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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시고 전집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사진. 퍼옴)


학생 시절의 어느 날, (프로포즈할 때 아내되실 분에게 100일간 편지를 써서 보냈다던 신혼의 남자) 국어 선생님은 김수영의 '폭포'를 열변을 토하며 수업하셨다.


그 수업에 감명받은 나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1층 도서관으로 달려가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을 빌려 읽고, 이 '온몸으로 밀어내는' 시인의 팬이 되었다.


도서관에 있던 김수영의 시집은 저게 다 였지만, 때마침 도서신청기간이었다. 구매도서목록을 짜는 게 힘들었던 사서 선생님은 우리 도서관 붙박이들에게 한 명당 30권 이상 신청하라고 강요하셨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김수영 시 전집을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신청도서들이 입고되던 날, 도서관에 내려가 보니 밴딩 끈에 묶인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책들 사이에서 사서선생님은 크고 거대한 책 두 권을 책상에 올려놓고 계셨다. 바로 위의 사진 우측에 있는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이었다.


사건의 전말인즉 이러했다. 전술했듯 사서선생님은 도서구매예산을 소모해야 했지만, 우리가 써낸 신청도서 목록은 턱없이 예산에 미달했다. 고민이 깊어지던 사서선생님은 도서관 쇼핑몰에서 내가 신청한 2권짜리 김수영 전집을 검색하시던 중 권당 20만원에 육박하는 민음사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사진 영인본을 발견하고 답을 찾아내셨다. 예산이 많이 남는다면 그냥 비싼 책을 사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육필시고 전집과 김수영 전집을 둘 다 손에 넣게 된 나는 한동안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보냈다. 그 와중에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도 출간되고, 이만교가 수유+너머에서 진행한 글쓰기 강의를 바탕으로 쓴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읽다가 김수영의 실질적 정직을 찬양하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 나의 김수영 뽕이 어떻게 부풀었을지 대충 감이 오지 않는가? 공자, 이덕무, 김수영, 전태일을 나의 영웅?으로 모시며 체육대회 반티에도 그 이니셜을 새겼던 흑역사까지 있다. 어.


몬가 내가 쓰는 글이 다 그렇듯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얼렁뚱땅 끝내는 것 같지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