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만 읽어봤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선 1순위 번역으로 정하고 애독할만 한거 같음. 특히 신곡은 단순히 내용 전달만 받기보단, 시로서의 느낌도 중요하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는 주석 달아주는 경우도 있으니 대학생 정도의 지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만 한다고 생각함.
다른 작품 이야기를 하자면,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의 김남우 번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민순 번역 신곡도 좋아할거 같음.
참고로 책 앞에 베네딕토 15세의 회칙이 붙어있는데 여기에 발췌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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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알리기에리 사후 6세기 말에 가톨릭 세계의 문학과 문예文藝를 연구하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베네딕토 15세 교황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사도적使徒的 강복降福을
역사를 통틀어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삶으로 가톨릭 신앙을 빛낸 위인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빼어났던 이들은 특히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영원히 빛날 업적을 남겨 놓아 사회와 교회를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 사후 600주기를 앞둔 단테 알리기에리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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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 생애가 가톨릭적 생활의 모범이었던 단테는, 라벤나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자신을 기리는 축전의 장엄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과 피렌체의 성 요한 성당에서 축전이 개막되리라는 점에 대해서 틀림없이 기뻐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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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든 항상 단테는 로마 교회를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 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자의 신부新婦’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베드로 사도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진리의 그르칠 수 없는 판관判官’이라고 불렀습니다. 신앙과 도덕의 문제에 관해서, 불복하면 영원한 죽음이 따르리라는 조건 아래 모든 인류는 베드로 사도에게 전적으로 순명해야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친히 존엄성을 받는 황제라 할지라도 이 법률에서 제외될 수는 없었습니다. 단테 자신의 말을 빌면, “황제의 권력은 하느님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좇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진리가, 로마 군주는 로마 교황에 결코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따위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현세적 행복은 진실한 의미에서 영원한 행복으로 움직이는 길을 지향하기 때문이다.”(《제정론De Monarchia》 3,16)
이 마지막 논증은 얼마나 드높은 지혜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까! 오늘날의 위정자들이 이대로만 행사한다면 현세에 풍부한 번영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단테가 당대의 교황들에 대해서 말할 때 그의 비난이 더없이 신랄하고 경멸적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태도를 취하게 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정치적인 상황입니다. 그는 이들 교황 중 몇 분이 단테를 그의 가정과 조국으로부터 추방하고 유배 생활을 하게 한 당파의 지원자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단테의 실언은 그가 역경의 거센 격랑에 희롱당하여 영혼에 깊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보여 주며, 이렇게 상처를 받은 이의 말은 분명히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여론입니다. 흔히 그러하듯이 그는 여론 때문에 자기의 적을 최악으로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인간적 약점이 단테 시대의 성직자들에게도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레오 교황은 “세상의 티끌이 신심 깊은 마음까지도 더럽힌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봉헌된 자들이 자신들의 본분에 대해 저지르는 이러한 과오 때문에 단테와 같이 온전히 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이는 슬프게 되고 고통스럽게 됩니다. 우리는 거룩한 생활로써 찬란한 일생을 보낸 다른 이들도 단테 시대에 행해졌던 이러한 과오에 대해 비난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테가 분격하여 불평하고 비방한 것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가 교회로 인하여 얻은 명예와 그의 최상권에 대한 순종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의 정치 철학을 이렇게 변호했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아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효심, 그리스도와 교회, 목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스도교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오직 진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저작에 착수한다.”(《제정론De Monarchia》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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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가 이 600주년에서 거두기를 바라는 열매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문학을 배우는 어떤 곳에서든 단테가 마땅히 누려야 할 명예를 그에게 돌려주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단테는 그리스도교 진리의 스승이며 영감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라는 명예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단테가 《신곡》을 집필한 의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가 말한 바와 같이 신곡을 집필한 그의 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을 그 비참한 상태로부터 끌어올리는 것이었으며, 둘째는 그들을 행복의 경지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단테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항상 말했습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마지막으로 다행히도 인도자인 교회 밑에서 문학과 문화에 전심할 수 있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이미 그러하였듯이 이 시인을 사랑하고 포옹하십시오.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가톨릭 예지의 찬미자며 통보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웅변적이고 능변能辯한 통보자들의 선구자입니다. 단테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이 강해질수록 진리의 찬연함에 대한 여러분의 감탄도 커질 것이며, 또한 거룩한 신앙에 대한 전심專心도 그만큼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저는 이제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은총을 내리시기를 바라며, 또한 특별한 애정으로 사도적 강복을 드립니다.
재위 7년 4월 30일, 성 베드로 대성당과 가까운 로마에서
베네딕토 15세 교황
김남우 센세 읽기 좋다던데 왜 1권만 나오고 중단 ㅠ 천병희 센세 꺼로 가야겠다
신부님 번역 대단하시다
첫 줄 원래는 "한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였는데, 아쉬워젔네.
신곡도 신곡이지만 김남우 센세 아이네이스 추천이 있어서 더 반갑네요 ㅋㅋ
김남우 번역 아이네이스는 '한국어 문예'의 관점에서도 명작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