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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어떤 Sf 단편집에서 체체파리의 비법이라는 단편을 진짜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이 무한정 임시휴관을 때린 날, 나는 휴관 중 읽을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하였다. 체체파리의 비법을 쓴 제임스 팁트리의 단편선. 이 책의 표제작인 체체파리의 비법을 생각하고 다른 단편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읽고서 모두 실망하였다. 단편집에 실린 첫 두 작품인 체체파리의 비법하고 접속된 소녀까진 괜찮게 읽었는데 그 뒤부터는 조금; 페미니즘 sf소설이라는데 sf보단 페미니즘에 더 비중을 비중을 두었다.
여태까지 sf랑 페미니즘이랑 결합된 소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않았는데 이 작품 보고 생각이 바꼈다.
아직 단편 7개 중 5개밖에 안 읽었지만 읽을수록 내 취향이 아닌것 같아 다 읽을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단편집 한 권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반 정도 읽은채 감상문 쓰는 것이 조금 캥기긴 하지만 단편선이라 그냥 감상문 써봤다. 스포 있음
여태까지 sf랑 페미니즘이랑 결합된 소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않았는데 이 작품 보고 생각이 바꼈다.
아직 단편 7개 중 5개밖에 안 읽었지만 읽을수록 내 취향이 아닌것 같아 다 읽을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단편집 한 권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반 정도 읽은채 감상문 쓰는 것이 조금 캥기긴 하지만 단편선이라 그냥 감상문 써봤다. 스포 있음
체체파리의 비법 - 갑자기 남자들이 여자들을 신의 계시를 받았다면서 무차별 살해를 하기 시작한다. 이후 인간들이 해충을 없앨때 약을 뿌려 호르몬을 교란시켜 해충들이 짝을 맺지 못하게 하여 해충을 멸종시키듯, 인간들 역시 외계인들에 의해 남자가 여자를 죽이게끔 행동하게 되어 인간의 생식을 끊기고 인류라는 종이 멸종하여 외계인이 인간이 사라진 지구를 꿀꺽하려고 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처음 읽었을 때 느낀 점은 인간 역시 호르몬 따위에 행동이나 정신이 조종되는 유기체라는 것을 느꼈다. 또한 인간은 해충을 자기 편의에 따라 없애려하고, 외계인은 인간을 없애려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외계인을 포함한 생태 피라미드가 생각났고 인류와 외계인들이 문명 진화 정도에 따라 먹고 먹히는 부분이 삼체와 비슷하다는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감탄했었던 것은 작중 남자가 갑자기 여자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전지구적으로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점점 더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충동적으로 살해하는 현상은 위도 30도선 주위에서 처음 일어나 시간이 지나자 남쪽으로 그 현상이 퍼져나갔다. 이것은 작중 현상이 정말 신내림같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그 지점에 원인이 되는 것이 위도 30도선 부근에 뿌려졌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바람을 따라 퍼져나갔으며 이 현상이 자연적 현상이 아닌 어떤 인위적 현상임을 암시한다. 이것은 작품의 리얼함과 사건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다. 또한 여자들은 이 영향권에 벗어나기 위한 도주극을 겸했기때문에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소설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야말로 일타이피, 일타삼피었다.
이 단편을 읽고서 과연 외계인이 인간을 자기 편의에 따라 멸종 시키는 것이 옳지않게 느껴진다면, 인간 역시 하찮은 해충이라 할지라도 자기 편의에 따라 멸종시키는 것이 옳은가? 라는 의문도 들었다. 어쨌거나 훌륭한 소재와 설정, 좋은 전개, 눈이 뒤집히는 듯한 반전으로 그녀 작품 중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sf 단편 중에서도 손 꼽힐만한 걸작이었다.
