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갤러리에 썼던 글인데

독갤에도 한 번 이야기하고 싶어서 올려봄

근데 이런 이야기 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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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낙태도 다른 윤리적 문제가 그런 것처럼 하나의 딜레마다


본문:

윤리는 근본적으로 딜레마의 문제고

이 윤리의 딜레마는 무한한 종합으로서의 현실이 너무나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발생함


나는 그래서 윤리적 결단주의자를 자처하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모든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무모순적인 규범윤리 - 공리주의, 의무론 같은 것들 - 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런 게 존재한다는 입장 자체가 근대철학적 오만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임

오히려 윤리는 늘 새로운 딜레마를 제시하고

우리는 각자의 분별력과 결단력으로 그때그때 가장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결단을 내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예를 들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예시를 들어보자.

관습적인 리베이트 부정의 대가로 뇌물을 받는 대형병원 부속 약국의 약사가 있다고 해봐

그런데 이 사람한테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서는 부정의 대가로 받는 뇌물이 필요한 거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 약사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그 약사를 고발해서 아이의 치료비가 끊기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약사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면

그 고발은 윤리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현실의 윤리적 딜레마는 너무 복잡해서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함

그래서 나는 몇몇 명백하게 부정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윤리를 빌미로 해서 타인을 정죄하려는 태도를 극히 혐오하는 거고...


낙태 문제 또한 비슷한 거지

낙태가 근본적으로는 한 생명에 대한 살해인 이상 그것에는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낙태로 태어날 아이가 정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라면

그래서 어머니한테 '너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나 들으면서 살게 된다면

어머니에게나 아이에게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쪽이 옳았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함...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의 교도권에 대해 순명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 사람을

가톨릭 윤리를 빌미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함.


각자에게는 각자의 결단이 있는 거고

그게 사회적으로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타인이 정죄할 자격 같은 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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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사실 결단주의는 칼 슈미트의 정치철학에 대해 주로 쓰는 말이고, 보통 윤리에서는 이런 입장을 실존주의라고 하는 편. 관련된 책은 당연히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푸코의 성의 역사 3권이나 니체의 책들도 어느 정도는 이런 입장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