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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후감을 쓰면서 '이렇게 써야 제대로 된 독후감이지' 라는 생각에 시달린 적이 있다. 책을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날카롭게 파내고, 거기서 뭔가를 끄집어 내고, 그것에 기초한 독후감(내지는 북리뷰)이어야만 괜찮은 독후감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웃기건 어느 누구도 나에게 날카로워 지라고 한 적이 없고, 괜찮은 독후감을 써야 된다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걸 깨달은 건 최근이다. 이걸 최근에야 깨닫다니!
2. 독후감을 편하게 쓰기로 했다. 책을 설명하거나 좋은점이나 나쁜점을 캐내서 쓰지 않기로 했다. 책에서 받은 느낌을 쓰기로 했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아몬드>였다. <아몬드>는 제10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직장인 30대 아재가 청소년문학상 책을 읽게 된 건 워낙 주변의 평이 좋아서였다. 몇 년 전에 재밌게 본 <완득이>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했고.
3. <아몬드>의 주인공은 16살 윤재다.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뇌에 이상이 있었다. 아몬드라고 하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웃거나 울지 못한다. 엄마는 남들과 다른 윤재가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한다. 엄마는 윤재에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친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고마워. 화난 표정을 지을 때에는 미안해. 하지만 맞춤형 서비스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딥러닝 기술도 아직은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시대다. 윤재가 뭔가 이상하다는 건 금새 탄로났다.
4. 윤재는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다. 사회로부터 자꾸 거부당한 사람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같이 데려갈 사람을 물색했고, 그게 윤재의 엄마와 할머니였다. 분노범죄였다. TV와 신문에서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 사람들은 윤재가 느낄 고통을 보지 않았고, 그 놈의 사회가 문제라는 얘기만 했다. 그마저도 금방 잊혀졌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공감하지만 뭐든지 쉽게 잊어 먹는다. 감정이 없다며 윤재에 대해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들은 곧잘 잊어 먹는다. 느껴도 행동하지 않고 공감한다면서 잊어먹는 것이 감정이라면, 윤재와 보통의 사람들이 다를게 뭐가 있을까? 아니, 누가 더 괴물에 가까운 것일까?
5. 윤재는 혼자 남는다.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윤재는 울지 않았다. 사람들은 싸이코패스 아니냐? 괴물 아니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또 이상하게 생각했고 두려워했다. 그러던 중 곤이와 도라를 만난다. 곤이와 도라 각기 다른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다. 곤이는 세보이고 싶었고, 도라는 육상을 하고 싶었다. 둘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둘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둘의 겉만 봤고 속은 보지 못했다. 윤재는 감정이 없어 역설적으로 둘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감정이 없는 윤재는 그렇게 둘을 알아갔다. 감정 없는 심장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동시에 가진 윤재는 둘과의 관계에서 성장해 나간다.
6. <아몬드>를 다 읽고나서, 책에도 심장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들이 늘어서 있는 책장을 보고 있으면,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책의 심장은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하나같이 빨간색이 아니다. 책들마다 색깔을 가지고 있다. 심박수 또한 책들마다 다르다. 책들에게는 사람처럼 80-120의 정상혈압이라는 정상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들은 소설들만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아몬드>에게도 심장이 있다. <아몬드>도 여느 책과도 다른 심장을 가졌다. <아몬드>의 심장박동은 소설의 진도와 함께 서서히 커진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다가 소설의 끝을 향해 갈수록 심장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리고 <아몬드>의 심장박동은 내 심장으로 전이된다. 심장에서 소리가 들린다. 북소리다. 둥 둥 둥 둥.
후기) 레알 읽어볼만함. 성장소설 읽고 싶은 갤러분들에게 강추드립니다.
나도 이거 장바구니 담았는데 - dc App
너무 슬프다 ㅜ
어떻게 됐는지 댓글 달아줄 수 있나. 읽어보진 않을듯해서.
동급생 같은 분위긴가. 동급생 좋다
씰롱차) 알려드리면 스포가 될거 같아서 ㅋㅋ 암튼 엔딩은 괜찮습니다.
게이고 동급생?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