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정. 그는 그런 북디자이너다. 좋은 책을 만들려고 항상 골머리를 앓지만, 유쾌한 북디자이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북디자이너 구화정.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현산어보를 찾아서』,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구화정 씨가 북디자인을 시작한 곳은 인문서와 사진 관련 책을 많이 출판하는 청어람미디어였다. 그곳에서 작업한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현산어보를 찾아서』와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손암 정약전의 『현산어보』는 우리 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이다. 『현산어보』와 정약전의 실학정신을 찾아 7년여 동안 흑산도를 다니며 흑산도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희미한 전설이 되어버린 정약전의 옛 이야기를 되살리고, 마치 정약전이 된 듯 직접 바다 생물들을 살피면서 『현산어보』가 담고 있는 내용의 자취를 찾은 책이 『현산어보를 찾아서』다. 이 책은 작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관 내 오늘의 책 코너에 전시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종'에 선정되기도 한 양서다.
구화정 씨는 이 책을 하게 되면서 좋은 편집자들과 함께 책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컨셉을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지 등을 배운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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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홍대 거리에는 2006 프린지페스티벌 깃발과 포스터가 가득하다. 구화정 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프린지페스티벌 깃발 앞에서 수줍게 사진을 찍혔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구화정 씨를 몇 년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사진과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디자인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대부분 그렇지만, 그의 여행사진을 보면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청어람미디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카메라에 관련된, 사진에 관련된 책을 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계기가 된 책이 바로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과정이었는데. 이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하고 직접 같이 작업을 했던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상엽 선생님하고 임재천 선생님. 선생님들하고 사무실에서 같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처음 시안부터 카메라 스펙 같은 것까지 같이 공부를 하면서 원고를 하나하나 밟아 가면서 했거든요. 그게 되게 좋았고, 그걸 계기로 이상엽 선생님이 기획위원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그래서 이것 말고도 『포토저널리즘』이라든지 다른 좋은 책들을 계속 소개를 받고, 기획을 받으면서 청어람미디어에서 거의 18종~ 24종 정도를 만들고 퇴사를 하게 되요.”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서 건축대를 가려고 했던 북디자이너
미술이나 디자인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어릴 때부터 그런 창의적인 일들에 소질이 있었나, 돈은 많이 들지 않았나 등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보니, 구화정 씨는 사람만큼이나 재미있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 그냥 시작한 피아노를 계속 하게 되어 음대에 가나보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음대를 가려니까 연습하기가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말에 그만 뒀더니 이번에는 실내 인테리어가 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게 건축대를 가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중 3때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어요. 진짜. 그래서 연합고사 한 달 남기고 독서실에 가서 6층 언니를 만났는데, 그 언니가 미술고등학교를 다고 있었는데. 얘기를 막 하다가 언니, 나는 인테리어하고 싶다고, 그래서 건축대를 갈 거라고 했더니 언니가 왜 건축대를 가냐고 미대를 가야한다는 에요. 미대 디자인과를 가면 다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중3때 너무 놀랐잖아요. 미대를 가면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건축대 가려면 성적이 되게 좋아야 한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내가 수학을 되게 못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이과를 가나 고민을 막 했었는데. 그래도 건축대에 가야하니까.. 굳이 막 한 거죠. 근데 그 언니 하는 말이, 예고 가려면 성적만 조금 되면 뎃생 2~3달만 해도 예고 간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들어간 대학, 1학년 때는 고민이 많았다. 만드는 쪽을 하고 싶었는데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그러나 2학년 때 ‘타이포그라피’라는 문자 만드는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각디자인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하다 보니까 편집디자인이 성격에 맞아서 막연하게 그 쪽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데 사실 취업 때 되니까 막상 편집디자인을 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거예요. 정보도 없으니까.. 그런데 우리 과 선배 중에 일단 어디든 들어가서 진로를 결정해라 해서 간 데가 의류 업체 광고 디자인업체를 간 겁니다.. 갔는데, 막상 가니까, 사진 촬영하고 그러는 건 너무 재미있는데, 그 이미지를 풀어가고 하는 게 신입 시절 나한테 되게 안 맞았어요. 되게 어려웠고...”
