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로 친 거 그대로 복붙한 건데 글 교정도 안 했고, 디시에 옮겨놓으니 보기 좀 불편하네. 알아서 보셈.



에우리피데스는 굳이 그리스 비극 작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중에서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극중 장치를 많이 즐겨 썼던 작가 중 하나일 것이다. (에우리피데스의 극 뿐만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극작품에서 매우 유행하던 장치였지만, 그 중에서도 에우리피데스가 즐겨 사용하였음.)

이때문인지 우리 교수님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언급하실 때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의 내용을 언급하여 설명한 적이 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두산 백과의 표현을 따르자면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그 성질 상 어찌 보면 오늘 날 한국의 막장 드라마의 결말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솔직히 말하면 빼박이다), 덕분에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많이 비판받는 극중 장치일 것이다.


당장 아리스토텔레스도 The Poetics 15장인가 어디인가에서(까먹음)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사건의 해결은 플롯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작품들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너무 무리수다 싶은 생각이 든 적은 딱히 없었고, 주제 의식이나 극의 재미나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 좋게 읽고 있다. 작품성이나 그 외 여러가지를 제쳐 두고 보면 나한테 그리스 비극 작가 중 가장 마음에 든 작가일 수도(아직 판단은 보류)

주제 의식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덕분인지 작품 속 담겨있는 주제 의식은 아직도 생각해 볼 것이 많다. 특히나 책을 열자 마자 처음으로 나온 비극인 <메데이아> 라던가.

그 외 아직 읽고 있지만 흥미로운 비극 중 하나는 <알케스티스>였다. 다시 봐도 꿀잼.


KO;mso-bidi-language:AR-SA">대충 꺼라 위키를 빌려 줄거리 설명을 해보자면(이미 알면 스크롤 내리셈) 아드메토스 왕이 부인인 알케스티스에게 청혼할 당시 알케스티스에게 구혼하는 사람이 많았던 지라 알케스티스의 아버지가 사자와 멧돼지가 끄는 전차에 타고 오면 조건 없이 딸을 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KO;mso-bidi-language:AR-SA">마침 아폴론이 제우스가 자기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인 번개를 만들었다고 빡쳐서 제우스의 퀴클롭스 3형제를 분풀이삼아 죽인 벌을 받고 인간 세상으로 귀양을 와 아드메토스에게 노예로 있었으나, 처세술이 쩔었던 아드메토스는 벌을 내린 제우스의 눈치를 보아 노예 일을 시키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벌로서 귀양을 온 것이므로 그 외에는 깍듯이 예를 차려 아폴론의 호감을 쌓는다.

KO;mso-bidi-language:AR-SA">덕분에 아폴론이 도움을 주어 사자를 빌려오고 아레스를 멧돼지로 변신시켜 수레를 끌게 시켰던 덕분에 아드메토스는 알케스티스에게 결혼을 했으나 멧돼지로 둔갑한 아레스에게 몸삯으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이번에도 아폴론이 도움을 줘 무조건 본인이 죽는게 아니라 대신 죽어줄 사람이 있으면 아드메토스는 살 수 있다고 타협을 본다. 허나 그의 부모를 포함 모두가 거부하고 부인인 알케스티스만이 죽기를 자청하고, 아드메토스 왕은 멘붕와서 자살하려고 하는 상태였다.


그러다 열두 과업을 수행중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헤라클레스는 아드메토스 왕의 궁을 들리는데, 아드메토스는 가내의 한 여자가 죽었다고 슬픈 일이 없는 척 하고 헤라클레스를 후하게 접대하는데, 당연히 그의 아내가 죽은 줄 몰랐던 헤라클레스는 술 퍼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자 하인이 못 참고 한 마디 하여 전후 사정을 깨닫고 "아니 내 친구 아내가 죽었는데 난 술이나 쳐 마시고 있던 거임?" 하면서 마치 허생전의 허생처럼 갑작스레 어디론가 사라지게 된다.

다음 날 부인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는 아드메토스에게 헤라클레스가 베일 쓴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 님 재혼 안 해보실? 이라고 염장을 지르면서 즉석 결혼 중개사가 된다. 아드메토스가 거절하자 여자의 베일을 벗기는데 정체는 사실 그의 부인인 알케스티스. 알고보니 헤라클레스가 아드메토스를 위해 하룻밤만에 알케스티스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던 사신인 타나토스를 뚜까 패고 구해온 것.

그렇게 자기 목숨도 건지고 부인도 돌아와 기쁜 아드메토스는 가장 먼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최고신인 제우스에게 감사 제물을 바쳐 아레스나 타나토스가 항의할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고(마치 오늘날 상사에게 희생되는 직장인의 모습이랄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대충 이러한 줄거리인데, 결말에서 알 수 있듯 비극인 작품답지 않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게 굉장히 흥미로운 비극이고, 덕분에 온갖 비극만 읽다가 처음으로 해피 엔딩의 극을 읽어 기억에 남는다. 물론 결말이 해피엔딩이지, 극 초중반부는 누가 봐도 비극이니 비극으로 분류되는 것.


한 가지 의문 점이 있다면 최고신인 제우스에게 감사 제물을 바쳐서 타나토스가 항의할 여지는 사라졌지만, 극중 헤라클레스의 행동만 보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타나토스 입장에선 그냥 하던 일 하던 건데 갑자기 어디선가 헤라클레스가 달려와 뚜까 패고 알케스티스 데려가서 지 일 방해한 거잖음. 시시포스한테 당한 것도 그렇고 타나토스 얘는 은근 불쌍한듯.

그 외 느낀 점은 아드메토스의 처세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세를 이용해 아폴론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아 결혼도 하고, 헤라클레스 같은 친구를 둘 뿐만 아니라 그가 아드메토스를 위해 자신의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까지 뚜까 패고 저승으로 가던 알케스티스를 다시 데려와 준 것까지 보면. 오프라인 서점 구경 하다 보면 처세술 책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 자주 눈에 띄는데, 속으로 저런 걸 왜 사 읽어 하던 내가 한번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임.


아무튼 그러하다. 뻘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읽지 마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