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버트 씨, / 정한아
당신은 내게 잉크가 새는 만년필을 주었죠
나는 천천히 피 흘리며 나의 재난을 지켜보았어요 그것이
일생동안 겪어야 할 여러 죽음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아주 오래 걸려 깨달았죠
잉크는 폭발하며 제 혈관을 잠식했습니다
당신의 피가 당신을 공격하기로 결심한 것은 언제입니까
당신은 나의 마지막 질문을 이해할 수 없어서
숭배와 모독을 반복했습니다
날카로운 굴렁쇠를 완성하는 눈먼 충동
지옥을 돌리는 세 개의 톱니바퀴
케르베로스의 머리들
자기 꼬리를 문 뱀
나는 이미 동강 나 그대가 알던 사람이 아니니, 나를 어엿비 여기시려거든 부디
절단면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내가 당신의 아편이 아닌 것처럼
당신은 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문학동네, 2011년, 116쪽
[출처] 정한아 시인의 시 '험버트 씨'|작성자 주영헌
구독 중인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더라.
내용도 좋고 시도 롤리타의 감각적이면서 잔인한 느낌이 잘 살린 것 같아 좋다.
별로
별론데
난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