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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읽고 1분기 독서 40권 채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7권. 귀향 수첩 짧았는데도 공부하면서 독서 할라니까 여유가 없구먼. 담달에는 독서량 더 줄어들 듯.


이번 달은 감상문을 열심히 안 썼으니 작품 별 코멘트 짧게 하는 거로 대체함.



농담: 장담컨데 흔해 빠진 독재 이야기 다루는 디스토피아 소설들 보다 더 확실하고 사실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음. 자유 박탈, 언론 통제 같은 초딩도 생각할 법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삶을 왜곡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이끈다고 착각한 청춘들의 몰락, 현대화에 밀려 존재성도 까먹은 민족 정신,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아우르는 농담 같은 삶들. 카프카적인 방식으로 시작하지만 그 마이너 카피에서 끝나지 않고 쿤데라 본인의 목적을 잘 녹여냈다 생각. 오히려 농담 한마디로 감방 갔다는 카프카적 얘기에만 집착하면 많은 것을 놓칠 듯.



일리아스: 고대의 서사시들은 그런 거라고 생각함. 문명이 새롭게 탄생해가는 시기에 이성을 가진 존재들이 살았던 세계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본 시각은 이렇지 않았을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며 충돌하고 협력하고, 스스로의 의지와 가치관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며 미지의 영역에 대해서는 신들에게 경배하는 그런 모습들. 고전 문학이 당시 재밌고 인기있어서 살아남았다, 뛰어난 기술적 성취 덕분에 돋보이는 것이다, 이런 건 전부 부차적인 문제다, 예술 작품이 살아남는 것은 당시의 삶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여 그들의 흔적을 보여줄 때문이 아닌가 싶음. 오뒷세이아까지 읽으면 더 할 말이 많아질 거 같네 ㅋ



의지와 운명: 쿤데라가 푸엔테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를 극찬한 이유도 다 알 거 같다. 취향이 좀 탈 소설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소설임. 문헌 및 사료에 나오지 않는, 푸엔테스가 새롭게 그려낸 멕시코의 역사가 아닐까. 한밤의 아이들이나 쿤데라 소설들 즐겁게 읽었다면 강력 추천.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불란서 철학자 놈들은 약간 재패니메이션과라는 생각이 듦. 상상력은 좋은데 너무 난해함.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라캉, 푸코, 들뢰즈, 데리다, 바디우 정도 흥미롭게 읽음. 역시 현대 철학자 별로 기초 잡는데는 이 만한 시리즈가 없는 듯.



지옥에서 보낸 한철: 중2병도 각 잡고 폭발하면 예술이지. 환상과 상징을 오가며 시인 내면의 서정성을 분출하는 젊은 문장들이 매력적임. 하지만 책에 대한 각종 번역 불만이나 아쉬움에 대한 얘기들은 뒷맛이 찝찝히 남게 하더라.



파리의 우울: 믿고 보는 보들레르, 믿고 읽는 황현산 번역. 글자와 자간이 작은게 아쉽지만 내용 면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20세기 예술에서 빠질 수 없는 도시와 모더니티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안 읽을 수 없지. 근데 누가 보들레르랑 랭보 같이 있는 팬아트 그려주면 재밌을 거 같 같은. 중년과 젊은이의 만남에서 좀 다크다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