그러던 중 알게 된 사람이 북디자인의 대부라는 정병규 선생. 친구한테서 그가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북디자인 강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둔다. 마침 한겨레에서 시각디자인 쪽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어서 그 일을 하며 강의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출판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소개를 받고 청어람미디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어 이때에 이르러서야 북디자이너가 되었다.
북디자이너가 어려운 점은 역시 비용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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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편집자와 북디자이너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텍스트의 이해 정도로부터 오는 차이도 있지만, 북디자이너가 이해한 텍스트는 이렇게 이미지를 뽑으면 좋은데, 편집자가 자기가 굉장히 추상적으로 생각한 안을 밀게 되면 시안이 3차, 4차까지 갈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북디자이너가 그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와 생각하는 컨셉이 다르기 때문에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 경제적인 문제는 더 큰 어려움으로 보인다. 출판사나 기획사에서 제시하는 비용이 있는데, 이걸 북디자이너가 다 해야 하는 것.
“만약 이 작업을 10만 원을 받고 하게 됐다고 해요. 10만 원으로는 나 혼자 다 커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이 있어요. 정말 글씨가 어떤 분의 글씨를 가져다가 작업을 하고 싶고, 어떤 화가의 그림을 넣어서 작업을 해야지 이 책이 빛을 발할 수 있고, 이 컨셉에 맞는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출판사들이 있어요. 왜냐하면 출판사에서는 그렇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들 책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미지적인 욕심이 있는 거지요. 내놨는데, 많이 팔리지 못할 것 같은 책들이 있어요. 조금만 팔릴 건데, 그렇게 돈을 들일 필요가 있겠느냔 거죠. 사실 요즘 출판사에서 5천 부 이상을 찍기가 힘들어요. 5천 부 찍고, 재쇄를 들어가기까지가 1년이 넘어요. 그 1년 흐름을 봐서 안 팔린다 싶으면 남아있는 것만 팔고 안 찍으면 끝이죠. 절판된다고 하지요.”
듣다 보니 책의 슬픈 운명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서 결국엔 이런 치밀한 계산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프다.
“정말 10만 원으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면, 그 역량도 다 디자이너한테 달려있는 거예요. 그러면 디자이너가 그림도 그려야 하고, 이미지 연출도 해야 하고, 심지어는 글씨까지 쓰게 되는 거죠. 디자이너가 만든 결과물들이 출판사나 편집자들이 좋다고 인정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컴퓨터에 의존을 하게 된다거나 이렇게 하게 되죠”
디자인도 열심히 잘 했는데 잘 팔릴 때 가장 보람 있어
사실 책을 받았을 때 북디자이너 맘에 드는 책이 있고 만들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책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찍고 싶은 사진이 있고 찍기 싫은 사진이 있는 것처럼. 월드컵 때 그 시즌에 딱 맞게 급하게 만들어내는 기획원고처럼 원고의 질과는 상관 없이 소재로 단기간에 팔기 위해서 만드는 책은 북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 구화정 씨의 경우는 사진, 그림, 여행에 돤련된 책을 만들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과정, 과정은 어렵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다.
“책이 잘 팔릴 때, 디자인도 열심히 잘 했는데 잘 팔릴 때, 정말 좋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경우도 내용도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규모가 작은 거예요. 5천 부씩 세 판을 찍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예술분야에서는 잘 나간 거예요. 예술분야에서 베스트셀러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사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만 사 본 거잖아요. 그런 책은 뿌듯해요. 지금 꺼내 놓아도 자랑스럽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이 책 디자인 좀 꾸지다, 편집 내용에 대해서도-내가 일을 하게 되면 될수록 일에 대한 눈이 높아지니까-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1년 차 때 했던 디자인들이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그런데도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경우 왜 아직 좋으냐면, 종이 선택부터 모든 것들을 내가 했다는 거. 그리고 내 선택에 대해서 편집자들이 OK 했다는 거. 표지 시안도 여러 가지 했었는데 너무나 손쉽게 재미있게 통과가 됐던 거예요. 그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서 통과를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과 그 사람들이 생각한 것들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 거죠. 그래서 그건 사실 원고 보고 수정하고, 사진 고르는 데에만도 며칠 밤을 샜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힘들지 않았고, 재미있었고.”
