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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 나쁘지 않게 읽고 있었는데
중반부가 좀 지루해서 살짝 졸다가
걍 눈에 띈 죄와 벌 몇 년 만에 펴들었음.

하필 마차에 치인 마르멜라도프가
집에 실려 들어오는 장면..

읽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에 안들어와서
활자 하나하나 속발음해야 하던 뇌 속에서
총천연색 시네마코프가 펼쳐지기 시작함.

남편을 용서하라는 신부에게 악다구니를 치다 기침을 하고 각혈한 손수건을 보여주는 이바노브나,
창녀의 복장을 하고 들어온 딸을 보고 용서해달라고 울부짖다 죽어버리는 마르멜라도프,
소냐 언니가 가장 좋다고 웃다가 아빠가 불쌍하다고 로쟈의 품에 안겨 우는 폴레치카...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1권을 다 읽음..
격이 다른 천재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드네..

대체 어떻게 19세기의 활자예술로 페쩨르부르크는 커녕 보드카도 안마셔본 100년 후의 세상에 사는 한/남의 머릿속에 3d, vr 기술이 원시적이라고 생각될만큼 생생하게 책 밖으로 튀어나올 듯 살아숨쉬고 소리치고 만져지는 캐릭터들과 분위기를 스스로 재생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일까?

가끔 다른 작가들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건 어쩌면 나도 쓸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거나 어떻게 기획하고 플롯을 짰는지 보일때가 있는데 이 양반 작품은 그런 게 없음. 그냥 읽는 순간 내가 책을 잡은 게 아니라 책이 내 머리채를 잡아챈 듯 끌고 다님ㅋㅋㅋ

호지슨인지 나발인지 죄와 벌이나 정주행할란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