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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23 no.024

-  한 동안 안 읽던 악스트, 쭉 읽다 보니 2호권을 독파. 좋아하던 연재는 여전히 좋고, 그닥 마음이 안 가던 연재도 상냥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시간의 힘이란... 다만 네 편씩 꼬박꼬박 연재되던 장편이 두 편, 세 편씩 드문드문 보이는 건 아쉽다. 마감의 허들을 못 넘은 작가 탓인지, 분량을 위한 읍참마속이었는지 알 길 없지만 그저 아쉽다. 왜 내가 가장 덜 좋아하는 작품은 꾸준히 연재되는지.

no.20

-  창간부터 봐야지 생각만 하다, 손발을 모두 동원해야 셀 수 있는 호수가 나의 첫 Skeptic이 되었다. Cover Story에서는 항상 궁금했던, 뇌와 의식에 대해 다룬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과학이 또 인류가 도달한 지점은 얉았고, 철학의 영역이 그만큼 커진 건 아닌가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후속 독서가 필요한 부분. 서점 과학 꼭지에서 그냥 보고만 지나쳤던 김상욱 교수의 글도 실렸다. 다 아는, 어디서 읽은 이야기긴 하지만 그걸 또 재밌게 풀어내는 건 다른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재능이 있는 분이었고, 다음 연재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겠다. 쇼닥터들을 다룬 기사도 흥미롭다. 종편이 생긴 이후 우후죽순처럼 내보내는 소위 건강 프로그램과 거기 편승한 쇼닥터들의 행태가 눈꼴 시려웠던 나에겐 동치미가 따로 없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코노미씨에 대해 나눈 한의사 친구와의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엊그제 배송받아 읽고 있는 이번 호의 주제는 더욱 흥미롭다. 무려 ‘코로나19와 질병X의 시대’. 

- 오늘 찾아 보니 책장에 스켑틱 창간호가 꽂혀 있더라. 한 번도 안 펼쳐진 채로ㅠ



-  언제 처음 읽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사실 내용도 그만큼이나 흐릿해져, 경자년 기념을 겸해 새로 읽은 MAUS. 아우슈비츠도 (어느 정도는) 사람 사는 곳이었고, 나찌는 들었던 것보다도 더 악랄했으며, 사람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쉽게 나뉘지 않았다.  어떤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고 옅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역시 (흔히 르포 만화라고 불리는 장르에선) MAUS 보단 페르세폴리스를 추천.



<창작과 비평> 2019여름

-  처음 보면 저걸 언제 다 읽나 싶은 두께감이지만, 읽다 보면 꽤 진도가 빠르다. 평범한 독서를 하다 보면 접하기 쉽지 않은 시들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창비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이번 호엔 셋 모두 실려 있다. 백낙청, 브루스 커밍스, 오끼나와. 아, 그리고 런던 근교에 위치한 북한 이탈 주민들이 운영하는 한글 학교에 대한 글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  믿고 읽는 호킹. 인텔이 후원하는 특수한 휠체어에 앉아 있는 호킹의 모습은, 개구진 표정으로 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모습 만큼이나 아이코닉한 사진이 아닐까. 그런 유명세나 거기 크게 한 몫하는 그의 장애는 제쳐놓고, 호킹의 책은 굉장하다. 당대를 대표하는 과학자일 뿐 아니라 쉽고 재밌게 설명하는 재주를 가졌다. 진지한 맥락에서 뜬금 없이 나오는 유머는, 너무 능숙해서 꺼려지지도 않고 너무 미숙해서 아쉽지도 않다. 모든 것의 시작과 신의 존재, 지적 생명체와 인공지능. 다루는 주제들 하나하나 굉장히 흥미로웠고 호킹의 대답 또한 훌륭하다. (그 주 전공이라 그런지) 블랙홀에 대한 꼭지에선 쉬이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호킹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 언제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몇 번이고 찾아 읽고 싶은 책이다.  

<위험한 생각들>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엣지 재단에서 나온 책 두 권. 내용과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곳에서 시작된 책이다. 존 브록만이 이끄는 엣지 재단이다. 지식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과학자들과 사상가들이, 매 해 브록만이 제시하는 질문에 답하고 그 대답들을 묶어 책으로 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리처드 니스벳, 브라이언 그린, 매트 리들리, 리처드 도킨스, V.S.라마찬드란, 레너드 서스킨드 등 대답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호화롭다. 새로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책으로 엮어 나온 걸 감안하더라도, 나의 독서가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대답들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고 읽는 재미도 있다. 특히나 ‘이 책에 대한 반응들’에 실린 포스트 모더니즘을 공박하는 쪽과 그에 반해 옹호하는 쪽의 논박은 굉장히 흥미롭다. 이 논박이 엣지재단 홈페이지에서 실제로 벌어진 키배라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가 한층 배가된다. 다만, 이 책의 추천을 주저하게 만드는 너무나 큰 단점이 있다. 번역. 비 전문 분야 번역가에게 일을 맡기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주는 반면교사로 삼기 충분하다. 어떻게 출판사도 다른 두 권이 하나 같이 X 같은 번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는지. 특히나 한국에선 출판되지도 않은 책들의 제목을 굳이 한글로 번역한 부분에선 실소가 나온다. 처음엔 그 모든 책들이 다 한국에서 출간된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깔끔한 직역도 이해력을 돋우는 의역도 아닌, 이상한 제목 번역을 할 시간에 책 전체 내용의 번역에 신경썼으면 이보단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로스 –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  <블랙 스완> 나심 탈레브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많이들 읽는, 부자들이 돈을 번 이야기는 아니다. 25만불을 벌어 기뻐 날뛰다 100만불을 잃고, 모건스탠리 초대 총괄부회장까지 올라갔으나 결국엔 9.11 테러로 사망한 저자의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본인의 인생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사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신이 돈을 잃은 것은 단지 분석 방법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연이은 성공에 수반된 심리적 왜곡에 더 큰 지분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투자 실패를 개인화 하지 말고, 출구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충고한다. 내가 이 책을 일찍 읽었다면 좀 더 작은 실패로 내 주식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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