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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카페 가서 끝내고 옴.
정조대 플레이, 온갖 근친상간, 거양선 의붓오빠 ntr 등이 나오는걸 보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고,
이 작품, 그리고 관련 논문 몇 편을 참고해서 간단하게 감상문을 써봤음 ㅇㅇ. 2번은 조금 스포일러가 심한 것 같으니 아직 안 본 사람들은 2번 빼고 보셈
1. 마술사 마르케스 맛보기
마르케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적이 있음.
"나는 소설가가 되기를 원한 게 아니라, 마술가가 되기를 원했다."
마술사라 하면 tv에 나오는 최현우 마술사처럼, 트릭을 이용해서 관객을 속이는 직업이잖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도 비슷한거 아닌가 싶다. 트릭을 이용해서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을 못하게 하는 것.
마르케스는 이 소설을 구상하는 데 장장 20년을 넘게 들였음. 쓰는 건 겨우 18개월이면 됐는데 구상만 20년을 한 건 자신의 기술이 아직 덜 여물었다고 느꼈기 때문임. 마술가가 능숙해질 때까지 연습을 거듭하는 것처럼. 그런 노력 끝에, 멀리 떨어진 아들의 피가 어미에게 닿는 장면, 느닷없이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마냥 나타나는 장면 등이 자연스레 연출된듯.
나는 그동안 남미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서 '마술적 리얼리즘'이 뭔지 긴가민가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대강 감이 잡힌 것 같음.
2. 우로보로스로 쓰인 고독함 (스포 있음.)
이 작품은 뱀의 머리가 꼬리를 잡아먹는 우로보로스처럼 순환적인 구조를 띠고 있음. 특히 (남미에선 흔한 일이라곤 하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이 계속 반복되고,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운명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그러함. 아르카디오는 망나니가 되고, 아우렐리노는 명석하고 과묵한 인간이 되고, 레메디오스는 톡 튀는 미인이 되는 등등. 보통 소설은 '현실의 모방'으로 그치지만, 이 소설은 내부의 내용을 또 다시 모방한다는 점이 특징적임.
근친상간이 자주 등장하는 것 역시 순환적인 구조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부엔디아 가문은 가족들끼리 맺어지며 자폐적인 특성이 반복되고 있음. 이는 결국 부엔디아 가문이 필멸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 됨. 마지막에 아마란타 우르슬라와 아우렐리노가 ㅍㅍㅅㅅ하는 건 조상들이 품고 있던 근친상간의 욕망과 고독의 운명이 있었기 때문임.
아까 언급했던 마르케스 인터뷰에는 이런 내용도 있음.
"마술사가 되고 싶었지만 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꺼린 나머지 작가가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독으로 도망친 것이다."
결국 '백년의 고독'은 '마르케스의 고독'으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마르케스는 부엔디아(보여지는 나)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멜키아데스(나를 바라보는 나)이기도 한 셈이니...
3. 백년의 고독 vs 토지
다자이는 "문학은 삶의 단면을 제시하는 것"이라 말한 적 있지만, 모든 소설이 그런건 아님. 토지나 백년의 고독 같은 일부 대하소설들은 삶의 단면을 제시하는 걸 넘어서 삶 그 자체를 통채로 서술해버림.
토지는 50년, 백년의 고독은 자그마치 100년을 서술하고, 두 작품 모두 복잡한 가정사를 중심으로 역사, 경제, 정치, 인물의 내면을 폭넓게 서술하고 있음. 인물이나 사건도 비슷한 부분이 꽤 있는 것 같음. 아내를 잃고 혁명에 나선 이후, 영웅 취급 받는다는 점에서 김환과 아우렐리노 대령이 매칭되고, 집안사를 총괄하는 강직한 여성이란 점에서 우르슬라와 윤씨부인이 매칭됨.
차이점으론, 토지는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백년은 서술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는 점. 물론 문화적, 역사적인 차이도 많음 ㅇㅇ.
4. 소설의 죽음과 소생
"책꽂이에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꽂아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밀란 쿤데라가 한 말임.
사실 소설의 죽음이 거론된 건 요즘의 얘기가 아님. 이미 18세기 트리스트럼 섄디가 나왔을 때부터 소설의 죽음이 언급되었고, 20세기에 이르러 T.S.엘리엇은 "소설은 플로베르와 헨리 제임스에서 끝났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음.
이데올로기 담론이 종식되고 르포, 저널리즘, 영상 매체 등 소설을 대신할 장르가 우훅죽순 나타난 현대. 소설은 그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임. 그런 와중에 등장한 마술적 리얼리즘은 소설의 죽음을 거부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뭐 내가 답할 영역은 아닌듯 하여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감상을 마치려 함. 어쨌든 재밌었다. 이 책을 추천해준 독붕이들에게 감사하고, 안 읽어본 독붕이들에겐 강추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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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독특한 캐릭터들이지만 놀라울 만큼 개인은 부각되지 않는 점이 재밌음. 결국 모두가 가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쿤데라가 백년의 고독을 두고 한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음. 의외로 마르케스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안하거든. 아마 개인성에서 벗어나는 이 소설이 트리스트럼 섄디처럼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서인건가?
따지고보면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인데도 장면 하나하나 꿀잼이었음 ㅇㅈ 토지에서 유교적 가치관을 통해 혈통의 힘을 설파했다면, 백년의 고독은 남미 특유의 마술적, 신화적인 특성으로 혈통의 힘을 표현한듯
사실 나도 왜 쿤데라가 저렇게 말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찾아봐도 잘 안 나오길래... 소설의 기술 같은 데서 마르케스 얘기는 잘 안 나옴??
딱 한 번 얘기하는데 만남 2장에서. 오히려 푸엔테스를 자주 언급함. 백년의 고독이 저런 소리 들어도 충분한 띵작이지만 그거치고는 언급이 적은건 묘하지.
저렇게 격하게 칭찬하고서도 설명이 없다니 ㅠㅠ
인싸소설가 쿤데라의 말은 어쩔수없지...
오 논문까지
가계도를 보고 한번 포기 그 이름들을 보고 두번 포기 몇 장 보다가 만게 몇년째인데 이거본 사람들 존경스러움. 간결한 리뷰도 좋네. - dc App
나도 처음엔 헷갈렸는데 금방 익숙해지더라 ㅎㅎ 다행히 노문학처럼 별칭이 따로 있는건 아니고...
재밌겠다
결말이 인상적이었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기가 개미들에게 잡혀가 먹히는 장면은 10 년이 지나도 가끔 생각나더군요
전 이상하게 아르카디오가 총살당하는 장면이 먹먹하더라고요
그냥 안어렵고 재밌어서 좋았음 그놈의 마술적리얼리즘이 시발 뭔데? 하다가 책피고10분만에 뭔지 깨달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