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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서문이었음. 과시에 가까운 염세와 함께 그러한 세계관을 창작해내려는 예술가의 자아를 파괴적으로 드러내는 시작부분이 데뷔작가의 패기와 겹쳐지면서 독자를 매료시키는 느낌이었달까. 독창적인 직업세계를 특이한 디테일과 함께 묘사해내는 대담함도 좋았고.

그런데 딱 거기까지 좋았음. 그 위악에 가까운 세계관을 묘사하는 과시적인 표현들과 그를 치장하는 잡지식들의 연쇄는 금방 느끼함을 유발해냈고, 사유의 깊이도 그 자리에서 더 들어가기 힘들어하는 모양새였음. 작중에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이 인용되는데, 극중 인물들이 권태와 허무를 느낀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자무쉬가 자신의 스크린에서 많은 것들을 비워내면서 그 감정을 생생한 것으로 만들었다면, 김영하는 뭘 장식처럼 덕지덕지 붙임으로서 감흥을 깎아내버린 느낌임.

사실 작품이 그런 세계관만큼 힘줘 그리는 것이 메타적인 요소들일텐데, 그 부분에서도 흥미가 동하지 않았음. 자살을 돕는 남자의 직업적 이야기와 그 의뢰인들을 재료로 쓴 소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두 이야기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기야 하지만 형식의 복잡성에 비해 얻는 성취가 미미하다는 느낌이었음. 극중 소설의 두 번째 파트에서 자신의 대상물을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예술가가 등장하길래 의뢰인들을 재료로 소설을 쓰는 주인공과의 관계로 이야기를 짜나가려는건가 싶었는데, 끝까지 보니 그런것도 아니고 겁나 시시한 이야기라 짜게 식어버림.

오히려 극중 자살도우미이자 소설가인 화자를 그런 짜잘한 예술가와 분리해서 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람들의 파멸을 돕는 신적인 주체로 그리려는 자아도취마저 보이는데, 뭐 데뷔작의 패기라고 이해하더라도 작품이 그 패기에 미치질 못하니 속빈 강정이란 느낌만 들더라. 김영하 최근작은 이거보다 나으려나 관심 가지고 읽어보려 했는데 뭔가 동력이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