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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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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훌륭한 인간적 자질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으며, 대개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은 해롭다. 그러나 군주는 그런 인간적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여야만' 한다.

이 책은 군주, 요즘으로 말하자면 지도자가 아랫사람과 경쟁자를 대하는 방식,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 더 나아가 닥친 운명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마키아벨리의 파격적 견해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도자도 아니고, 앞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는데 이 책이 내게 유용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적으로, 내가 한 나라를 정복해서 군주가 될 가능성은 영영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집단을 이끌고 나의 의견과 나의 규칙을 피력해야 할 일이 없을 순 없다. 군주, 아니면 하다 못해 지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랫사람과 경쟁자는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꼭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겐 불만과 고통을 안길 일을 추진하게 될 것이고, 역경에 처했을 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만 하는 일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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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1475~1507). 군주론의 핵심 인물. 서른도 안 된 나이에 그 모든 잔혹하며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운명의 여신에게 배반을 당해 요절한다.

물론 이 책을 한 번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체사레 보르자처럼 강력한 비르투(virtu, 주체적 의지와 힘)를 가진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일단 읽어보는 것만으로 분명 머리 속에 자신도 모르게 희미하게나마 간직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굳이 무엇을 얻겠다 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더라도 '군주론'은 내용 자체가 상당히 흥미진진해서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군주론'이라는 제목부터가 딱딱하고 무거워보여 처음에는 살짝 겁을 먹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과 그들의 비범한 (동시에 잔인한) 선택들을 단순히 죽 읽어나가기만 해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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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하고 음침하게 그려진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의 통치론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마키아벨리 이전부터 군주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은 많았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신의를 지켜야 한다", "신앙에 따라야 한다", "정직하며 너그러워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통치는 사자와 여우 같은 짐승의 통치에 다름없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통치자는 필요할 경우 기꺼이 그리고 반드시 사자와 여우가 되어야만 한다." 물론 인간과 세상이 도덕적이고 마냥 선하다면 물론 군주는 짐승이 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정말 인간 세상이 그러한가?

어떤 상황에서도 착하게 행동할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착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반드시 파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그간의 통치론을 '사변적 상상'일 뿐이라고 비판했고, 자신은 정치의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 진실'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그 결과, 앞선 정치철학자나 당시의 지배적인 통치론자들의 경우는 도덕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며 선한 영혼을 위태롭게 만들 일을 권할 수 없었던 반면, 마키아벨리는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해야만 하는 정치적 불가피성(necessitta)이 있다면 자신의 영혼을 내주더라도 그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적극적 통치론을 과감하게 말할 수 있었다. (p. 259)

할 수만 있다면 착하게 사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어떻게 악해질 수 있는지도 알아야만 한다.

마음이 약해서인지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써서인지 혹은 둘 다일 수도 있지만, 나는 모질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강경하게 취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식으로 하여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가져온 적이 없지 않다. 위의 글은 곧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얻고자 노력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사랑을 받을 것인가,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인가에 관한 문제에서도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사랑과 두려움 모두를 취할 수 없다면, 차라리 두려움을 주길 택하는 것이 낫다." 인간은 그에게서 사랑을 받고자 애쓰는 사람보다는 그 인간이 두려워하는 사람을 해치길 꺼려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두려워함과 미워함은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함은 그 대상에게 해를 입힐 것을 갈망하는 것이지만, 누군가를 두려워함은 감히 그에게 해를 끼칠 것을 상상하지 못함을 뜻한다. 더군다나 인간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인간에게 달렸지만, 군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 군주의 뜻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라면 다른 사람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기초하는, 즉 사랑이 아닌 두려움에 기초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는 특히 신생 군주의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조선 초기 태종의 강력한 왕권 강화 정책과, 세종이 즉위했을 때 그로 인해 정치적 안정과 문화적·군사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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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토클레스(BC 361~BC 289). 시라쿠사의 민중들을 소집한 뒤 유력자들과 자신에게 반대하는 시민들을 자그마치 1만이나 추방 또는 살해했다.

잔인한 행동을 해도 결과만 좋으면 만사가 괜찮은 것일까?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위해 똑같이 무자비한 행위를 한 체사레 보르자와 ― 그는 민중의 환심을 사고 모든 잔인한 조치를 그의 부하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적절한 기회를 잡아 그 부하를 두동강 내어 광장에 전시했으며, 방해되는 세력들을 속여 불러모은 뒤 일제히 제거했다 ― 아가토클레스를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아가토클레스는 분명 비르투로 가득한 인물이지만 영광스러움으로 칭송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헛갈리지만, 아마 마키아벨리는 아가토클레스가 집권하기 위해 저지른 학살이 '불가피하게' 행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해서가 아닐까 싶다.

마키아벨리에게 좋은(good) 통치가 이루어졌다거나 혹은 어떤 조치가 잘(well) 이루어졌다는 것의 의미는 윤리적으로 선하고 좋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기준을 갖는다. 그보다는 잔인함과 악행도 그럴 만한 불가피성(necessita)이 있으면 사용해야하고, 더 많은 잔인함과 악행이 필요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일거에 사용하고 말아야 하며, 결과적으로 민중에게 유익한 일이 되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p.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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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

마키아벨리는 또한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비르투를 이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스스로의 비르투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 과정은 힘겹지만 유지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힘이 든다. 타인의 비르투나 운명의 힘으로 획득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손에 넣을 때는 쉬웠겠지만 마찬가지로 타인이나 운명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이것이다. 위대한 인물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 그들의 정신 속에 깃들어 있던 비르투는 허비되었을 것이다. 또 그런 비르투가 없었다면 기회는 헛된 일이 되었을 것이다. (p. 173)

그렇다면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비르투를 가져야한다는 것인데, 책에 등장하는 여러모로 엄청난 인물들과 나를 비교하자니 그런 역량은 아무래도 비범한 사람만이 가지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부족한 비르투라도 그나마 끌어낼 수 있지 않나 싶다. 지극히 평범한 나지만 그 때문에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이렇게 독후감도 쓰고 하는 거겠지.

* 참고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최장집 박사가 서문을 썼는데, 군주론 본문보다 서문이 훨씬 어려웠다. 모르는 용어가 투성이라 도무지 무슨 뜻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서문만 읽고 책을 며칠 동안 방치해버렸다... 사회학이나 정치학 관련 어휘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출판사의 군주론을 읽을 땐 서문을 맨 나중에 펼치는 게 오히려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