“아직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그런 책이에요. 내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사실 모든 일들이 경제적인 원리를 생각 안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여행 책자나, 사진 책자 같은 거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내가 사진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사진기록이라는 것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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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북디자이너 구화정.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구화정 씨도 젊은 시절부터 사진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사진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사진을 좋아하게 된 건 아빠가 젊은 시절부터 카메라를 좋아하셨었어요. 그런데 지금 50대 후반 어른들은 그 분들이 20대일 때는 카메라가 워낙 고가일 때였잖아요. 그때 아빠도 세 달치 월급을 모아서 캐논 수동 카메라를 사서 그걸로 우리 자라나는 걸 다 찍어주셨어요. 그걸 보고 큰 데다가 아빠가 초등학교 때 나에게 자동카메라를 사 주셨어요. 그래서 그 미니 자동카메라를 들고 초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요. 필름 값 무서운 줄 모르고 그냥 막 찍었죠. 아빠가 인화해 주시니까. 그러니까 겁 없이 사진을 막 찍다가, 정말 사진이 좋아진 게 언제냐면, 시각디자인과에서 선택으로 전공하는 게 사진이에요. 정말 사진이 좋은 애들은 사진 수업을 듣는데... 정말 시각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을 다루는 기술이거든요. 모든 시각디자인은 사진을 다룬다고 봐야 해요. 어떻게 보면, 타이포그라피나 그림은 부가적인 거예요. 사진을 볼 줄 알고 사진의 구도를 트리밍 할 줄 아는 게 시각디자인에서 중요한 거기 때문에 사진을 기본적으로 배워요. 그런데 찍어본 사람이 볼 줄도 안다고, 보통 전공 선택을 두 학기 정도 듣는데, 그 두 학기 수업을 들을 때 아빠가 카메라를 사 주신 거예요. 아빠 카메라로 찍지 말라고.. 아빠 카메라는 노출계가 없었거든요. 그때 처음 니콘을 손에 넣고 사진을 찍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좋은 거죠.”
어릴 때 자동카메라가 생겨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며 찍던 사람으로서 공감이 간다. 시각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이 사진 기술이라는 말도 와 닿는다. 근래 사진 전공자들보다 회화 쪽 분야에서 더 사진을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작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구화정 씨도 그런 경향 속에서 공부를 한 것 같다.
아무튼 없던 사진동아리도 만들어서 사진을 찍다가 4학년 때 유럽여행을 가며 올림푸스 pen 카메라를 들고 간 것이 사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사진 기록이라는 것의 중요성... 어릴 때부터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왕이면 이미지로 기록하는 게 좋겠다 해서 했던 게 시각디자인을 하게 되고 연관성이 많아진 거예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여행을 많이 데리고 다니셨는데. 사실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사진을 되게 많이 찍어오잖아요. 사진을 좋아하게 되니까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가서 찍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게 많아지니까 여행이 좋아지고, 여행에 힘든 게 없어지고, 또 가고 싶고. 그래서 카메라와 필름만 있으면 어딜 가도 든든한... 뭐 사진하는 사람 다들 그렇겠지만, 그렇게 된 거죠.”
출판사를 거쳐 디자인전문 회사로
구화정 씨는 청어람미디어에서 일한 후 지금은 김진디자인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책 이외의 디자인 작업을 하는 일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청어람미디어를 떠나던 이야기를 하며 매우 아쉬운 심정을 이야기한다.
“출판일을 처음 한 건데, 사실 그런 나한테 나를 믿고 디자인을 맡겨 줬다는 게 되게 고마운 일이에요.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대부분 북디자인 쪽은 외부 디렉터나 외부 디자이너들이 워낙 많아서 그 사람들한테 맡기는 게 비용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신경 쓸 부분이 줄어드는 거예요.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다 해 주거든요. 베테랑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신입을 써서 같이 도와주고 같이 밤 새 주고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 당시 거기 계셨던 사장님, 주간님, 편집장님이 굉장히 많이 해 주신 거죠. 그래서 내가 2년 동안 되게 많이 배우고 나온 거예요.”
그러던 그가 디자인전문회사로 옮긴 이야기를 하면서 “나한테는 이벤트 쪽이 좀 더 나았던 거 같아요~”라며 넉살 좋게 이야기한다.
