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키 소설의 백미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미스테리적 요소가 감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분명 현대가 배경이고, 아주 일상적이고 리얼한 상황에서 묘사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우리가 아는 현실 이면의 미스테리한 요소를 말하고 있어. 그런데 그걸 ‘ㅇㅇ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는 순간, 모든 것이 우스워져 버린다.
마치 해리포터 속 머글들이 마법 세게를 이해하지 못하듯, 미스테리한 어떤 비밀을 머글 용어로 설명하면 그 순간 매력이 사라져버려.

그런데 영화는 화면 속에 그 미스테리가 적나라하게 다 찍히기 때문에, 하루키 소설을 영화화한 것을 보면 초라하고 구차하담 느낌이 든다. 둘만의 비밀일기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같이 읽는 느낌. 더 이상은 매력이 없어지는 경험.

버닝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것 같은데, 두 거장의 스타일이 다 살아있는 신기한 각색이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건 머글 용어로 말하는 덩도가 아니라, 아예 정확하게 해석까지 해서 완결된 세계 안에 미스테리한 수수께끼를 다 풀어서 보여준다.
그래서 스토리는 그대로인데도 하루키 맛은 사라지고 이창동 맛이 강한 묘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
하루키의 그 맛은 이미 없어졌다고 본다. 그건 완전한 이창동의 영화임.

그러니, 하루키 소설의 영화화는 이제는 그만 포기했으면.
영상언어로 번역불가능한 소설이라고 생각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