그러나 제임스 팁트리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그녀의 책에 페미니즘적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것을 알게되자 다시 읽었을 때 상당히 다르게 해석되었다. 그것은 남자는 근본적으로 어떤 조건만 충족된다면, 설사 그게 비이성적인 요소라할지라도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심지어 집단살인까지)을 퍼부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페미니즘 사상 중에서도 과격한 사상이었고 다소 피해망상적인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이 단편의 완성도는 뛰어났고 설정도 탄탄했으며 반전까지 빛을 발했으니 이 작품에 설사 래디컬 패미니즘적 요소가 녹아들었다 하여도 명작이라 할 수 있겠다. 오히려 페미니즘적 요소 덕분에 이를 상기하고 다시 감상할 때 완전히 색 다른 해석을 할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다시 읽어도 결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접속된 소녀 - 현실에서는 시궁창 속에서 사는 소녀가 예쁘고 인기가 많은 전자인형에 접속하여 현실의 자신은 내버려둔채 잘 생긴 남자와 썸을 타기도 하고 잘 먹고 잘 사는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야기. 그러나 인형 속 삶을 몰두하는 동안 현실 속 그녀 자신은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결국 죽어버린다.
주인공 델피는 못 생긴 외모를 갖고있었는데 이를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했다가 간신히 생존하였고 어느 엔터테이먼트 회사의 손아귀에 빠진다. 그들이 델피를 납치한 이유는 그녀의 정신을 전자인형에 접속시켜 아이돌을 시켜먹기 위해서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전자적으로 연결된 인형에 접속하여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야기는 매트릭스나 아니면 다른 사이버펑크 계열의 sf소설을 떠올리게 하였다. 잘 먹고 잘 살며 예쁘게 생긴 전자세계에서의 나와 비루하고 못 생긴 현실세계에서의 나의 괴리. 팁트리는 이 둘 사이의 간격을 무서울 치만큼 잘 묘사하였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가상 속 나에게 몰입하여 결국 현실의 자신이 크게 다치게 한다. 이것은 오늘날 게임이나 술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이를 단순한 공상으로 치부하지 못하게 했고 몰입도를 더하도 했다.
그러나 역시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자면 기존의 남자와 남자들이 만든 사회가 여성들에게 그들의 기준을 맞추도록 강요하여 여성들을 외형적으로나 내형적으로나 억압시키고 끝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작중 주인공 델피는 전자적으로 인형에 연결되어 예쁜 인형의 외모를 가지고 아이돌을 하는데 이 책이 70년대에 나온 것을 고려할때 미래를 예측한 게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성)상품화되어 개인으로써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상품이 되어 홍보되고 팔리는 오늘날의 여자 아이돌들에 대한 경고와 같았다.
아이돌이 아닌 일반 여성들조차 오늘날까지 남자나 또는 그들의 사회에서 인기를 끌기위해 외형에 끝없이 집착하여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여 건강을 망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을 볼 때 그녀의 이번 단편에 담긴 그녀의 사상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토록 델피의 처참한 운명은 제임스 팁트리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뒤의 작품들과는 달리 그녀의 래디컬 페미니즘 사상이 깃든 작품 중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 소설인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임스 팁트리가 작품 속에 녹여버린 사상은 이 단편이 요즘의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유행하는 흉자(또는 명예남성) 논쟁과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에게 공감하지 않은 채 기존 사회에 저항하지않고 사는 여자들을 흉자, 명예남성이라고 부르며 혐오하듯 작품의 시선도 이와 비슷했다. 작품은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며 주인공 델피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주인공 델피에 대해 신랄한 비꼼을 가한다. 비슷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평소 사이가 안 좋던 사람이 넘어지자 너는 절을 잘 하니 예의가 바른 착한애라고 직접적인 욕은 하지 않지만 악의 어린 비꼼을 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주인공 델피는 비록 자신이 그 비참한 운명을 어느정도 자처하였고 오히려 이를 즐기며 저항하지않았다고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인데 이에 대한 동정심 없이 비꼼 가득한 시선으로 그려낸 팁트리의 페미니즘 사상관에 대해 반발심을 느꼈다.
