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주먹 쓰고 다녔던 작가들이 좀 있음 - 천승세, 이문열, 장정일... 그 중 투옥까지 경험한 것은 장정일 밖에 업음


천승세 작가는 중고등학생 시절 도저히 손쓸 길이 없는 난폭한 불량학생으로 주먹질로 매일을 보냈다고 함.

주먹질로 지새우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안가고 집에서 백수로 지낼 때 (스스로 아예 대입 준비할 생각 자체를 안함),

자기도 한 번 글 좀 써 볼까 싶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처음 써내려간 [점례와 소]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는 바람에...

"천재가 나왔다"고 서라벌예대와 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경쟁을 벌이면서, 얼결에 대학에 갔다고 함.

이 사람은 작가로 입신하고도 해양소설 쓴다며 원양어선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거친 기질을 버리지 않고 살았음.
(원양어선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영어를 익혀서, 폴 앤더슨 [타우제로], 제임스 블리시 [우주 도시] 등을 번역하기도)
     

   
이문열 작가는 초 중 고 대 등의 정규학업 과정을 죄다 중퇴로 장식할 정도로 매우 불안정한 학생 시절을 보냈음.
부친의 빨갱이 활동이 알려지면 즉각 그 동네를 떠나야 했고, 그 바람에 어릴 때 부터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음.
(6.25를 겪은 지 얼마 안되었던 시절 이문열의 어머니는 남편 월북 후 일부러 되도록 대도시에 거처를 정하고 살았는데, 
시골에서 조용히 살다가 빨갱이 가족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한 맺힌 피해자들에게 그냥 살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임)
친척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깊게 배웠고 책도 많이 읽어서 나름대로 교양과 지식을 계속 쌓고는 있었지만,

불안정한 청소년 시절이 청년기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중퇴 후 주먹질을 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함.
그렇게 주먹 쓰는 떠돌이 건달의 삶을 청산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다룬 책이 [젊은 날의 초상]이었고...

   

   
장정일의 양아치 인생은 그가 쓴 [삼중당 문고]라는 시에 잘 요약되어 있음 - 주먹질 칼질 거침없이 하고 다녔다고 함.

  
열 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먹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 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에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 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쌍아 놓고 읽었던 삼중당 문고
일주일에 세 번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퇴학시키겠다던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
교련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 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 문고
용돈을 가지고 대구에 갈 때마다 무더기로 사 온 삼중당 문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삼중당 문고
싸움질을 하고 피에 묻은 칼을 씻고 나서 뛰는 가슴으로 읽은 삼중당 문고
처음 파출소에 갔다왔을 때 모두 불태우겠다고 어머니가 마당에 팽개친 삼중당 문고
흙 묻은 채로 등산배낭에 처넣어 친구집에 숨겨둔 삼중당 문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다 읽지 못한 채 두고 온 때문에 안타까웠던 삼중당 문고
어머니께 차입해 달래서 읽은 삼중당 문고
고참들의 눈치보며 읽은 삼중당 문고
빠다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읽은 삼중당 문고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 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
삼성전자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문흥서림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레코드점 차려놓고 사장이 되어 읽은 삼중당 문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고시공부 때려 치우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공부를 하면서 읽은 삼중당 문고
데뷔하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영물물교환센터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박기영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
계대 불문과 용숙이와 연애하며 잊지 않은 삼중당 문고
쫄랑쫄랑 그녀의 강의실로 쫓아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여관 가서 읽은 삼중당 문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와 짜장면집 식탁 위에 올라 앉던 삼중당 문고
앞산 공원 무궁화 휴게실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파란만장한 삼중당 문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내를 풍기는 삼중당 문고
어느덧 이 작은 책은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네
집채만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다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