요소보단 비극미에 초점을 맞췄다.


6. 벌거벗은 임금님

이 작품집답게(?) 백작 부인이 시작부터 벌거벗고 옷을 입은 척 한다.

바보가 되는 것보다 두려운 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시나 현실적이다.

보이지 않는 옷을 만든다는 사기꾼들에게 바보 소리가 듣기 싫어 모두 낚이다니, 진짜 바보들이 맞는 것 같다.

임금님은 그래도 꽤 머리가 좋아 보인다. 이 기회를 이용해 믿을 수 없는 측근들을 테스트하기로 한다. 꽤 정치적으로 머리가 잘 굴러간다. 괜히 임금님이 아니다.

50여 명의 높으신 분들의 속옷 패션쇼라니. 으으, 기괴하다.

실체를 파악한 군중들은 분위기에 휩쓸리며 높으신 분들과 자신들이 다를 바 없다고 느끼며 벌거숭이가 유행하게 된다. 불길하다. 이러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며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과한 생각일지 모르나, 자꾸만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떠오른다. 진정한 권위의 파괴와 혁명, 그리고 평등이 실천되어 색다른 개념의 지옥이 펼쳐졌던 그 시절 말이다.

결말은 속옷 패션의 유행으로 식상하게 끝이 난다. 뭔가 허무하다.

결론은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


7. 행복한 왕자

이건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 아닌가?

시작부터 원작보다 좀 더 비극미가 넘쳐난다.

전반부는 원작과 비슷하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제비도 얼마든지 왕자의 부탁을 거절하고 이집트로 떠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는다. 왕자의 부탁을 모두 들어준다. 멋진 녀석이다.

왕자가 두 눈이 없다고 하자 제비가 두 눈을 자처하며 남는다. 제비, 너란 녀석이란. 원작보다 더 감동적이다. 사탄이 일자리를 잃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천사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는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나 저자의 심보가 꼬여서 우울한 결말이나 동심파괴와 같은 반전이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마무리까지도 원작처럼 끝이 났다. 아니,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 작품이다. 너무 훈훈해서 이 작품집의 수록작으로 보이지 않는다. 카니발 콥스의 사나운 데스 메탈 앨범에 신승훈의 감동적인 발라드 노래가 끼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간만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이었다. 최고다.


정리하자면, 이번 소설집엔 동성애 코드가 종종 눈에 띈다. 저자의 사심이 들어간 건가.

또한 전작보다 수위는 어딘가 낮아진 듯하다. 허나 풍자는 더 강해졌다. 전작처럼 그림 동화의 배경이 되는 중세와 근대 유럽 사회 비판보다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성향이다. 양쪽 다 내 취향이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행복한 왕자는 원작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간만에 감동을 제대로 느껴서 그러려니 넘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