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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책 추천을 할 때, 누군가 철학에 관심을 보인다면 철학사를 권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반대로, 철학사 따위 무쓸모이며 제대로 된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철학사를 기피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종종 보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독갤에서 철학사는 쓰레기 분야로 취급됐다. 철학 함에 있어 전혀 필요 없는, 흥미로라도 읽을 이유가 없는 프로이트와 융과 동급인 쓰레기. 물론 요새는 그런 존재들을 보기 힘들다. 작년에 열심히 살균했으니 말이다.

과연 철학사는 정말로 불필요한 책인 걸까? 그저 철학자들의 사상을 제대로 알기도 힘들게 축약해 놓은 모음집에 불과한가? 본인 또한 철학사 책을 잡을 때마다 그런 의구심에 다시 내려놓는 일이 많았었다. 그러나, 한 번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적당한 철학사 책을 읽었고, 결론은: 적어도 철학사를 읽고 손해볼 일은 없다.

먼저,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독서의 목적은 정보 습득에만 있지 않다. 저자의 특색이 드러나는 텍스트와의 교감, 이를 접하며 다가오는 즐거움, 정보 뿐만이 아닌, 기록 언어 자체가 배치된 양상에서 볼 수 있는 글의 재미 등등. 그저 정보 전달만을 위해 독서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비효율 그 자체다. 책은 쓰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도, 책과 관계된 모든 행위는 하나의, 또는 복수의 의미를 창출하고, 이는 비단 정보 교환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철학사 책들 또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위키에 불과하지 않다. 시대 상으로 선택적으로 배열한 순간부터 모든 철학사는 그 나름의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저술되었다. 이번에 언급하는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는 현대 인류가 어떤 지성들의 업적 위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지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저서는 철학의 세계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철학에 영향을 미친 여러 과학적 발견과 그 의의, 철학에서 시작하여 떨어져 나간 분과들의 업적 등을 다루며 철학에 집중하면서도 지성사에서 철학사의 연결을 무시하지 않는다. 또한, 철학자들의 사상은 단순히 주장이라는 정보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그 주장과 사상이 인류 지성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저자들은 정보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고 그 의의를 설명한다. 이런 책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후반부에 들어서 현대철학으로 넘어갈 때, 어딘가 엉성하고 난잡한 방식으로 서술함과 동시에, 이전의 철학자들에 비하면 더 가볍게 다룬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는 시기상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철학에서 수많은 학문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철학 자체도 여러 분과로 나뉘는 시기가 아닌가. 아직 연구결과가 그다지 쌓이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흠이 이 책의 의미를 훼손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결점이 독자들을 새로운 독서로 이끄는 연결고리가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나는 이 책이 사상들을 압축한 백과전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우리의 무의식적인 당연함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기 위해 이런 책들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철학사는 의미 있다. 철학 함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은, 그 자체로서의 존재 의의를 가진 책이기에.







항상 감상문을 쓰고 나면 글 쓰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못한 결과물이 나와 슬프다. 자기 생각도 똑바로 못 적는데 세계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소설가들은 어떤 존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