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 한창 pc에 빠져있었던 때였다. 추락에서 초반에 주인공이 백남충으로 자기 제자들한테 손 댔다가 걸려서 교수직 짤렸을 때 주인공이 정신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아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후반에 흑인 무리들한테 묶인 채로 자기가 보는 앞에서 딸이 윤간 당하는걸 지켜보게 되다니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강간문제에선 주인공도 백인과 교수라는 권력으로 자기 제자들 건드려놓고 막상 자기 딸이 당하니 불쌍하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음. 차라리 초반에 백인인 주인공에게 당한 여제자들과 후반에 흑인무리에게 윤간을 당한 주인공의 딸 모두 불쌍하면 불쌍한거지, 전자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후자만 크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그런 생각을 한 이유가 내 안에 인종차별의식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며 쿳시가 추락을 쓴 이유는 사람들 안에 숨어있는 인종차별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독후감 써버렸음. 그리고 주인공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한 건 과거 백인으로써 흑인을 억압했던 가해자로써 응당 감내해야할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몇년 지나서 다시 추락 읽어보니까 생각이 바뀌더라. 아무리 주인공이 쓰레기더라도 자기 딸이 눈앞에서 강간 당하는 것을 무력히 지켜보는 것은 당연히 동정받아야할만한 일이라고 생각이 바뀜. 게다가 본인이 당하는게 아니라 제3자인 자기 딸이 당하는건데 인과응보도 아니지.


크게 봤을 땐 추락에서 당시 남아공의 인종간 갈등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은 맞으니 틀렸다고 볼순 없겠지만.. 아무튼 고딩 때 읽고 독후감 썼던 것이라 상당히 과격한 pc주의에 물들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거 래디컬 페미니즘이랑 똑같은 생각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독후감 썼더니 웃기게도 상 주더라. 상품으로 문상 주던데 게임에 질러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