주인공 델피는 못 생긴 외모를 갖고있었는데 이를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했다가 간신히 생존하였고 어느 엔터테이먼트 회사의 손아귀에 빠진다. 그들이 델피를 납치한 이유는 그녀의 정신을 전자인형에 접속시켜 아이돌을 시켜먹기 위해서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전자적으로 연결된 인형에 접속하여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야기는 매트릭스나 아니면 다른 사이버펑크 계열의 sf소설을 떠올리게 하였다. 잘 먹고 잘 살며 예쁘게 생긴 전자세계에서의 나와 비루하고 못 생긴 현실세계에서의 나의 괴리. 팁트리는 이 둘 사이의 간격을 무서울 치만큼 잘 묘사하였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가상 속 나에게 몰입하여 결국 현실의 자신이 크게 다치게 한다. 이것은 오늘날 게임이나 술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이를 단순한 공상으로 치부하지 못하게 했고 몰입도를 더하도 했다.
그러나 역시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자면 기존의 남자와 남자들이 만든 사회가 여성들에게 그들의 기준을 맞추도록 강요하여 여성들을 외형적으로나 내형적으로나 억압시키고 끝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작중 주인공 델피는 전자적으로 인형에 연결되어 예쁜 인형의 외모를 가지고 아이돌을 하는데 이 책이 70년대에 나온 것을 고려할때 미래를 예측한 게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성)상품화되어 개인으로써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상품이 되어 홍보되고 팔리는 오늘날의 여자 아이돌들에 대한 경고와 같았다.
아이돌이 아닌 일반 여성들조차 오늘날까지 남자나 또는 그들의 사회에서 인기를 끌기위해 외형에 끝없이 집착하여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여 건강을 망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을 볼 때 그녀의 이번 단편에 담긴 그녀의 사상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토록 델피의 처참한 운명은 제임스 팁트리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뒤의 작품들과는 달리 그녀의 래디컬 페미니즘 사상이 깃든 작품 중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 소설인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임스 팁트리가 작품 속에 녹여버린 사상은 이 단편이 요즘의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유행하는 흉자(또는 명예남성) 논쟁과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에게 공감하지 않은 채 기존 사회에 저항하지않고 사는 여자들을 흉자, 명예남성이라고 부르며 혐오하듯 작품의 시선도 이와 비슷했다. 작품은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며 주인공 델피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주인공 델피에 대해 신랄한 비꼼을 가한다. 비슷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평소 사이가 안 좋던 사람이 넘어지자 너는 절을 잘 하니 예의가 바른 착한애라고 직접적인 욕은 하지 않지만 악의 어린 비꼼을 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주인공 델피는 비록 자신이 그 비참한 운명을 어느정도 자처하였고 오히려 이를 즐기며 저항하지않았다고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인데 이에 대한 동정심 없이 비꼼 가득한 시선으로 그려낸 팁트리의 페미니즘 사상관에 대해 반발심을 느꼈다.
보이지않는 여자들 - 주인공과 조종사, 모녀가 비행기를 타다가 사고로 오지에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 사실 모녀의 어머니는 외계인과 은밀히 소통하고 있었으며 외계인에게 그녀와 자신의 딸을 외계인들의 모성으로 데려다달라고 부탁하여 외계인과 함께 지구를 떠나버린다.
본격적으로 이 작품부터 팁트리의 책에 크게 실망하기 시작하였다. 작품의 해석도 한가지로 해석할 수 밖에 없으며 그 해석 역시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힘들며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는다. 전의 단편인 접속된 소녀에서는 남자들이 만들어낸 기존 사회와 그 안의 남자에 푹 빠지면서 그로인해 현실의 자기자신을 내버려두면서 스스로를 다치게 만든 델피의 이야기로 그녀의 페미니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다면 이 단편에서는 그런게 없었다. 작중 모녀의 대사로 래디컬 페미니즘의 주요사상을 읊조리고 남자인 주인공이 그것을 경청할 뿐이었다.
