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떡밥이 돌았으니, 이탈리아의 대표적 모더니스트이자, 모더니스트들 간의 우정이 낳은 결과물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보자.
1861년, 유대계 독일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아론 슈미츠는 태어났다.
국제적인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당시 트리에스테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토였으므로, 아론 슈미츠는 오스트리아인이 되었지만, 이 트리에스테 자체가 오늘날에도 굉장히 미묘한 지역이었고, 슈미츠 본인 또한 독일인과 이탈리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트리에스테인이었기에 여러모로 '국제적인' 인간이었다.
독일말도 유창하게 잘 했지만, 이탈리아어도 적절히 했고, 무엇보다 트리에스테가 고향이었으므로 트리에스테 방언을 사용하였다.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을 갖지만, 그는 은행 일을 해야했다.
따분한 20년 간의 은행원 생활 도중, 그는 사촌과 결혼한다.
잠깐, 누구랑 결혼한다고?
"우리 고향에선 흔한 일이다."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지던 아론 슈미츠는 '이탈리아계 스바비아 (독일 남부) 사람'이란 뜻의 '이탈로 스베보'라는 필명을 만들고,
자신의 지루한 은행원 삶을 바탕으로 한 <삶>과 권태로운 삶을 다루는 <에밀리오의 카니발/ 늙은 시대>를 발표한다.
둘 다 쫄딱 망한다.
사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다.
"망한 글 그만 붙잡고 사업이나 해."
그 후 20년 동안, 이탈로 스베보는 사촌과의 결혼에서 얻은 사업을 육성하며 그럭저럭 잘 나간다. 물론 문학과는 거리를 둔 삶이었다.
사업 자체는 꽤나 잘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출장도 나가서 거주한 경력도 있었을 정도로.
그리고 그 사이 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느 새 1차 대전이 일어났다, 끝났고, 트리에스테는 이탈리아 영토가 되었고, 이탈로 스베보 또한 이탈리아인이 되었다.
이탈로 스베보 본인에겐 사소한 문제였다.
애당초 트리에스테는 국제적인 도시라 워낙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기이한 놈들이 오는 곳이었으니까.
20년간 열심히 사업하며 집안도 잘 먹여살렸다고 느낀 이탈로 스베보는 남 몰래, 소심하게 다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오늘날까지 알려진 스베보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만남이 시작되었다.
트리에스테는 이상한 놈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 이상한 놈이 왔다.
"영어 알려줄 테니까 돈 내놔."
당시 트리에스테엔 노라와 자식들과 함께 제임스 조이스가 살고 있었다.
글 써서 돈은 못 버는 조이스는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여러 일도 햇는데, 그 중 하나는 영어 강사였다.
이탈로 스베보는 영국에도 잠깐 있었던 만큼 영어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더 잘 알기 위해 강사를 고용했다.
트리에스테 방언에도 능숙한 한 괴상한 아일랜드인을.
조이스는 원래 작가였고, 스베보는 작가를 꿈꾸던 실패한 작가 지망생이었다.
이런 공통점 덕분에 둘은 곧 베프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스베보는 소심하게, 자신이 몰래 쓰던 글과 예전에 출판했던 실패작들을 보여준다.
그대로 조이스는 극찬을 하며 더 쓰라고 재촉을 한다.
오늘날까지도 조이스의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스베보는 자신이 쓰던 글을 완성하지 않거나, 출판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조이스야, 내가 너보다 20살은 더 많은데-"
"아가리 하자."
그렇게, 조이스의 격려와 응원 끝에, 1923년 오늘날 이탈리아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이자 이탈리아 의식의 흐름과 심리 소설의 대표작 <제노의 의식>이 완성되어 출간되었다.
그의 나이 60이 넘었을 때였다.
스베보 본인의 자전적인 면모가 들어가있었으며 프로이트에 관심이 많아 주치의에게 자신의 삶, 담배에 대한 집착 등을 고백하는 이 소설은 이탈리아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하였지만, 이 소설을 극찬한 조이스 본인이 자신의 인맥을 총 동원하여 프랑스 등지에선 이름을 알리면서 스베보가 작가로 성공하는데 기여를 한다.
설마 흉악한 조이스가 아니었다면, 이탈리아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사람들이 괴로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흑우 없제?
이탈로 스베보 본인은 단순히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도 꽤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율리시스>의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부분적인 모티브가 이탈로 스베보였다.
짤은 조이스가 그린 블룸의 모습인데, 스베보랑 판박이란 걸 알 수 있다.
거기에 블룸도 유대계였고, 스베보도 유대계 독일인 아버지로부터 태어났다.
사실 <제노의 의식>을 출간했을 때에도 젊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스베보는 이제 작가로서 길을 걷고자 글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제노의 의식>후속작 등 여러 글들을 쓰던 도중, 1928년 이탈로 스베보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로 인한 건강악화로 끝내, 1928년 66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제노의 의식>에서 담배가 주된 요소이듯, 스베보 본인 또한 골초였고, 죽는 날 당시 자신에게 병문한 온 이에게 담배를 달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건강 상의 이유로 거절당했단다.
"갈 땐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이게 마지막 담배일지도 모른다면서, 당일 스베보는 죽었다.
하지만 모더니스트들 간의 우정으로 탄생한 <제노의 의식> 등은 오늘날 이탈로 스베보를 현대 이탈리아의 주된 소설가로 만들어주었다.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 만델스탐의 노래
- 악어들의 거리
- 독일인이 오리라
-머피를 기다리며 (1)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2) 계승하는 중입니다 (3) 계속한다, 계속할 수 없다, 계속해야만 한다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스베보다 우오아아아아
절친각을 저렇게잡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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