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진드기 짤
코스모스는 우주라는 개념에 질서라는 의미를 더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믿을 수 없을만치 정교한 생명의 악보도 우주의 질서 중 하나이다. 저 머나먼 외계에는 지구와는 다른 성부가 적용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우주의 푸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40억년 동안 계속돼 온 지구의 생명과 그 진화. 분자 단위, 세포 단위, 개체 단위가 서로 삶을 유지하고 또 진화하는 데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아주 먼 거리로부터 오는 햇빛마저도 돌연변이의 요인이 된다. 이 모든 공생과 묘책의 치밀함에, 나는 2막을 읽으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인류는 40억 년 전의 분자로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해 온 결과 이제 지구 생명의 기원과 외계 생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지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유전형질의 복제를 수행해온 DNA 속 뉴클레오티드 조합을 스스로 조작하는 단계까지 손을 뻗고 있다.
인간을 포함해 지구의 모든 생명은 각각의 설계도에 의해 딱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진화와 퇴화, 멸종을 계속해왔다. '무엇'이어야 한다는 건 없다.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는 자기 자신마저 인위적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바람직한 특성을 인간에게 부여하기 위해서 뉴클레오티드를 우리 마음대로 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p. 91)." 이 문장을 읽고 나는 '머지않은 미래가 아니라 먼 미래 같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밑의 옮긴이 주석을 보고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하나의 현실로서 우리에게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DNA 지문 검사가 1980년대 중반부터 과학 수사에 정례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복제양이 태어났으며, 2000년에는 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이 완성됐다. - 옮긴이"
처음에는 이 책이 단지 천문학 관련 내용만 기술하고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우주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바로 제목에서부터 나와있듯이, 이건 '코스모스' 즉 우주의 '원리'에 관한 책이다. 별뿐만 아니라 생명 또한 우주의 일부인 것이다. 아직 2막까지밖에 읽지 않았지만 코스모스는 분명 칼 세이건이 짜낸 조화로운 융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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