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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를 비판하고 그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내용을 담았지만 되려 거대 오타쿠 양성에 한 몫한 에반게리온.

오타쿠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이 피해의식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오타쿠의 열광을 이끌어낸 <열광금지, 에바로드>

영업도 하고 분석도 할 겸 이 '아이러니'를 중심으로 글을 써보려 함. 이 책은 딱히 스포일러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안 본 사람도 봐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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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뷰가 진짜 많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동명의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은 '실제 인물의 일대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음. 이 때문에 장강명이 설치해 둔 몇몇 장치가 잊혀지고 있음.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보려 함.

ㅡ패러디로서의 <열광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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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목차부터 패러디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법한 대사들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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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패러디. <파>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했다는데, 난 신 극장판은 안 봐서 잘 모르겠다. 참고로 이 장면은 장강명 작가가 자신이 쓴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라고 밝힌 적 있음. (다른 하나는 <댓글알바>에서 남산 노인이 연설하는 장면.)

그리고 이외에도 에반게리온 얘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을 안 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할 수밖에 없음. 2번 보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서술방식이 에반게리온의 연출방식과 흡사하기도 함. 24, 25화에 나오는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여러 사람이 대화하고 말을 이어가는 형태'의 서술이 등장하기도 함. 장강명도 제법 섬세하게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하지만 정말 주의해서 봐야할 부분은, 서사 외적인 부분임.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그들을 유인한 다음에, 정작 '오타쿠에서 벗어나라!'라고 외치는 반 오타쿠 적인 경향임.

ㅡ반 오타쿠로서의 <열광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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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반 오타쿠 적인 성향은 제법 알려져 있음. 극장판 만들 당시에 안노(감독)가 오타쿠 시장에 대한 혐오에 빠져 있다는 일화도 있었고...

그리고 장강명은 오타쿠가 아니며, 그들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음. 장강명 왈,
"나는 이카리 신지 같은 인간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덕후 문화는 이미 메인 스트림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자신이 멸시 받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그래서인지, 그는 작중 내내 오덕후와 거리를 두는 편임. 종현을 취재하러 간 기자는 장강명의 분신과도 같은데, '기자는 중년, 종현은 청년'이라는 식의 서술이 많이 보인다. 실제 종현과 기자는 10살 차이도 안 나는데 계속해서 세대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음. 이해찬 1세대, 80년대 초반의 신세대,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다 등등.

ㅡ 상업성으로서의 <열광금지>
이처럼 오타쿠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 안노와 장강명이지만, 두 사람은 오타쿠를 겨냥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음. 에반게리온은 말할 것도 없고, 열광금지도 성공한 작품임. 평론 같은 데에서 장강명을 말할 때, '표백의 장강명', 혹은 '열광금지의 장강명'라 말하는 경우가 많더라. 대중들에겐 열광금지가 더 많이 알려진듯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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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은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쿨데레, 츤데레 + (부녀자를 노린) 게이 캐릭터, 연상의 누님 + 건담 등등 오덕들이 좋아할 만한 걸 다 갈아서 만들었음. 이러니 인기 있을 수밖에 없지.

장강명은 에반게리온 팬덤을 타깃으로 노렸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음. 바로 그들의 나이. 96년에 방영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는 세대는 (집필 당시에도) 30대 초중반의 연령대였음. 그들은 더 이상 만화영화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좋아하는 연령이 아니었음. 그럼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사회에 잘 적응한 인싸 오타쿠 캐릭터'를 만들자! 였음.

이 소설의 주인공, 종현은 오타쿠의 사회적 통념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씹인싸임.

아싸 ㅡㅡㅡㅡㅡㅡ> 인싸
눈치 없음 ㅡㅡㅡㅡ>섬세함
방구석 폐인 ㅡㅡㅡㅡ>강한 생활력
못생김 ㅡㅡㅡㅡㅡㅡ> 꽃미남

피해망상에 젖어든 오타쿠들에게 이 설정은 꽤나 먹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뿐, 덜 떨어진 인간이 아니다!"라 외치는 수많은 오타쿠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듯 함. 무엇보다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남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인간에 대한 환상(중2병, 고2병)이 사라진 독자들이었기 때문에, '남들과 잘 어울리고 제 한 몫 해내는 주인공'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임.


ㅡ나이 든 오타쿠의 넋두리로서의 <열광금지>
"저는 더 이상 오타쿠가 아니었습니다."
종현은 소설 초반에 이렇게 못 박아뒀음. 어렸을 때는 에반게리온을 마치 인생의 바이블이라도 되는 듯이 추앙했지만, 커서 보이까 이것도 결국은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이었던 것임. 그것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이 이 소설 전체의 내용임 ㅇㅇ.

안노가 당시의 오타쿠들을 조롱하고 "밖으로 나가라!" 재촉했다면, 장강명은 오타쿠를 졸업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며 '밖으로 나간 오타쿠들의 이야기'를 해줬다고 생각함.

결국은 서사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두 작품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골자임. 상업성+반 오타쿠적 경향을 동시에 담아낸 에반게리온과 그 자체를 패러디한 열광금지.

ㅡ<열광금지> 킬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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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이 이카리 겐지 코스프레 하면서,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엉덩이 춤 추는 부분이 제일 웃겼음.

관심 있으면 읽어보시길.



+) 디시 앱 있으니까 진짜 글 쓰기 편하네. 진작 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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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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