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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책이 그렇게 재밌다며 추천해주었는데, 티비에 나와서 그런가 주변 도서관들은 모두 대출중이었다. 그래서 반강제로 원서를 빌렸는데 양장이 아니라 가볍고 좋았다.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사도 기대를 돋구었다. 영어의 난이도는 고등학교 영어지문보다 쉬워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으므로, 번역본을 구할 수 없을 때는 원서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가 세상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10가지 이유 - 그리고 세상이 우리 생각보다 더 나은 이유'가 이 책의 주제이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었고, 각 챕터마다 우리가 세상을 잘못 해석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10가지의 직관들을 설명한다. 당연하게도 나 역시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무지와 오해를 가지고 있던 터라, "세상은 궁극적으로는 더 나아지고 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매 챕터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저자가 논리와 데이터를 통해 한 챕터 당 하나의 그릇된 직관을 차근차근 깨부술 때마다, 세상은 여전히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심게 되었다.
이 책의 뿌리가 되는 전제는 3가지이다.
1. 세상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누지 말고, 소득수준과 기대수명에 따른 4가지 단계로 분류해야 한다. (Chapter 1. the gap instinct)
2. 세상은 나쁘다. 하지만 나아지고 있다. (Chapter 2, the negativity instinct)
3. 인류는 무한정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Chapter 3, the straight line instinct)
이 세 개의 대전제를 두고 나머지 논의들을 풀어나간다.
지구의 인구 부양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류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 중 몇몇은 극단적인 조치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바로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인 국가의 국민들이 살아남는 것을 돕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즉 '그들'은 '우리'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를 두고 보면, 또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면, 아이의 생존 확률과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또 여성이 기본적 교육과 성교육을 잘 받을 수록,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극도로 빈곤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돕고, 그곳의 아이들이 오히려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 성장을 막는 길이다. 인구가 영원히 늘어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More survivors means fewer people" 이것은 내게 있어 정말 신선하고 유익한 주장이었다.
인구는 무한정 늘어나지 않고, 110억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이미 전세계 아이의 숫자가 20억으로 고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점이나 사상은 하나의 해결책은 될 수 있어도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스 로슬링은 독재정권 시절의 남한이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고, 2012-2016년도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10개국 중 9개국이 민주 의식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음을 근거로 들어, 심지어 민주주의마저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어쩌면 파격적으로 들리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주의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단지 그 목표 자체로서 추구해야하지 모든 목표에 대한 가장 우월한 수단으로 보지는 말자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 하나의 지식과 관점보다는 실질적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데올로기보다는 인간의 실질적 안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Chapter 8, 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현대 의학 이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피부병은 매독이었다. 그런데 이 매독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러시아에서는 폴란드 병으로, 폴란드에서는 독일 병으로, 독일에서는 프랑스, 프랑스는 이탈리아, 그리고 이탈리아는 다시 이것을 프랑스 병으로 불렀다. 어느 단체, 개인에게 모든 비난을 돌린 채 거기에서 그쳐버리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고 그 문제가 재발하는 걸 막는 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이슈인 코로나19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단순히 중국이나 확진자 개인(심지어 누군가는 대구 지역 자체를 비난하기도 한다)을 탓하지만은 말고 그 뒤에 가려진 어떤 부조리한 근본 구조를 따져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Chapter 9, the blame instinct)
한스 로슬링의 모든 주장이 내게 있어 납득된 것은 아니다. Chapter 4, the fear instinct의 contamination 파트가 그랬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 방사능이 거주민들을 죽인 실질적 원인은 아니며, 도리어 주민들을 사망케 한 것은 피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은 원전 사고가 일어나도 근방의 주민들이 그저 가만히 있어야한다는 뜻인가? 나이든 사람들은 물론 피난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피난보다는 방사능 피폭이 훨씬 악영향을 미칠 듯하다. 비록 방사능이 그들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DDT에 관한 견해 역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비롯해 내가 줄곧 접해온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을 '사망'하게 하느냐, 아니냐라는 약간 거친 이분법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책은 내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을 때 느꼈던, 비문학을 읽는 재미를 다시 맛보게 해주었다. 정연한 논리에 의해 설득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받고, 시야가 트이며 저자의 명쾌한 이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단순히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라는 안심을 우리에게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의 다른 여러 가지 측면들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 그 자체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물고기를 그저 주는 것 이상으로, 물고기를 잡는 법도 독자에게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다. 자료 해석을 할 때 유의해야할 점, 데이터에서 더욱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방법 등...... 저자의 주장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풍부한 표와 그림 또한 한몫을 했다.
잔해로부터 끌어내어지는 죽은 아이, 재난민,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 팩트풀니스의 큰 그림을 떠올리며 "그래도 세상은 좋아지고 있어"라고 생각할 뿐이라면 그건 물론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취하는 데에 열성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지면서도, 일상에서는 다시 머리를 식히고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은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세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적 '사실'을 언제나 염두해야 한다.
디시랑 전혀 안 어울리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콘인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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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엥고마웡..!
ㄹㅇ - dc App
부조리한 근본 구조와 개인을 분리하자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거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
맞아 솔직히 쉬운 건 아니야 머리 아프기도 하구...
도티 팬 이신가요?
오 매독 부분 보면서 우한 폐렴에 대한 문제를 신천지 한테 다 덮어 씌우는 것을 생각 했는데 바로 밑에 비슷하게 써주셨네요 ㅎ.ㅎ
본문 복사 붙여넣기 중국이나 확진자 개인(심지어 누군가는 대구 지역 자체를 비난하기도 한다)을 탓하지만은 말고 그 뒤에 가려진 어떤 부조리한 근본 구조를 따져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문에 이렇게 써놓으셨는데요.부조리한 근본 구조 라는 것이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까지 퍼지게 된 구조를 말하시는 건가요?
저는 도티가 뭔지도 몰랐읍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생각했어요 코로나가 애초에 처음 중국에서 발발하게 된 원인과, (한국으로까지 흘러들어온 건 그렇다치더라도) 신천지라는 이름의 종교를 매개로 급수적으로 퍼지게 된 과정
그냥 단순히 중국이 미개해서, 신천지가 악랄해서 그렇다라는 비난에서 그치고 뿌리가 되는 원인을 생각해보지 않으면 또다른 우한, 제2의 신천지가 다시 발생하는 걸 막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구요 물론 신천지는 주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