두 모녀가 지구를 떠나려는 이유는 전지구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핍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법적 지위와 권리를 얻었지만 그것은 남성들의 일시적 변덕때문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존과 화해가 아니고, 피상적인 공존일 뿐이고 사실은 현재까지도 남성에 의해 여성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현대의 여자들은 남성들을 운좋게 살아남아 간신히 '도시 속 땃쥐처럼' 생존만 겨우 하고 있다고한다. 그러므로 남성에게서 여성인 두 모녀는 살아남기 위해 지구를 탈출하고싶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소 과격한 주장이며 문제는 작품 속 그녀의 과격해보이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작 중의 모녀의 주장은 한국에서의 강남역 사건이나 이수역 사건에서의 래디컬 페미니즘 주장을 떠올리게한다. 당시에 시위하였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일부가 아닌 절댜다수 여성 전체가 만연적으로 남성들에 의해 생존을 위협 받고있으며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 의견이 다소 피해망상적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자신들은 '피해자는 여자라서 죽었고, 자신은 여자지만 단지 운 좋게 살아남았으며 직접적이거나 또는 잠재적 가해자인 남성은 이를 자각하고 반성해야한다' 라는 주장들. 이것은 팁트리가 가진 페미니즘 사상이 많은 계열중에서도 어떤 계열인지 확실히 알려주었다.
페미니즘 요소가 아닌 sf 요소로 봐도 상당히 실망스러운데, 비록 많이 디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흥미를 끄는 요소인 '외계인과의 조우'를 소설 속에 집어넣어놓고서 이를 제대로 써먹지않고 그대로 썩혀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테드 창을 좋아하지않지만 같은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점에서 비교해봤을때 이 단편과 네 인생의 이야기와의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갖고서 흥미를 끌지도, 그럴듯한 설정으로 현실성을 더하지도 못한 채 단지 작중 여자들의 한탄을 들어주는 방청객으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페미니즘 요소로서는 몰라도 sf 소설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전개였다. 그저 페미니즘 소설에서 억지로 외계인을 끼워넣었을 뿐 아닌가.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 근미래의 한 우주선을 탄 일행들이 급작스러운 블랙홀 때문에 2000년 뒤의 세상으로 타임워프한다. 미래에는 전염병이 돌아 남자들이 모두 죽고 소수의 여자들만이 살아남아 세상을 재건하였다. 미래로 간 일행들은 여자들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되고,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가던 도중 그녀들의 감시 아래 남자 특유의 성적이고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고 여자들을 다치게한다.
왜 안 나올까 싶었던 이야기가 드디어 나왔다. 남자들이 모두 죽고 여자들만이 남은 이야기. 추악하고 사나운 남자들을 대신해 여자들이 평등한 사회를 이룩한 이야기. 래디컬 페미니즘 소설이라하면 응당 떠올릴법한 전형적인 이야기다.
작중의 병은 남자 태아만을 죽여 인류를 불임시키는 유전되는 전염병인데 이로인해 80억 인구가 불과 이백만명으로 줄어들다. 소수의 여자들이 인공수정을 통해 번식하며 평화롭고 모두가 평등하며 동성애적인 사회를 구축한다.
여기에서 그나마 팁트리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 중에서도 온순한 편이라는 것이 나온다. 전염병에 감염이 되는 염색체는 남자들만 갖고있는 y가 아니라 바로 x라는 것이다. 오늘날 트위터같은 인터넷이나 심지어 각종 출판물에서까지 y 염색체 생식유전자의 열등함을 전파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놀라운 일이다. 작중의 유전병은 x 염색체를 감염시켜 사람을 죽이지만 이 유전병은 어디까지나 열성일때만 발현되어 감염된 염색체 x를 두 쌍 갖은 여자들은 전염병을 피해갈 수 있었다. 반면 염색체 xy를 가진 남자들은 그 병에 감염되면 백프로로 죽었다. 체체파리의비법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은 반전이었다.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 시험에 문제로 나오던 유전자 가계도 문제를 떠올리게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은 남성 주류측에 끼지 못한 왜소하고 소심한 남자이며 다른 등장인물들은 일반적인 알파메일(성욕이 높고 외향적이며 공격성이 나타남)들이라는 것이다. 제임스는 전형적인 주류 남성와 남자 페미니스트(또는 여자들에게 온건한 태도의 남성)를 대조시켰다. 내향적이고 키 작고 왜소하며 그나마 성평등적인 주인공은 여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않지만 동료 남자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미래 여자들을 강간을 하거나 총을 쏘는 행위를 방관한다. 주인공은 남자 동료들의 행동을 방관한 뒤, 남자들의 성차별적이고 과격하고 성욕이 넘치는 성격이 과거 원시사회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었기때문이며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며 그러니 자신들에게 너그러운 처분을 부탁하였다. 허나 여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나는 이것이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바라보는 남자 페미니스트에 대한 시각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에게 있어 남자 페미니스트는 주류 남자 세력에 끼지 못했을 뿐이며 여자들에게 공감할순 있지만, 단지 그뿐. 결코 진정으로 여자의 편이 되기 힘들며 같은 편이 될수 없는 방관자일뿐이라는 것이다.
