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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소녀 가다 가쯔꼬를 구한 고로. 뭔가 이것도 옛날 매체에서 자주 봤을 법한 전개의 패턴이다. 사람을 구한 개의 이야기의 전형적인 스토리 진행이다.

주인공 형사 야스다까와 개 주인 레이꼬도 눈이 맞을 기세다. 하아, 이 무슨. 이 소설 인물들 전부가 성욕을 참지 못해 발정이 난 것 같다.

자신의 딸을 구한 개 고로를 위해 게이샤들까지 불러 호텔에서 파티를 열다니. 소설이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모르겠다.

행사장에 고로를 죽이러 온 이들. 그래, 너네는 언제 오나 읽는 나마저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일본 경찰들도 미국 경찰들처럼 범죄자들과 자주 총격전을 벌일까? 이건 배경이 일본이 아니라 총기 사고가 난무한 미국의 형사물을 보는 느낌이다.

가다도 그렇고, 다들 개 고로에게 너무나도 얽혀 있다. 저자가 엄청난 개빠인가.

이젠 개 때문에 지역의 야쿠자 두 세력이 집결하여 전쟁을 벌일 상황까지 온다. 진짜 개판이다. 경찰들도 수백여 명 되는 야쿠자들을 어찌하지 못한다. 하드보일드에 제대로 심취한 개빠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다.

한낱 개 때문에 왜 이러냐는 현지사 네고로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인다. 조연급 악역이 소설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멀쩡한 정신의 소유자라니. 아무리 살인범이 누군지 아는 사냥개 고로라지만 이 상황은 웃음이 나온다.

개 한 마리 때문에 야쿠자들의 전쟁 직전에 자위대와 자동 소총도 언급된다. 점점 소설이 막장으로 치닫는다.

야스다까 형사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헬기를 타고 자동 소총으로 전쟁 중인 야쿠자들을 무차별로 난사한다. 이건 뭐, 미국 경찰들도 못 할 짓 같다. 경찰보단 람보에 가깝다.

경찰청 장관과 수상까지 등장한다.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고로의 소식을 보도한다. 개 때문에 일본 열도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이건 뭐 용왕이 하는 일같은 씹덕들의 망상으로 쓰인 라노벨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해준다. 바키 시리즈 같은 만화 속 어이없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개 하나 지키려고 난리치는 주인공들보다 상식적인 악역들이 더 논리적으로 보인다. 어딘가 작중의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힘겨운 상황 속에서 잘도 도망치며 살아남는 고로도 보통 개가 아니다. 이미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영역으로 올라선지 오래인 수준이다.

소설이라지만 야스다까의 고집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일반적인 중년의 간부급 형사가 아니다.

반곰과 고로의 싸움 장면은 재밌었다. 역시 곰이 나와야 이 소설은 재밌어진다. 그냥 명견 실버의 컨셉으로 계속 쓰이지 왜 이렇게 소설의 스케일을 지나치게 키웠는지 이해가 안 된다.

레이꼬 이 여자는 혼자 자는 게 불안하다고 야스다까와 한 방에서 잔다. , 할 말이 안 나온다.

고로 이 개새끼도 주인이 찾으러 가면 그 직전에 도망을 친다. 너도 좀 작작해라!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되어서 슬슬 지루해진다. 책의 분량이 100페이지 정도 남아서 이 짓거리는 더 반복될 기세다.

고로를 구해준 집의 여자를 성폭행 하는 장면은... 이 감상문 초고를 쓰는 내 손이 아파온다. 그냥 넘어가겠다. 여성주의 사상에 심취한 사람이 아닐 지라도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여성상들은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일본 여자들을 성폭력에 순종적인 존재로만 묘사한다. 남자들은 악역이라면 닥치고 성범죄를 저지른다.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다. 아까부터 계속 반복되는 소설의 패턴들이 보이는데(개가 누군가를 구한 후 쫓기며 도주하거나, 보이는 여성마다 성폭력을 당하거나 등등) 슬슬 지루해진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신선함이 부족해진다. 저자의 필력에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인기 있는 연재만화 중에 잘 팔린다는 이유로 억지로 연재를 늘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식으로 쓰인 느낌이다.

