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죽음> 읽고 있는데
순문학이냐, 장르소설이냐를 떠나서
소설을 읽는 순간, 아 이 작가 진짜 박식하고
아는 게 엄청 많구나
아, 이 사람은 이 분야에 대해 나름 심도 있는 연구를 했구나...
(특히 소설 중간에 나오는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백과지식인가, 그 부분에 나온 짤막한 지식들은
베르나르 특유의 멋이기도 하고..)
이런 게 느껴져서 순문의 길을 걷는 소설가든, 장르소설 쓰는 소설가든
베르나르 정도라 하면 엄청 인정해줄 것 같은데
소설 중간중간에 문단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라.
이를테면,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소설 안에서 장르소설 작가인데
비평가는 자기자신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나 만들어내는 삼류 작가 취급하고
순문학 하는 기성 문인들이 모인 문단에서는 자신을 푸대접하고, 상을 안 주고
뭐 이런 식으로 여주인공한테 약간 하소연하는 식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베르나르 수상경력이 88년 뉴스기금 신인기자상인가
이거 하나만 나오네?
진짜 하나만 받았나 좀 의외였음..
소설 중간에 나온 이 대사 보면서
프랑스 안에서도 문단 권력이란 게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은희경 작가의 <태연한 인생>이 생각나기도 하더라.
거기에도 이런 구절이 나오거든.
여러 소설가들을 만난 젊은 조교가
작가들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식으로 썰을 푸는데
책이 잘 팔리는 작가들은
자신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탓에
문학성을 인정받지 못 한다고 생각하고
또 반대인 경우는
문단이 상업적으로 흘러가서
형편없고 수준낮은 작품들이 후하게 평가받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일종의 자격지심과 피해의식 크로스지ㅎㅎ)
.
뭐 하여간 이런 내용인데
베르나르 <죽음> 읽다가 고 보분에서
딱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요 부분이 생각나기도 하더라.
예술가들이 대중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엄청난 사람들인데
베르베르 정도면 상업적 성공도 거두고
나름 주요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 같은 것도 많이 하고
되게 사람들이 알아줄 텐데
도대체 얼마나 더 인정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려나
이런 생각도 들고
(설마? 뭐 유력한 대선 후보 연설장 앞에 모인 군중들처럼 소리라도 질러줘야 하나?ㅎㅎ)
여하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거장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그 소설 안에서, 장르소설을 쓰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문단의 보수성과 순문학만을 대접하는 비평가들을 꼬집는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더라.
우리나라 아니었으면 묻혔을 작가인데 뭐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장르소설보다 시대현실을 담은 문학 작품들을 더 높게 침. 어쩔 수 없이 SF소설보다 하근찬의 <수난이대> 이청준의 <눈길>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 이런 게 가슴을 더 울릴 수밖에 없으니까..
근데 히가시노 게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되게 장르소설 전문적으로 쓰는.. 특히 나는 히가시노의 용의자 X의 헌신 읽을 때 '오.. 이 사람 수학에 대해서도 잘 아나? 진짜 대단하다..' 이런 생각 들었었는데.. 여하간 이렇게 장르소설도 전문적으로 심도 있게 이야기 잘 푸는 소설가들은 개인정이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에서는 입지가 약한 편이냐? 되게 잘 나가지 않음? 보니까 방송 같은 데도 많이 출연하는 것 같던데..(물론 뭐 방송사 나간다고 다 잘 나가는 작가라 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매스 미디어 탈 정도면 인지도 높은 거 아님? 자국에서도 A+ 작가 아님?)
문단이라는 거 존재하는데 한국 처럼 산업적 주류가아님 문화적 주류들이고 상도 애네들이 받아감. 산업적 주류는 일년에 고정적으로 백만권에서 30만권 정도 팔아드시는 탑 10의 작가 들임. 그밑으로 책내면서 드라마화 노리는 시나리오 작가들이있음.
아, 그러면 프랑스 문단은 그 문화적 주류들.. 그러니까 뭐 이를테면 6.4 혁명 이런 걸 소재로 무거운 소설 쓰는 양반들이 상 가져가는 거고, SF나 과학, 추리 같은 장르소설 쓰는 양반들은 약간 말 그대로 찬밥 신세인 건가? 뭔가 좀 그렇긴 하네.. 쩝..
이분 책 근데 영어로 번역된 게 개미랑 타나토노트? 그것밖에 없어서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있는 것 맞자나요
그럼 프랑스 자국 안에서는 막 그렇게 탑급으로 인지도 높지는 않음? 프랑스 자국 안에서는 어떰?
탑급으로 유명하신분은 기욤 뮈소 정도임.
흠... 뭔가 좀 안타깝네.. 그 양반 작품 보면 푸대접 받을 양반은 아닌데.. 소설의 전문성도 그렇고.. 참고로 기욤 뮈소는 읽어본 적 없는데 나중에 함 읽어봐야겠네.
베르베르는 자기복제가 너무 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