작중에서는 사회를 재건한 여자들의 입을 빌려 제임스의 대한 남성관과 여성관이 간접적으로 나온다. 분명 기존의 남성성은 과거 사회에 도움이 되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는 별 쓸모없다. 미래에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은 여성성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체체파리의 비법에서 보여주었던 하드 sf같은 탄탄한 설정과 현실성을 높여주는 묘사는 나쁘지않았다. 초반부 주인공들이 탄 우주선에서의 묘사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탄탄한 설정과 묘사는 초반 우주선 장면에서 그친채 여성들이 차지한 미래 지구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세세한 디테일 대신 끝도 없는 근거없는 상상력으로 가득 채운 것이다. 읽고있노라면 초반에는 우주와 우주선에 대한 탄탄한 묘사로 현실감을 주는 하드sf가 뜬금없이 후반부엔 갖은 고난을 이겨내 평등한 여자들만의 세계를 세운 페미니즘 전설로 변모한 것 같았다. 내 생각에 제임스 팁트리가 어느정도 공학이나 과학쪽 지싣이 풍부하여 그쪽 묘사는 풍부한 것 같지만 거꾸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여 미래 사회를 잘 묘사하지 못 한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페미니스트로써 부족한 미래 사회에 대한 묘사를 페미니즘 사상으로 대신하였으니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내가 읽고 불평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인박사의 마지막 비행 - 아인박사라는 생물학에 두각을 보이는 한 과학자가 사랑하는 여자가 죽으려하자 비행기를 타고 온세계를 돌아다니며 치사율이 몹시 높은 병을 퍼뜨린다는 이야기.
불과 1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페미니즘 사상을 다루기보단 비뚫어진 로맨스를 다룬다.
작중 나오는 주인공 아인박사는 생화학 테러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여자에게 올인한 남성. 사랑하는 여자가 죽으려 하자 세상과 함께 자신도 따라죽으려 하는 남자. 아인박사야말로 아마 팁트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성상 아닐까 싶다.
이를 굳이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 페미니스트의 인물상에 대입해보자면, 남자 페미니스트는 단순한 동정과 관심을 뛰어넘어 자기파멸적 희생과 기존 사회에 대한 저항을 마다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을 나타내는 것 같다. 'Girls can do anything' 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고려해볼 때, 다소 비뚤어었을지언정 남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대하는 것이 신기했다.
비록 단편선 7편 중 5편 밖에 읽지않았지만 그녀의 소설 대부분은 모두 남자 또는 남자들의 사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여자를 그리고 있다. 그래도 모든 작품이 채채파리의 비법과 같은 수준이라면 명작이라 칭할 수 있겠지만.. 페미니즘을 빼고 sf소설로써 봤을 때 준수한 것은 첫 두 작품뿐이었다. 두 작품은 나름 설정에 뼈대를 붙여 몰입감을 더했다거나, 비록 교조적이었을지언정 페미니즘적 요소에 독자들이 잘 몰입하도록 하고 자신의 사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뒤의 작품들은 그러지도않은 채 그냥 '남자는 나쁘고 여자는 그런 남자들에 의해 피해를 받은채 간신히 생존하고 있어요'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그녀가 래디컬 페미니스트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온순한 래디컬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그녀의 작중 주인공은 거의 남자였다. 그녀는 남자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회의감을 피력하면서도 주인공을 남자로 삼아 끝없이 여성들이 박해받는 이야기를 경청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작중의 남자 주인공들은 결코 적극적으로 여성을 옹호하지 않은채 방관하고 심지어는 거꾸로 기존 남성측을 옹호하여 여성들에게 싸늘한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대체 어쩌라는거야 하는 심정이지만 짐작해보자면 남자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로써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모든 권위와 목숨을 여자들에게 맡기면 그제서야 여자들이 남자 페미니스트를 인정하고 나아가 남녀간의 화해와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것 아닐까..? 하고 팁트리는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이 아니라 남자의 여자에 대한 종속화 아닌가. 구시대적이고 야만적인 남성들이 평화롭고 평등적인 여자들에게 모든 권리와 판단을 이양하고 그녀들에게 종속화되는 게 팁트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녀평등이라도 된단 말인가? 어쨌거나 더더욱 과격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남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할때 그녀는 비교적 온순한 래디컬이라 부를수 있겠다. 한편으론 이것이 온순한 편인 래디컬 페미니즘 소설이라면 과격한 래디컬 페미니즘 소설은 어떤 내용일지 겁이 나기도 한다.
