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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우리가 시를 쓰는 건 시를 부수기 위해서였다
모든 부서지는 것만이 잠시 빛났다

_부분
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 - 김성대


누구나 의무적으로 써봤을 법한 어렸을 적 일기의 첫 문장 첫 머리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오늘 xx을 했다” 라고
하지만 머리가 커지고 뭔가를 적어나가 본 기억을 돌이켜보면 더 이상 “나는” 이라고 시작하는 문장을 쓰지않는 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오글거리거나 어리게만 생각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시 안에 ‘나’가 등장하거나 호명되는 시들은 시선이 오래 머문다

다음은 ‘나’가 등장하는 시 몇 편의 일부다

seesaw

(...)
이것은 내 그림자가 아니다
생각하면 나는 없고
눈을 감아도 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내가 무섭다
모든 것이 내가 없음을 가리키는데
나는 왜 있을까
(...)

_부분


숲가의 토론토

가슴속 낭떠러지가 들리는 날
어디 갔을까 나는
쌀을 씻다 말고
(...)

_부분


또 다른 기일

(...)
나는 나를 연습하지 않으려 한다
나에게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다
다른 누구일 수 있다는 생각을
(...)

_부분


김성대 라는 시인을 주목한 적도 없었는데 ‘나’라고 하는 것이 두 번이나 호명된 제목 때문에 시집을 지나칠 수 없었다 나를 참는다는 것에도, 내가 된다는 것에도 모두가 그랬다

과연 시인이 말하는 나를 참아서 내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시로 구현했을까
나는 단번에 어두울거라는 직감이 들었고 생각해보면 밝은 시란 있을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시를 밝고 어둡다 일도양단하듯 나누는 것도 어불성설이다만
여하튼 내 짐작과 기대대로 시집은 어두워서 좋기만 하였다

전체 54편의 시 가운데 ‘나’라고 하는 시적 화자가 등장하는 게 몇 편이나 되는지 시집을 읽고 난 지금 다시 헤아린다는 것도 우습고 주목하는 시 몇 편 위주로 한 감상이 되겠다

어쨌든 세 번째 시집에서 거슬러 올라가 두 번째나 첫 번째 시집에서의 시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보니 김성대 시인의 시를 좀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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