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던 동네에 가족이서 자주 외식하던 고깃집이 있었는데
한 번은 거기서 극작가를 처음 봤다.
기억하기로는 외견상 30대 정도 되는 여성이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음. 같이 온 사람이 있었으니 혼자는 아니었다.
그때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했고 내 바로 뒤편의 테이블에 있었지만 누군지 몰랐으니 당연히 신경을 안 썼음
그런데 갑자기 일어나서 우리쪽으로 오더라. 자기가 쓴 책을 건네주면서 한 번 읽어봐달라며..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부모님이 나한테 처음으로 식당에서 책을 사 준 일이 됐네. 나는 얼떨결에 와 책이네!하고 덥석 받음
집에 가져와서 시간나는대로 틈틈히 읽어봤다.
지상파에서 미니 드라마로 볼 법한 단편들이 많았음.
대충 기억나는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 장남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와 그 장남 아들에 대한 단편.
똑같이 배아파서 낳은 막내아들은 홀대하고 오로지 장남한테만 올인하는 어머니에게 장남아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살지만 오히려 낙후되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무시받는 가장이 되었고
맹목적인 어머니의 헌신을 돌아보고 동생의 해묵은 울분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삶의 회의감을 느끼는 얘기.
- 무당 엄마와 딸
주인공은 엄마가 무당이라 어릴 때부터 놀림받고 소외받는 둥 설움을 많이 받았고 세월이 흘러 자신도 엄마가 된다. 주인공은 무당 엄마에게 여전히 불만이 많다.
어느 날 자기 딸이 갑자기 이유모를 발열 증세를 보이자 엄마에 대한 원망이 폭발하고 만다. 무당 엄마 때문에 자기 가족에게 안 좋은 영향이 끼칠까 마음 한편으로 불안감을 키웠던 것이다.
엄마에게 다짜고짜 무당 옷을 뺏어다 불에 태웠고 그 충격으로 엄마는 혼절하여 초주검 상태가 된다.
주인공은 엄마의 임종을 목전에 두고 자신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토로하며 운다. 딸의 발열 증세는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은 상황도 아니다. 주인공은 남편의 말을 듣고 그동안 기분나쁘게만 봤던 엄마의 모습을 다시 돌아본다. 당신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갖고 춤을 췄을 당신의 모습.
주인공은 남편과 다시 병실에 들어갔다가 경악한다.
분명 불에 태웠을 무당옷을 곱게 입고 엄마가 잠들어 있었다.
- 바보 남자와 콜걸의 연애스토리
별 거 없다. 자기가 반한 여자가 콜걸이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좋은 바보 남자 얘기. 남자는 머리가 정말 바보가 맞고요... 콜걸은 뭔가 했더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역시 그런 쪽이었던 것 같다...
왜 이런 것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네. 나는 내가 집에서 첫째라 그런지 장남 얘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저렇게 맹목적으로 지지까진 아니지만 기대를 많이 받았었다. 지금은 뭐....
책 뒤쪽에 작가 메일주소가 적혀있어서 읽은 소감을 적어서 보냈는데 답장은 없었음. 중딩때 일이었다.
책은 몇 번 좀 읽다가 책정리할때 같이 처분했다. 작가한테 답장을 못받은것과는 별개로 계속 소장하기엔 좀 별로였음..그래서 그 책이 흰색 무선 제본이었던 것만 기억나고 제목은 생각 안 난다.
그 사람 아직도 글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네.
+적고 나니까 생각나는 단편이 하나 더 있는데
미국생활하던 아들이 미국인 여자와 결혼을 하고 돌아와서 벌어지는 시집살이 스토리였음. 이게 제일 유쾌했던 것 같다.
시어머니가 처음엔 며느리가 양키 여자라고 아니꼽게 보고 엄하게 잡기만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을때 며느리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자신을 등에 업고 병원에 데려갔다는걸 알고 마음을 열면서 훈훈하게 끝나는 얘기였음. 다만 아들놈이 병원에서 아내를 잠깐 오해해서 냉정하게 군 건 좀 어이가 없었다.
며느리가 식탁에서 서툴게 젓가락질하다가 시어머니가 잠깐 자리 비우니까 손가락으로 허겁지겁 집어먹으면서
"오우 굿, 배코파 죽는 줄 알았네"하는 장면에서 빵터졌었다.
뭔가 씁쓸한 일화네
시놉시스는 거의 타란티노 영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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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런듯.. 근데 작가 이름도 기억 안나서 잘됐는지 어쨌는지도 못 찾아보겠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