“전주영화제 두 번 했구, 프린지페스티벌 두 번 했어요. 내가 예전에 그런 걸 해 본 사람이 아닌데도, 믿고 맡겨 주신 거예요. 하면서 그 연출이 너무 재미있는 거죠. 디자인회사에 있으면 좋은 건 그런 거예요. 북디자인 이외의 것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디자이너가 ‘나는 타이포그라피 전문이야’ 하면서도 타이포그라피가 접목된 다른 디자인들로 외도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북디자인은 북디자인만 하게 되어 있어요. 출판 쪽으로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데 디자인 회사에 오면 각종 편집물들을 할 수 가 있거든요.”
“일반 출판 쪽과는 달리 이런 이벤트 기획이나 행사 쪽은 정말 예쁘게만 만들어야 하거든요. 멋지게, 화려하게. 그래서 그 페이지 페이지 연출이 시간은 되게 오래 걸리고, 고생도 되게 많이 하죠. 만약에 인문서의 경우 350P로 해서 텍스트 수가 3만 개에요. 그런데 행사 브로슈어의 경우는 이렇게 얇은데도 글자가 배나 작기 때문에 텍스트가 6만 개에요. 그러면 사실 전문 편집자가 붙는 게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행사 기획자들은 텍스트의 객관 정보만 맞으면 되는 거고 대부분은 디자인에 미치길 바라죠. 너무 안보여도 안 되지만, 그만큼 디자이너의 역할을 되게 중요시해요. 그래서 되려 텍스트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되게 재미있었어요.”
휴식과 프리랜서를 고민하며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광각렌즈의 특성을 알고 있는 구화정 씨가 이런 사진, 좋다며 올려달라고 요청한 사진. 털털하고 유쾌한 성격이 드러난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디자인전문회사에 의뢰하는 경우는 대형 출판사들, 정말 많이 팔릴 책들만 만드는 회사들이 많이 의뢰를 해요. 여행책자나 실용서는 예쁘고 화려해야만 많이 팔려요. 심플하면 안 팔리거든요. 그런 것들은 좀 더 데코레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전문 회사에 많이 맡겨요. 디자이너가 많으니까. 거기서 이미지 다루는 기술을 배우게 되었는데... 그런데 거기에 있으면서 시간에 너무 쫓기다 보니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고갈되는 게 많아요. 사람이 잠을 안 자고 일을 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금 꽤 오래 되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지쳤어요.”
그러나 정작 고민은 휴식 이후의 일이다. 다시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프리랜서를 고민하는 구화정 씨의 속 깊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2~3년 동안 일을 하면서 제일 보람 있었던 일은 출판사에서 ‘당신을 디자인만 하면 되요’ 이러는 회사보다 디자이너의 의사를 존중하고, 디자이너가 만든 이미지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출판사, 편집자가 훨씬 일하기 좋았어요. 예전 청어람미디어에 있을 때도 그런 점이 되게 좋았거든요. 그런 데는 디자이너에게 최소의 비용만을 줄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도 그때는 돈 생각 안하고 그냥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이 만든 책들이 의미가 있었거든요.”
이거다. 돈 되는 일을 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자신이 만드는 책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쪽 사람들이 만든 일인사업장의 책들을 몇 번 공짜로 해 줬다고 말한다. 책 인쇄의 최소 규모인 1천 5백 부를 찍고 그러니까 디자인비를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일들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안 팔려도 보람이 있다는 것. 또한 그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느낀 것은 텍스트를 정말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고, 북디자이너를 매우 존중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 책들을 만들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돈 생각 안하고. 그래서 내가 프리랜서 선언을 하게 되면 그런 출판사 일들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차라리 맘 편하고 더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디자인도 열심히 잘 했는데 잘 팔릴 때 가장 보람 있다’라고 소개한 내용을 고쳐야 할 것 같다.
인터뷰 내내 구화정 씨는 빠른 속도로 말을 하는 동시에 한번 질문하면 다음에 물어볼 내용까지 앞질러 대답하는 친절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가면서, 가장 나중에 꺼내야겠다고 생각한 말을 역시나 구화정 씨가 먼저 말해버렸다. 어쨌거나 고마운 일이었다.
“월간 말지나 민중의소리에서 단행본 낼 때, 북디자인 맡길 일이 있으면 저한테 주세요.”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