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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스포일러가 전제된 리뷰이자 감상문이라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람)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복수' 다. 다른 주제는 없다. 복수에서 시작하고 복수에서 끝난다.


그렇다고 권선징악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 징악(懲惡)에 대해서만 수긍하겠다. 




남편에게 수 차례 가정폭력을 당하는 가나코.


그녀의 친구이면서 어릴 때 아버지에게 가정 학대를 당하며 자라온 나오미.


그리고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 


다쓰로을 죽이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나오미였다.


'살인' 이라는 단어는 그녀의 입 속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오지 않았다.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아주 쉽게 나왔다. 


가정 학대의 그늘에서 자라오던 나오미는 다쓰로에 대해 분노, 그 이상의 증오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가나코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했을 것이다.


어릴 때 자신이 가정 학대를 당하던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자신의 언니를 대신 해 소리치지 못했던 것을 탓하기라도 하듯.



"이혼할 수 없으면 그냥 죽이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그 누구도 이 두 여성을 욕하진 않을 것이다.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다. 살인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정당한 복수였으며 찬란한 절망의 끝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섬뜩하고 무서웠다.


살인의 과정이나 시체를 은닉하는 상황이 무서웠던 것이 아니다.

그녀들의 심리적 변화가 소름돋게 무서웠다.



"“나오미는 이런 때도 책임감이 강하네.”

“성격이지, 뭐.”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화를 마치자 가나코의 내부에서 또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설령 무슨 일이 있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사람을 죽여놓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의 존엄성만은 잃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 의지였다.

가나코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나오미와 가나코 中>



가정 폭력을 당하던 가나코는 평소에도 소심한 성격 이었고, 남편에게 맞더라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라며 두둔하기도 했었다.

나오미는 평소에도 회사 내에서 능력있는 엘리트로 인정받으며, 결단력 있고 굳세며 강인한 참여성의 스탠다드였다.

그러나, 살인의 순간에 직접 참여하면서부터 그녀의 심리는 무서운 속도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복수'의 맛을 본 가나코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던 성격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자신의 살인에 대해 스스로를 부정하듯 정당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복수'의 맛에 대해 내면의 괴물이 갈망하던 나오미는 오히려 소심해지며 약해지고 작아지며 한없이 위축되었다.



'복수'는 개인적으로 독이 든 사과라고 생각한다.


책 속 두 여성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수라는 표현을 남발하며 정의의 여신이라도 된 듯하게 행동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사전에 세운 계획들은 마치 짜여진 연극처럼 순조롭게 흘러갔다. 무엇으로보나 그녀들은 성공했고 책 역시 해피엔딩이다.


가정 폭력을 한 남자가 죽고, 이런 남자를 처단하며, 처단한 두 여성은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게 된 것.


그러나, 과연 그녀들이 정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복수라는 것은 절대 해소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나코는 남편을 죽인 것이 잘한 것이라고 정당화하지만

내면의 또 다른 가나코는 항상 잡히면 어떻게 되나, 죽일 것 까진 아니었는데라며 죄책감을 느낀다.


나오미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는 그녀들이 잡히지 않고 다시 일상생활로, 행복한 일상을 즐기길 바란다.


그러나 가정 폭력에 살인이라는 찬란한 복수가 과연 정당할까? 그녀들의 살인 이후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맥주를 마시는 행위는 정말 찬란할까에 대해선 고민의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



굴모편시(掘墓鞭尸)라는 사자성어를 나오미와 가나코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