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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제일 인상깊었던 인생 소설을 하나 꼽자면?
바로 책 한권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러 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생 소설은 읽은 지 오래 지나도 해당 책을 보거나 떠올리면 처음 읽었을 때 느껴졌던 감각을 기억해낼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책은 처음 읽었을 때의 감각이 가장 신선하고, 그때의 감각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뇌리에 깊게 꽂혔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인생 소설로 꼽고싶은 책은 피터 S. 비글 의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이다.
나는 이 책을 6년 전 처음 읽은 이후로 저번주까지 총 네 번 다시 정독한 경험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날카로운 것보단, 부드럽고 잔잔한 표현을 좋아하는 나는 인생 소설하면 이 책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공동묘지 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죽은 자들의 시신을 안치해 둔 장소인 만큼 보통은 스릴러나 호러 장르가 먼저 연상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듣게 되면 아무래도 호러소설이 아닐까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연 이 책은 스릴러, 혹은 호러 소설일까? 공동묘지에 숨어 남몰래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를 다루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조너선 리벡"은 호러물의 주인공을 하기엔 너무 연약하다. 책의 제목대로 리벡은 사회를 등지고 공동묘지에서 생활하는,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다. 컬트 살인마도, 네크로필리아도, 그렇다고 공동묘지의 관리자도 아니다. 요크체스터 공동묘지의 한구석에서 리벡은 타인과의 교류없이 홀로 살고있다.
하지만 리벡은 한 가지 능력을 가지고있다. 공동묘지의 "유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유령들은 너무 빠르게, 그리고 쉽게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남자유령 "마이클", 여자유령 "로라", 그리고 미망인 (살아있는!) "클래퍼"가 리벡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벌어지는 일들을 소설은 부드럽고 잔잔하게, 그리고 때론 애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너선 리벡은 말한다.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의 차이가 생명의 유무뿐이라면, 글쎄 나도 살아있다고는 할 수 없을 거야.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지.>
과연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의 차이는 생명의 유무뿐인걸까?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명이 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작가는 둘을 가르는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는 요소로 "교류"와 "이해", 그리고 그 모든것을 통튼 "사랑"을 제시한다.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랑을 배울 때 우리는 "존재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서양 문화권에서 공동묘지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서양 문화권의 공동묘지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피크닉을 나오는 등,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소설은 서양 공동묘지의 이러한 특징을 그려내고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랑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죽은 유령들이 이야기하는 생명과 삶. 살아있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죽음과 사후. 그리고 생과 사에 관계없이 그들 모두가 이야기하는 사랑. 밝은 이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공간인 공동묘지에서 역설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삶이란? 죽음이란? 그리고 사랑이란? 이 소설을 읽은 뒤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삶과 죽음은 공존하는 것이며, 그 둘을 관통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요즘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고독함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삶은 힘들고, 죽음은 두렵다. 그런 피곤한 삶 속에서 인간 관계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난 이 소설을 추천하고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대사를 전하고싶다.
<내가 죽어 있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당신을 사랑할게요. 그게 며칠이나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사랑이란 걸 기억하는 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 마이클 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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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처럼 덮이는 소설이네 좋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