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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난번에 썼던건 자다 일어나서 막 휘갈긴거라 좀 그랬는데, 다시 쓰긴 좀 그랬다만... 요즘 세상이 시끌시끌한 와중에, 나는 리어왕이 다시 생각났다.
1.
사람이 과오를 저질렀다면, 돌아오는 모든 불행은 그에 걸맞은 것인가. 리어왕은 시작에서 그 유명한 오판을 저지른다. 그는 악한 두 딸의 감언이설에 속아,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그가 감당해야 할 것이 일반적인 오판의 대가로 돌아오는 것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 우리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그대로.(시학 13장을 보라.)
그가 저지른 오판만큼의 대가는 셰익스피어가 지불하게 만든 대가보다는 훨씬 쌌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대로 그 대가가 그렇게 쌌었다면 독자(혹은 관객이겠지.이건 희곡이다.)는 그만큼의 연민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가 만든 결과를 정산하면-
리어왕-죽음
코델리어-죽음
글로스터-고문당하고 죽음
콘월-죽음
리건-죽음(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넣음)
에드먼드-죽음(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넣음)
켄트-실직자 되고 죽..을 것임
거너릴-사형..이겠지?(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넣음)
프랑스왕-홀애비됨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서 한 왕국이 있고 그를 분할한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다. 권력 투쟁의 결과로 조선에서도 삼족이 날아갔던 것처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게.... 리어왕이 진짜 있었으면 셰익스피어 멱살잡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타협없는 결말, 모두가 불행해진 그 극단적인 파국이 아직까지 리어왕을 남아있게 하는 것 아닐까.
2.
다른판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올재에서는 대사에 담겨진 의미를 각주로 세세하게 말해줘서 좋았다.
(엄밀히 말하면, 리어왕을 어렸을 때 외갓댁에 있던 금성 주니어 세계문학 시리즈로 읽고 처음 읽은 거라...거긴 각주가 없었다.)
참고하라고 옥션에 있던 사진 가져온다.(내 매물 아님.) 보면 알겠지만 아주 간략한 축약본들이다. 종이는 저질에, 종이 자르기를 잘못했는지 접혀있길래 종이를 펴면 삐져 나오는 부분까지......
보면 알겠지만, 절대로 한권으로 끝날리 없는 책들이 많다. 삼국지, 몽테크리스토백작, 부활이 저걸로 땡이다..
심지어 리어왕은 저기 햄릿에 들어있었는데, 저기는 4대비극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아테네의 타이먼까지 들어있다.
미친 요약인거지....요즘도 아동 전집은 저러려나. 아무튼.
3.
코로나도 그렇고 바람잘날 없는 이 한국동네가 N번방때문에 시끄럽다. 개중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고. 글쎄... 물론 피해자가 일을 자초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그들에게 닥친 파국의 모든 것이 응보라면, 그건 너무 가혹한게 아닐까.
그래서 리어왕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자초한 잘못이니 피해자 탓이라는 말은, 마치 리어왕이 자초한 파국인 만큼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리어왕에게 연민하듯, 그들에게도 연민하고 있다.
4.
미학수업은 읽고있다. 이것도 이번주 내에 읽고 서평써야 하는데.
그래서 오이디푸스랑 리어왕이 닮지 않았냐?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 내기에서 이기고 그의 지성과 젊음을 한껏 과시할 즈음 뒤통수 맡는 일을 당하지 욱하는 성질머리로 저지른 결과가 부친 살해와 어머니와의 결혼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겠냐 인간의 운명에는 딱히 인과관계는 없음 그 반응만 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