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에사 드 케이로스의 <사촌 바질리오>를 완독하고, 생각에 빠져들었음


<사촌 바질리오>는 <마담 보바리>와 너무 놀랍도록 유사했음.


특히 내가 읽으면서 가장 경악한 부분은, 사촌 바질리오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도나 레오폴디나를 묘사하는 부분임


마담 보바리에서 엠마를 묘사할 때, 엠마는 다른 건 다 이쁘지만 손이 아쉽고, 엠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있다고 묘사됨.


도나 레오폴디나는 다른 건 다 이쁘지만 얼굴이 약간 아쉽고 (이 부분이 엠마의 손을 묘사하는 부분과 놀랍도록 흡사함. '이쁘긴 했지만, 너무 ~~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그리고 마찬가지로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있다고 묘사됨.


사촌 바질리오의 여주인공인 루이자의 문학적 취향을 묘사하는 부분도 엠마의 문학적 취향을 묘사하는 부분과 아주 유사함. 둘 다 로맨스나 기사도 소설 좋아하고, 월터 스콧과 스코틀랜드 좋아한다든지


이것말고도 흡사한 부분이 너무 많음. 루이자 남편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전반적인 스타일도 플로베르랑 몹시 닮았음


단언컨대, 이건 그냥 우연한 '닮음' 정도의 레벨이 아님.



에사 드 케이로스가 글을 못 쓰는 건 아님. 근데 포르투갈의 다른 대문호인 페르난도 페소아랑 비교해 보니


케이로스의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대담한 표절이 치명적인 흠으로 보이기 시작함.


사라마구는 케이로스가 포르투갈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했고, 에밀 졸라와 보르헤스는 케이로스를 찬양했음.


근데 내가 보기에 케이로스는 표절 작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본심 + 요약: 케이로스를 읽고 나니 뭔가 힘이 빠지네... 너무 명백한 표절 같은데 사라마구, 에밀 졸라, 보르헤스 같은 작가들이 띄워주는 것도 이상하고...


플로베르같은 '스타일의 순교자'를 다른 나라의 누구가 얼굴에 철판 깔고 대놓고 표절하려 했다는 걸 알고 나니 괜히 자존심 상함.


내가 플로베르를 너무 좋아하는 건가... 머리가 아프다. 당분간 독창성 있는 제임스 조이스 같은 작가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