쿄오꼬의 얘기는 소설에서 가장 문학적인 냄새가 나는 파트이다. 이제 소설이 좀 통속물에서 문학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러니한 건 터키탕에서 몸을 팔다가 위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쿄오꼬가 작중 등장한 여성들 중 가장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돈을 모아둬서 편하게 죽을 수 있음에도 외진 바닷가에 와서 홀로 자신의 죽음을 떳떳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여성 인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알려진 성매매 종사자 여성이 작중 여성들 중 가장 자기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선택해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되다니 아이러니하다. 이런 게 바로 문학이다. 이 내용만 따로 작품으로 썼으면 좋겠다.

개의 여주인 레이꼬는 이 와중에 경찰 야스다까에게 이상한 감정을 품더니 이번엔 자신들과 고로를 죽이려는 야쿠자의 여자가 되라는 말에 순순히 응한다. 어이가 없다. 정조 개념이고 나발이고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며 인격체로 보기 힘든 여성상을 그려낸다. 위에서 묘사된 몸을 팔다가 암에 걸려 죽을 날을 기다리던 쿄오꼬가 훨씬 인간적으로 보인다.

같은 배에 붙잡힌 여주인과 경찰 야스다까와 탔으나 도망치면서 다시 멀어진 고로. 참 어지간하다. 여주인, 그리고 형사와 만날 듯 말 듯 저자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이것도 좀 적당히 했으면 바란다.

야스다까는 지나치게 비합법 수사에 의존한다. 너무 피곤하게 산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형사의 모습이다.

이제야 살해당한 남자의 아내이자 성노예가 되어버린 쥰꼬와 만난 야스다까.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둘이 만났다면 이 정도로 고생하지는 않았을 거다.

결말과 진실이 드러날수록 속이 풀리는 기분보다는 일본 특유의 예민함 때문에 당혹스러워진다. 불법 무기 수출은 범죄이지만 이로 인해 너무 많은 희생자를 낳은 듯하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답답해진다.

고로에게 물린 암살자 둘을 체포했으나 눈앞에서 놓칠 상황이다. 고전적이긴 하지만 형사물로서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이제는 고위직들에게 압력을 당하는 검찰까지 개입된다. 아니 진짜 욕이 나오려고 한다. 개 한 마리, 그놈의 고로라는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온 나라의 고위직들이 다 얼굴을 비출 기세다. 소설이 끝까지 이런다.

결말은 애매모호하고 아쉬웠다. 사건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야스다까의 최후의 계략이 실패될지 모를 상황에서 고로와 여주인 레이꼬의 적절한 타이밍에서 재회하며 소설이 끝이 난다. 뭔가 중간에 갑자기 끝내버린 느낌이다. 판은 잔뜩 어질러놓고 정리는 마저 끝내지 않고 개와 주인의 만남으로 마무리를 짓다니. 끝까지 개판이었다.

정리하자면, 표지부터 내용까지 병맛이 느껴질 만큼 B급 정서가 강해 읽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어 웃을 때가 있었다.

터키탕에서 일한 여자의 이야기만이 이 소설에서 진정 가치가 있는 파트라고 본다.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문학 권력완독 이후 감상문을 짧게 쓰려고 했으나 이 책에 대해 할 말이 많아져서 또다시 길게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B급 정서가 담긴 매체들은 지겹다. 그 동안 이런 부류의 작품들을 너무 많이 감상했던 것 같다. 이제는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차원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 괴수물이니 야쿠자니 등등 이런 쪽으로는 충분히 읽었다. 한때 순수하고 풋풋한 문학청년이던 시절의 독서 수준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문제는 사다 놓고 읽지 못한 그런 B급 소설들이 아직도 책장에 가득 꽂혀 있잖아? 아마 나는 안 될 거야)




원래 브금으로 읽을 때 편하게 들을만한 피아노 연주를 올릴까 했는데 야쿠자 관련 소설이라 문득 AKB48이 나온 마지스카 학원 시리즈가 떠올라 간만에 짤 좀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