팁트리의 남성상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남성과 여성의 공존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끝없이 남성들에게 여성의 억압받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성의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남성이 진짜 여성에게 공감하고 협력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서술한다. 그런 팁트리의 모순적인 남성상은 소설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그녀의 개인사에서도 이어진다. 책날개에 적혀진 그녀의 일대기에 따르면 팁트리는 남자와 결혼해서 말년에는 노령의 남편이 알츠하이머가 오자 이에 대한 수발을 하다가 결국 남편을 총으로 쏴죽이고 자신 역시 자살을 했다고한다. 이는 그녀의 소설에 담긴 남성관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체체파리의 비법이 가장 재밌었고 그 뒤 작품은 첫번째 단편보다는 아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뒤 단편들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페미니즘 소설이 아닌 sf 소설으로써 평가할 때 뒤로 갈수록 실망스러웠고 굳이 남은 단편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단편 7선 중 5개를 읽고 이만 책을 닫았다.
이 책을 통해 느낀 페미니즘을 스깐 sf의 가장 큰 단점은 현실과 맞닿아있는 페미니즘을 상상력을 중시하는 sf와 결합하는 순간부터 교조적이고 훈계적이며 피해망상적인 분위를 풍겨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sf소설을 볼때 주제나 소재 또는 상상력의 참신함을 보는데 페미니즘과 sf가 결합되는 순간 주제, 소재, 전개가 모두 한정되게 된다는 것 역시 크게 눈에 띄는 단점이었다. 특히 제임스 팁트리 같은 경우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래디컬 페미니스트 계열이라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 뒷면의 'sf적 상상력과 페미니즘이 만났다' 라는 문구가 보였는데 이것이 나를 읽기 겁났었다. 그래서 원래는 읽지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 밑에 어슐러 르귄이 남녀 본인들이 원한다면 서로를 위해 발언할 수 있다는 추천말을 붙였기때문에, 이 단편선이 일방적인 래디컬 페미니즘 성향의 책이 아닌 남녀 상호간의 화해와 공존을 다룬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어본 바로는 그런 단편은 하나도 없었다. 르귄 이 할망구가!!!! 아마 르귄도 같은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sf 소설 작가로써 그녀를 밀어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여기에 낚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단편선의 작품들은 모두 Sf보단 페미니즘에 몰두한 소설이며 표제작을 제외하면 일반 sf 독자들이 읽으면 실망하기 쉬운 작품들이었다. 거꾸로 sf가 아닌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페미니스트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도 있겠다. 남자 페미니스트 말고 여자 페미니스트 말이다.
이 글은 어제부터 쓴 글인데 오늘이 알고보니 여성의 날이였다. 노리고 감상문을 쓴 건 아닌데 기분이 묘해진다.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 하루만 제임스와 그녀의 사상에 공감해보자.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쳤거나 그렇지않다면 미래에 피해를 끼칠 잠재적 가해자이다.'
서평 보고 글쓴이가 존경스러워지는 건 처음이네. 반어법이나 농담이 아니라 잘 읽었음.
진짜 정성들여 잘 쓴 좋은 글인데 묻혀서 좀 아깝네...
체체파리 다 읽고 후기 찾다가 너무 도움이 된 게시글이라 늦었지만 감사인사를 남김 미흡한 이해력에 도움을 줘서 무한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