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라디오스타에 ㅇㄷㅈ 평론가가 나와서, 자신이 생각하는 독서의 정의에 대해 얘기했거든

그분은 책을 고르는 것도 독서고, 서점에 가는 것도 독서, 심지어 표지만 읽는 것도 독서라고 하더라구. 

사실 이 분은 예전에도 여러번 이런 가치관을 내비쳤던 사람이긴 해

자기는 만권이 넘는 책을 모두 읽을 시간이 없으니 간추려서 중요부분만 읽는다든가, 서문만 읽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독서한다고 하대.

내 기준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더라,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 언어공부를 저런식으로 했거든.

현대소설 같은 건 양이 워낙 많다보니까, 

모든 소설에 대해 제목-작가이름-세 줄 요약

요렇게 세가지 요소만 묶여진 문서를 프린팅해서 외웠어

결국 몇 백권의 책의 제목-작가-내용을 다 알게 되었지

그래서 몇 백권의 책들이 단숨에 내가 읽은 책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십여년이 지나고 남는 건 어렴풋이 기억나는 작가와 제목 이름 뿐이었어

그래서 요새 한국소설 이것 저것 다시 읽고 있는데

고등학생었던 내게 세줄요약과 최인훈이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었던 광장.

전문을 읽으니 눈이 휘둥그레 해지더라.

물론 책을 전혀 모르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글쎄... 목적이 언어점수 상승이 아니었다면 고등학교 때 했던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싶더라구. 


나는 표지와 서문만 읽는 독서법으로 하루만에 수십권씩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라고 하면

저 사람이 그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것같아

그 책의 전문을 다 읽은 사람과, 그 책에 대해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드는거지.

예컨데 고등학생의 나와 지금의 나, 두명 모두 <광장>이라는 소설을 읽은 사람일지라도

해당 책을 주제로 한 둘 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실 독서에 대해서 옳은 정의가 어딨겠어.

저 분 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도 아냐.

그저 내 기준에서 공감이 힘든 이야기라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했어

그리고 ㅇㄷㅈ 평론가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저런식의 독서를 하고 있는지, 하고 나서 본인이 느꼈던 장점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