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친구를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했음
나는 잠에서 깨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는데, 이미 시계가 정오를 지나고 있는 거야
시간이 너무 늦어서, 얼른 일어나 씻은 후, 다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알고보니 아침 9시였음
놀라서 다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벽에 걸린 시계는 아침 11시를 가리키고 있었음. 눈이 나빠서 안경을 안 쓴 상태에서 내가 시간을 잘못 본 것이었지
근데 시계를 잘못 봤든, 잘 봤든, 내가 일어나서 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을 거라는데에는 변함이 없음
휴대폰 시계가 정확하다는 ‘현실적인’ 가정 하에, 여기서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음
- 난 부족한 감각에 의한 인식으로 어떠한 정보를 도출했고,
- 나는 어떠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판단을 했음,
- 나는 어떠한 계기로 그 판단이 틀렸음을 알아차렸고,
- 나는 어떠한 정보가 틀렸음을 알아차렸고,
- 그러나 그때 설령 시력이 좋아서 시계를 똑바로 봤더라도, 똑같이 틀린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것의 결론은, 일어나서 눈을 뜨고 시계를 보았을 때, 옳은 정보를 얻든 틀린 정보를 얻든 나는 똑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며, 그 판단은 항상 틀려 있을 것이라는 것임
즉, 이는 개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본인의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면 항상 틀린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거지
잘 생각해보면 되게 무섭지 않냐? 방에 휴대폰 시계가 없고, 틀린 벽시계들만 잔뜩 걸려있다면, 나는 계속 틀린 판단만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임
아마 우리가 사는 세계또한 이런 곳이 아닌가 싶음. 틀렸을 수도, 옳을 수도 있으며, 모든 걸 의심해야 하는 미지의 공간
요즘, 내 주변에 얼마나 틀린 벽시계들이 많아 왔을지, 내가 굳건히 믿어왔던 것조차 결국 허상에 불과한 것일지,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됨.
최근 '가스라이팅'이나 '프로파간다'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나도 당하지 않을까에 대한 공포심이 자꾸 책을 읽게 하는 것 같다
책 이야기: 데이비드 흄 다시 읽고 있음 + 논리학에 관심이 생겨서 입문해 볼 생각.
그리고 프루스트는 ㄹㅇ 갓갓임
흥미로운 관점인데, 요즘은 역으로 그런 열린 태도조차 단순화 교조화 시킨 뒤에 웬 토사물 봉지 갖고와서 이걸로도 시간을 판단해야 된다고 우기는 새끼들이 자꾸 창궐해서 좀 빡치는듯
ㅋㅋㅋㅋㅋㅋ
엄마 등짝 한방이면 현실자각 만사해결 ㅇㄱㄹㅇ ㅂㅂㅂ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